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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다스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4.23|조회수57 목록 댓글 0


“나이가 들면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화가 조금은 안정되어야 하는데, 때로는 이 화를 제가 인지하면서도 감정 조절이 안 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대할 때나 집에서도 그렇습니다. 화를 조절하기 위해서 책도 읽어 보고, 어설프지만 명상도 좀 해 보는데, 조절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화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조절하는 방법은 응급치료에 불과합니다. (웃음) 솥에 물을 담아 놓고 아궁이에 불을 땐다고 합시다. 불을 계속 때면서도 물이 안 끓도록 하는 방법이 없느냐고 물으면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물론 한두 번은 가능해요. 위에서 무거운 것으로 누르거나 뚜껑을 열고 물을 부으면 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물이 또 끓습니다. 근본적인 해법은 아궁이에 불을 빼내는 것입니다.

마음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고 물었는데, 세상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마음을 조절하는 방법은 대부분 참는 방법을 말합니다. 그것은 근본 치료가 아니에요. 결국 터져 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밖에서는 참지만 집에 와서는 터지게 됩니다. 혹은 집에서는 참는데 회사 가서는 터져요. 상사가 회사에 출근해서 짜증을 내면 여러분들은 벌써 ‘집에서 마누라와 싸웠구나’ 이렇게 짐작이 되잖아요. 또 남편이 집에 오자마자 성질을 부리면 ‘저 사람이 또 회사에서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구나’ 이렇게 생각이 되잖아요. 사람은 누구나 심리적으로 먼 사람에게는 뭐든 자제하게 되거든요. 즉 자기보다 지위가 높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자제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까이 있거나 자기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는 그대로 감정이 터져 버립니다. 그래서 나에게 화를 자주 낸다고 상대를 꼭 나쁘게만 생각하면 안 돼요. 물론 상사인 경우에 부하 직원에게 화를 내는 것은 문제제기를 해야 되지만, 부부지간에 그럴 때는 ‘나한테라도 저렇게 화를 내서 푸는 것이 저 사람의 건강에 더 낫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으면 빨리 죽게 되니까요. (웃음)

‘그래, 나한테라도 화를 실컷 내라. 이 세상에 그 화를 풀어줄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나니까 들어주지’

이렇게 받아들이고 남편의 등을 두드려 주는 게 좋습니다. ‘왜 다른 데서 화난 일을 나한테 뒤집어 씌우냐?’ 이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같이 사는 부부지간에는 상대가 먼저 화를 내더라도 ‘그랬구나. 힘들었지?’ 하면서 감싸줄수록 화내는 빈도가 적어집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자기가 옳다는 생각이 자꾸 강해집니다. 초보자일 때는 설령 내가 옳다고 해도 ‘혹시 내가 잘못했나?’ 이런 생각도 드는데, 경험이 많이 쌓이고 나이를 먹고 또 지위도 높아지면 ‘내가 100퍼센트 옳아. 한두 번 해본 일이 아니잖아’ 이렇게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이런 생각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100번 내 생각이 옳아도 101번째에는 틀릴 수가 있어요. 그런데도 자기 확신에 차버리기 때문에 큰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특히 다른 나라의 문화권에서 일을 하게 될 경우, 여러분들처럼 인도 현지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저도 인도에서 30년 이상 구호활동을 했잖아요. 한국식으로 생각했다면 아마 화병이 나서 벌써 죽었을 겁니다. (웃음)

그런데 현지 사람들은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못 알아들어요. 저도 인도 사람들에게 30년째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도 있어요. 예를 들면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학교에 결석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하는데, 미리 알려주고 결석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무단결석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 연락도 없이 학교에 안 나옵니다. 그것에 대해 열 번, 스무 번 이야기를 해도 못 알아듣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엄청나게 가르쳐서 한 20년쯤 지나면 겨우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요. (웃음)

어떤 일을 시켜놓고 잠깐 어디 갔다 오면 엉뚱하게 일을 해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이야기하면 벌써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딱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척 보면 이것도 모르나?’ 하게 되거든요. 그들이 열등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이런 일을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건축 일을 같이 해보면, 인도 사람들은 바닥공사를 다 해놓고 벽에 페인트를 칠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바닥에 페인트가 다 묻잖아요. 그래서 바닥을 새로 공사하라고 하면 벽에 다시 페인트를 다 묻혀 놓습니다. (웃음) 그들은 깔끔함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그런 거예요. 야단을 치면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요? 뭐가 문제인데 자꾸 화를 내요?’ 이렇게 말합니다. 또 한 번은 인도 활동가에게 ‘당신들이 꼭 필요하다고 해서 다음에는 컴퓨터를 잘하는 한국 사람을 이곳에 파견할 겁니다’ 하고 말했더니 ‘제발 화를 안내는 사람을 보내주세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웃음)


인도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한국 사람들은 화를 너무 잘 낸다는 겁니다. 한국 사람들끼리 살면 이 사실을 잘 모릅니다. 이렇게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개념이 서로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보셔야 해요. 그래서 항상 초등학생을 가르치듯이 반복해서 가르치는 일을 해야 합니다. 화를 낸다고 개선되지 않아요. 항상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현지 사람들이 몇 번 가르쳐 준다고 금방 알아들으면 오히려 위험하다.’

예를 들어 내가 빵집을 하는데 빵을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 주었을 때 금방 이해하면 그 사람이 바로 자기 가게를 내버리지 누가 종업원을 하겠어요? 어떤 일을 하는데 가르쳐주면 금방 척척 알아서 잘한다면 누가 평생 내 밑에서 일하겠습니까? 밖으로 나가서 따로 사업체를 차리죠. 열 번을 가르쳐 주어도 못 알아듣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사장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들도 배울 것이 있는 거예요. 이렇게 좋은 점도 있습니다.

물론 그 상황에 처하면 화가 날 수가 있어요. 그러나 상대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사람이 나빠서도 아니고, 지능이 떨어져서도 아니고, 단지 태어나서 보고 들은 게 적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들을 때는 알았다고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거예요.

인도에 살면서 인도 사람들을 욕하고 살아야 한다면 인생이 얼마나 피곤합니까? 인도에 살면 인도 사람들을 좋아하고 살아야죠. 그러니 갑자기 인도 사람이 출근하지 않았다고 해도 별로 신경 쓰지 마세요. 그 사람이 안 오면 내가 그 일을 하면 되잖아요. 우리나라도 옛날에 산업화 시절에는 여성분들이 방직공장에서 많이 일했습니다. 명절 때 시골집에 가는 직원들에게 사장이 선물을 주면서 친구를 데려오라고 하면 많이 데려오기도 하고, 또 추석 때 시골집에 갔다가 안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제가 인도 아이들을 공부시킨 다음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회사에 부탁을 해서 델리에 취직을 시켜준 적이 있었는데, 그중 몇 명은 착실하게 일을 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머지 몇 명은 6개월도 못 견디고 그만두었습니다. 왜냐하면 돈을 많이 받는 대신에 일이 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그 일에 적응하는 기간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럴 때는 ‘그러려니’ 하고 그에 맞게 다시 일을 하는 방식으로 살아야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교류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누구와도 같이 살 수 있어요. 여러분들은 전생의 인연이든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든 ‘내 남편은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하죠.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하고 붙어살아도 별 차이가 없어요. 대신에 습관이 좀 비슷하면 같이 살기가 낫고, 습관이 좀 안 맞으면 같이 살기가 좀 어려울 뿐입니다. 결혼은 그냥 공동생활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서로 맞춰서 사는 겁니다. 물론 연애와 결혼은 조금 다릅니다. 연애는 감정이 맞아야 되지만, 결혼생활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돼요.

어디를 가든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습니다. 그게 남자와 여자의 관계인지, 결혼의 관계인지, 애인의 관계인지, 선생과 제자의 관계인지, 이런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인간과 인간의 심리 흐름이라는 큰 틀에서는 똑같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조금의 차이가 미세하게 있는 겁니다. 부처님의 지혜는 큰 차원에서 감정의 흐름을 꿰뚫어 아는 것입니다. 이것을 ‘통찰지’라고 해요. 그리고 또 아주 세세한 감정의 차이를 디테일하게 아는 것을 ‘분별지’라고 합니다. 우선 통찰지가 먼저 있어야 해요. 통찰지가 있으면 괴로움이 없어집니다. 대신에 통찰지만 있으면 대중을 교화하지는 못합니다. 대중의 괴로움을 풀어주려면 분별지가 있어야 해요. 작은 차이까지 세세하게 알아야 소통을 할 수가 있습니다.

불교를 너무 신비하게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물질의 작용에도 원리가 있듯이 마음의 작용에도 원리가 있습니다. 마음이 괴로운 이유도 균형이 깨져서 그렇습니다. 몸이 아픈 것도 신진대사의 균형이 안 맞아서 그렇기 때문에 그걸 좀 조절하면 병이 낫듯이 심리도 똑같습니다.

여러분이 무슨 종교를 믿든, 어떤 정치적 이념을 갖든, 그런 것은 헌법에 보장된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작용에 대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는 연습을 조금만 하면 누구나 다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굳이 책을 안 봐도 됩니다.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좀 관찰하면 됩니다.

여러분들은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거나 음식이 맛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은 아주 잘 관찰하면서 정작 자신의 마음에 대한 관찰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 사람이 말할 때 내 마음이 이렇게 움직이는구나’ 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찰을 한번 해보세요. 그것을 연구하면 마음이 외부의 자극에 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반응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형성된 거예요.

첫째, 내가 화가 많다는 사실을 알기만 해도 대응을 할 수가 있습니다. 둘째, 꼭 필요하면 화내는 습관을 고칠 수도 있습니다. 안 고쳐도 괜찮아요. 화가 많이 난다고 해서 못 사는 건 아닙니다. 내가 화가 많은 줄을 알기만 해도 사는 데에 지장이 없어요. 화를 벌컥 냈다면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미안합니다. 제가 성질이 많이 더럽죠. 한 번만 봐주세요’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같이 살 만해요. 화를 벌컥 내고도 자기가 잘났다고 계속 고집을 하니까 같이 못 사는 겁니다. ‘화를 내니까 손실이 크구나’ 하고 깨달았다면 꾸준히 노력해서 개선을 하면 됩니다. 이렇게 관점을 잡으시고 공부를 해나가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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