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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하나를 자꾸 놓쳐요, 어떡하죠?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4.26|조회수11 목록 댓글 0


“저는 35세 가정주부인데 공부를 좀 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다시 일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어느 하나에 집중하면 자꾸 다른 하나를 놓치게 되는데 둘 다 놓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것은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고 모든 사람이 다 그렇습니다. 개인이나 단체에서 가지고 있는 역량은 일정한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역량을 한 곳에만 집중한다면 효과가 극대화될 것입니다. 그런데 역량을 두 곳으로 나눠서 집중하게 되면 각각 절반의 효과가 나게 되죠. 그러면 이것도 저것도 다 부족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렇게 보이는 것은 욕심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기가 가진 역량은 100밖에 안 되는데 200이라고 착각해서 결과에 대해서 자꾸 욕심이 나는 것입니다.

100이라는 역량을 한 곳에만 쓰면 그곳에서 효과를 100% 볼 수 있지만 이쪽에 50, 저쪽에 50을 쓰게 되면 각각 반반의 효과밖에 날 수 없는 것이 진실입니다. 능력이 100인데 여기도 100의 효과가 나고 저기도 100의 효과가 날 방법이 없겠느냐?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어떤 종교나 특정한 곳에서는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거짓입니다. 밤잠도 안 자고 열심히 노력하면 100의 능력만으로도 120까지는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쪽 일에 100을 사용하면서 저쪽 일에도 100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입니다. 단지 그렇게 되고 싶은 사람의 욕심일 뿐입니다.

욕심을 부리게 되면 이것을 할 때는 저것을 못 해서 실망하고, 저것을 할 때는 이것을 못 해서 실망하게 됩니다. 또 두 가지를 동시에 다 하려고 하면 모두 다 만족하지 못해서 실망하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엇을 해도 실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렇게 욕심을 부리게 되면 여기에서도 실망하고 저기에서도 실망하게 됩니다. 즉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욕심을 버리고 A에 집중하기로 했으면 B는 포기하고, B에 집중하기로 했으면 A는 포기를 해야 합니다. 또 두 가지를 다 하고 싶으면 그 효과를 반반으로만 보려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면 A를 해도 괜찮고, B를 해도 괜찮고, 나눠서 해도 괜찮으므로 무엇을 해도 실망이 없고 만족스럽습니다. 즉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둘 다 잘해서 모두 좋은 결과를 내고 싶은 것은 욕심입니다. 욕심을 버리면 A를 해도 괜찮고, B를 해도 괜찮고, 양쪽을 나눠도 괜찮고, 무엇을 해도 괜찮아집니다. 이것이 괴로움 없이 사는 인생의 길입니다.”

“만약 둘 다 놓치면 안 되는 상황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역량을 반반 나눠서 하고 결과에 대한 효과도 절반만 보려고 해야 합니다. 둘 다 100퍼센트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없습니다. 그것은 100퍼센트를 해내고 싶은 나의 욕심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게 살아보겠습니다.”

“인생은 비가 와도 좋고, 비가 안 와도 좋은 것입니다. 비가 오면 물이 흐르고 그 물로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농사도 지을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런데 가끔 비가 너무 많이 오면 홍수가 발생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할 수도 없고, 내리지 말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럴 때는 피해를 조금 보기도 하면서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홍수에 대비하여 둑을 쌓아 피해를 예방하면 됩니다.

또 비만 계속 오면 안 되겠지요? 햇살도 필요합니다. 햇볕이 나야 곡식도 잘 자라고 만물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태국에 답사를 갔었는데 기온이 40도를 오르락내리락해서 기진맥진한 적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햇살을 멈출 수도 없고 없애버릴 수도 없잖아요. 그럴 때는 그늘로 가서 휴식하면 됩니다.

겨울에는 좀 추워야 병충해가 없어져서 이듬해 농사가 잘 됩니다. 겨울이 따뜻해져 버리면 병충해가 많아져서 농사를 망치게 돼요. 그렇다고 너무 추워지면 모든 생물이 얼어 죽을 만큼 피해가 커지게 됩니다. 이럴 때는 피해를 감수하거나 아니면 난방 장치를 해서 피해를 예방하면 됩니다.

이렇듯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은 그 어떤 것도 다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그것이 약간 과할 때는 대책을 세우든지, 아니면 약간 피해를 보든지 하면 됩니다. 이게 인생이에요.

봄은 따뜻해서 꽃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고, 여름은 더워서 수영을 할 수 있어서 좋고, 가을은 서늘해서 단풍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으며, 겨울은 추워서 스키를 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인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이래도 문제이고 저래도 문제인 삶은 괴로운 중생의 삶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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