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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수행을 제대로 못하는 나 때문에 괴로워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4.28|조회수20 목록 댓글 0


“제가 수행을 하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괴로웠는데, 수행을 하고 나서는 오히려 나 때문에 괴롭습니다.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고 동료들과 자꾸 트러블이 생겨서 회사를 그만둔 후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수행도 시작하고 괴로움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3개월 전부터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똑같은 상황이 또 발생했습니다. 동료들과 트러블이 생겼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내가 수행을 시작했으니까 수행의 방식으로 한번 풀어보자고 도전을 해봤습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지만, 매일 108배를 하면서 연습을 하니 괴로움이 조금 줄어들긴 했습니다. 처음에는 상대방 때문에 내가 괴롭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내가 원하는 만큼 내가 못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번에는 그것 때문에 또 괴로워지더라고요.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고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질문을 드리게 됐습니다. 내가 왜 나 때문에 괴로운지 궁금합니다. 내가 괴롭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질문자가 괴로움이 생긴 이유는 상대편 때문도 아니고, 나 때문도 아니고, 내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상대편이 내가 원하는 만큼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었기 때문에 상대편을 미워했어요. 그런데 불교 공부를 하면서 ‘괴로움은 상대편 때문이 아니고 나 때문에 일어나는구나’, ‘서로 다름을 인정하자’ 이렇게 관점을 바꾸니까 상대편에 대한 미움은 없어졌는데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은 잘 안 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나에 대해서 실망을 한 거예요. 내가 원하는 만큼 내가 탁 바뀌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괴로운 겁니다.

결국 수행을 하기 전과 후가 똑같은 겁니다. 예전에는 ‘상대방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고 바랬는데 그 사람이 안 바뀌니까 내가 괴로웠고, 이제는 상대편은 놔두고 ‘내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고 바랬는데 내가 안 바뀌니까 괴로운 거예요. 예전에는 상대편 때문에 괴로웠고, 지금은 나 때문에 괴롭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정반대인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기 때문에 괴롭다는 측면에서 똑같은 겁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괴롭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되기를 바라죠.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내가 원하면 다 이루어져야 한다’ 하고 집착을 해요. 집착을 하니까 안 되면 괴로운 거예요. 그런데 조금만 살펴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된다고 해서 그 결과가 반드시 좋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좋을 뿐이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 실컷 먹었다면 그 결과가 좋을까요? 이튿날 아침에 배탈이 나거나, 과체중이 되거나, 자기 혼자 많이 먹었다고 다른 사람들한테 비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잠깐은 좋은데 지나 놓고 보면 나쁘죠.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가 없고, 또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좋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이루고 싶으면 노력을 더 해야지 괴로워해서는 안 됩니다. 노력을 했는데도 안 되면 그만 두면 됩니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괴로워하는 것은 원하는 대로 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그리고 원하는 대로 된다고 반드시 좋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몇 번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면 돼요. 그래도 해보고 싶으면 다시 노력할 뿐이지 괴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구해서 또 해보면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안 된다고 괴롭다면 그 이유는 욕심을 내기 때문입니다. 열 번해서 될 것을 두 번이나 세 번 만에 되려고 하기 때문에 금방 실망하고 좌절하는 거예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다만 최선을 다하되,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그만입니다. 되고 싶으면 연구해서 더 노력하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이건 오히려 안 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그만두면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훨씬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어요.”

“네, 제가 나에 대해 집착을 한 것 같습니다.”

“내가 남이나 나에 대해서 ‘이렇게 변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은 누구에게나 가질 수 있는 바람이에요. 그런데 ‘변해야 된다’ 하고 집착을 하면 안 될 때 괴로움이 생깁니다. ‘갔으면 좋겠지만 못 가도 그만이다’ 이런 마음 자세를 가지면 ‘갔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은 있지만 집착은 없기 때문에 괴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될 때 괴롭잖아요. 왜냐하면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고 집착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노력을 하면 됩니다. 다만 집착을 하면 안 됐을 때 괴로움이 생긴다는 거예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원하는 것이 있으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하면 돼요. 가고 싶으면 가면 되고, 못 갈 상황이면 안 가면 됩니다. 그런데 못 갈 상황인데도 ‘나는 가야 돼!’ 이렇게 집착하면, 상황이 못 가게 되었을 때 괴로울 수밖에 없는 거예요.”

“노력을 하되 그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씀이시죠?”

“질문자가 어떤 사람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변화시켜도 돼요. ‘제가 볼 때 이렇습니다’ 하고 제안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내가 말한 대로 안 한다고 해서 ‘내가 몇 번을 얘기했는데도 너는 왜 안 하니?’ 이렇게 화를 낸다면 그 사람이 변해야 한다는 것에 내가 집착하는 거예요.”

“제가 상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 것이 내 쪽으로 다시 넘어온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변하기를 원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이번에는 내가 변해야 한다는 데에 또 집착한 것 같습니다.”

“내가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면 또 괴로운 거예요. 집착이 안 내려놓아지니까요. 물은 모양이 없습니다. 동그란 그릇에 담으면 동그랗게 되고,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나게 됩니다. 그것처럼 모든 것은 인연을 따라서 이루어집니다. 네모난 그릇에 물을 담으면서 세모가 되길 바라면 그렇게 될 수가 없잖아요? 자식이든 남편이든 상대에게 ‘이렇게 해주세요’ 하고 요청하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상대가 그렇게 안 한다고 내가 화를 내는 것은 집착을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옳다’ 이렇게 주장을 하기 때문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겁니다.

내비게이션처럼 한번 해보세요. 내비게이션이 ‘우회전입니다’ 했는데도 계속 직진하면, 내비게이션이 화를 벌컥 내면서 ‘오른쪽으로 가라는데 왜 안 가!’ 이렇게 안 하잖아요. 지금 위치에서 다시 계산해서 ‘오른쪽으로 가세요’, ‘돌아가세요’ 하고 계속 얘기만 할 뿐이지 화를 내지는 않습니다. 그것처럼 상대가 잘못했다 싶으면 ‘그러면 안 돼요.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하고 얘기하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그게 안 된다고 화를 내는 것은 ‘내가 옳다’ 하고 집착을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집착을 내려놓아야 된다’ 하는 것에 집착하면 집착을 내려놓지 못하는 나를 갖고 또 괴로워하게 됩니다. 이해가 됐어요?”

“네. 이해가 됐습니다. 속이 확 풀리는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나 나 때문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어서 내가 괴로운 것이고, 또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에 집착해서 괴로움이 생겼다는 것을 오늘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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