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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자녀들이 서로 싸울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죠?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4.25|조회수14 목록 댓글 0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입니다. 자녀가 다툴 때 부모가 어떤 관점으로 지켜봐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쌍둥이 남매가 잘 지내다가도 한 번씩 큰 소리로 싸우곤 합니다. 대부분은 내버려 두지만 제가 집중해서 일해야 하거나, 좁은 차 안에서 큰 소리로 싸움이 나면, 저까지 감정에 휩싸여서 큰소리를 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싸움에 원인을 제공한 아이를 많이 혼내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후회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싸울 때 현명하게 다스리는 방법이 있을까요?”

“애들은 서로 싸우는 게 정상입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자녀하고도 싸우잖아요? 어른인 부모도 애들과 싸우는데 애들끼리 서로 싸우는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 엄마도 애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큰소리를 치듯이 애들도 자기 마음에 안 들기 때문에 큰소리를 치는 겁니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엄마를 보고 배운 것이다’ 이렇게 봐야 합니다. 아이들이 안 싸우기를 원하면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 부모가 큰소리를 치지 않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싸우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애들이 자라면서 서로 의견이 달라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 중의 하나입니다. 너무 큰 문제로 보지 않아야 해요. 엄마가 보기에는 애들이 서로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죠. 둘이 다투니까 내가 기분이 나쁜 것이지 큰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싸우는 정도를 살펴봤을 때 한 명이 폭력을 행사했다면 둘 다 똑같은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먼저 폭력을 행사한 아이에게는 이유가 어떻든 폭력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 것에 대해 벌을 줘야 합니다. 가령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 ‘누가 더 옳으냐?’ 하는 것은 우리가 알 수가 없습니다. 서방 쪽 입장을 들어보면 러시아가 아주 극악무도하고 나쁘지만, 러시아 쪽 입장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둘 다 똑같다고 보면 안 돼요. 갈등이 있었던 상황은 이해하지만 러시아가 무력을 사용해서 먼저 침공한 것은 국제법 위반입니다. 이유가 어떻든 무력 침공은 잘못됐다고 봐야지 러시아는 악이고 우크라이나는 선이라고 봐서는 안 됩니다.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여러 요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갈등이 있더라도 폭력적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한 명이 폭력을 먼저 행사했다면 그 아이는 야단을 치고 벌을 줘서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어떤 이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뺏었다면 잘못된 행동입니다. 남매 사이에 성추행적인 어떤 행동을 했거나, 심한 욕설을 했거나, 거짓말을 했다면, 이것은 교정이 되어야 할 행동입니다. 이런 행동들은 우리 사회에서도 범법 행위에 들어갑니다. 단순히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범법 행위라는 점을 아이가 알도록 해야 해요. 그런 관점에서 둘 다 똑같다고 보면 안 됩니다. 가해자에게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정상적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문제들은 가능하면 부모가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내가 성질이 나서 고함을 지르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에 좋지 않아요. 서로 둘러앉아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느냐?’ 하고 대화를 해가면서 서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해요. 부모가 습관대로 고함을 치고 야단을 치게 되면 가해한 쪽에서는 자기가 가해한 것보다 더 큰 야단을 맞았기 때문에 억울한 생각을 하게 되고, 내버려 두게 되면 피해를 받은 쪽에서 억울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 부모가 많은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 아이들에게 ‘엄마는 오빠 편만 들었다’, ‘엄마는 동생 편만 들었다’ 이런 원망심이 생깁니다. 이미 그렇게 했으면 나중에 아이들의 원망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원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는 일단 제가 한 걸음 물러서 있는 게 좋을까요? 싸움이 사그라들고 아이들이 차분해진 후에 잘못된 행동들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좋을까요?”

“보통은 서로 의견이 달라서 싸움이 일어나지만, 자신이 갖는 정당성을 제3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더 큰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큰 문제가 아니다 싶으면 그냥 그 상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차를 타고 가다가 아이들끼리 싸움이 일어나면 일단 차를 세웁니다. 아이들이 왜 차를 세우느냐고 물으면 ‘너희들이 다투기 때문에 엄마는 위험해서 운전할 수가 없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또 집에서 아이들끼리 싸움이 벌어지면 엄마가 조용히 자리를 피해버리는 것도 좋죠. 폭력을 행사하거나 욕설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일상에서 티격태격하는 정도는 엄마가 자리를 피해버리면 싸움이 사그라듭니다.”

“아이들은 서로 싸울 때 엄마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엄마에게 일러바치면서 시비를 가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그 이야기만 믿고 판단을 해야 할지, 아니면 앞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타일러 줘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한 아이가 피해를 당하였다고 말하면, 일단 공감하면서 들어주는 것까지는 합니다. 그러나 ‘네 말을 들어보니 다른 아이가 나쁘구나’ 하는 식의 말은 하면 안 됩니다. 그것은 나중에 양쪽의 말을 모두 들어본 후에 판단해야 할 일입니다. 예를 들어, a와 b가 서로 싸웠다고 합시다. a의 이야기만 듣고 b에게 질타를 하면 b가 억울해집니다. 반면에 a가 이야기를 하는데 그 말을 믿어주지 않으면 a가 억울해지죠. 그래서 일단은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 합니다. ‘네가 힘들었구나’ 하고 들어주고 공감을 해줘야 합니다. 공감은 하되 ‘그래서 b가 나쁘다’ 하는 식으로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상대편의 이야기까지 다 들어봐야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평소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제가 어떻게 아이들을 도와줘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스님 말씀을 듣고 나니, 일단 제가 어른답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직접 적용해 보고 점점 나아지도록 하겠습니다.”

“어미 개는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아서 키웁니다. 새끼들끼리 서로 싸울 때 어미 개가 새끼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못 살겠다고 불평을 합니까? 지금 질문자가 처한 환경이 어미 개보다 못합니까?”

“어미 개보다는 제 상황이 낫습니다.”

“그런데 왜 질문자는 힘이 듭니까? 먼저 내가 행복해야 합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더더욱 행복해야 해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아이 키우는 것을 힘들어하면 아이들도 힘들어집니다. 아이들끼리 일상적으로 싸우는 일은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해야 해요. 그러나 싸우는 정도가 범죄 행위에 해당하면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바로잡아주어야 합니다. 그 외에는 간섭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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