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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별일 아니구나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5.01|조회수35 목록 댓글 0

아빠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딸을 어떡하면 좋을까요?

“저는 고1 딸아이가 있습니다. 딸은 학업과 미래의 삶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자기 인생은 아빠 때문에 이미 망쳤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아무 선택권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친구들에 대해서도 그저 들어주기만 하고 맞춰주기만 하는 성격이 되었다고 합니다. 자기를 이렇게 만든 아빠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합니다. 아빠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화조차 하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는 게 두렵고 죽고 싶다고도 합니다. 제게는 다음 생에는 만나지 말자고도 합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다가, 고등학교 졸업하면 독립할 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래요. 지금은 병원에서 미술치료를 받고 있는데, 남편은 딸이 달라지는 게 없다면서 말립니다. 오빠처럼 어릴 때 확 잡았어야 했는데, 그때 말렸다고 저를 탓합니다. 남편 편도 되어줄 수 없고, 아이 편도 되어 줄 수 없어서 정말 답답합니다. 어떻게 하면 남편과 딸이 예전처럼 식탁에 앉아 오순도순 얘기하며 식사할 수 있을까요?”


“남편과 딸이 예전처럼 식탁에 앉아 오순도순 얘기하며 식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마세요. 꿈도 꾸지 마세요. 그런 허황된 욕심을 내기 때문에 문제가 안 풀리는 겁니다. 부녀가 지금 얼굴도 안 보겠다는데, 무슨 수로 둘이서 밥상에 앉아 오순도순 얘기하도록 하겠어요? 왜 그렇게 허황한 생각을 하느냐는 겁니다. 그런 허황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괴로울 수밖에 없죠.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그만하길 다행이다’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가 더 이상 악화되지만 않으면 좋겠다.’
‘아이가 자살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편이 아이를 때리지만 않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불가능한 욕심을 내고 있기 때문에 질문자가 괴로운 것이지, 아이와 남편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아이는 지금 정신적으로 어려우니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남편은 아이에게 병이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남편이 정신질환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그걸 어떡하겠어요? 남편이 ‘치료받지 말아라’ 그러면 ‘알겠습니다’ 하면서 치료를 계속 받으면 됩니다. 아이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할 수가 있겠어요? 남편하고 싸운다고 해서 해결이 안 됩니다. 그러니 치료는 계속 받으면 됩니다.

병의 치료에는 낫게 하는 게 있고, 더 이상 악화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있고, 악화 속도를 늦추는 게 있습니다. 병이 낫지 않는다고 치료를 멈추면, 바로 악화되어서 자살하는 사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가볍게 조언을 해주면 됩니다.

‘그래, 네 말대로 스무 살이 되면 독립해라. 하지만 그전에는 한집에 살아야 하지 않겠니? 집을 나갈 수도 없고, 밥도 먹어야 하니, 아빠 비위를 좀 맞춰주는 게 좋겠다.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 보거라. 아빠와 딸의 관계를 떠나서도 아빠에게 너무 자극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

이 정도의 조언만 하면 돼요. ‘아빠가 옳으니까 아빠 말을 들어라’ 이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또 남편에게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조금 어렵다고 의사가 그럽니다. 자꾸 윽박지르면 해결이 안 됩니다. 그러니 조금 기다려 봅시다. 스무 살이 되면 아이가 독립하니까, 그때 알아서 살아가도록 조금 기다려 봐요’

그래도 남편은 자기 성질대로 안 된다고 아이를 병원에 못 다니게 하거나, 때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고 있고, 가출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이만하길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큰 문제가 아니에요. 아이에게는 병이 있고, 남편은 아이의 병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생긴 갈등일 뿐입니다. 별 일이 아닙니다.

아이의 병이 다 낫고 부녀가 오손도손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도록 바라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건 지나간 옛날 얘기예요. 이미 아이는 병을 갖게 되었고, 부녀 관계는 나빠진 상황입니다. 마치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남북이 서로 오손도손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과 똑같습니다. 지금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긴밀하게 맺고 있고, 북한은 핵을 만들어서 난리인데, 어떻게 둘이 사이좋게 오손도손 지내겠어요? ‘전쟁이 안 나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하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전쟁이 안 나도록 해야겠다는 목표를 잡아야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것처럼 남편이 강제로 병원 치료를 못하도록 막거나 경제적 지원을 끊지 않고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남편한테는 ‘애를 때리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애한테는 ‘그래도 병원에 다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그래도 학교에 가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당장 자살하겠다며 난리 피우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아요. 실제로 그런 일이 생겨 봐요. 이만해도 괜찮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죠. 질문자가 욕심을 버리면 별 문제가 아니에요.

부녀가 오손도손 식탁에 앉아 밥을 먹게 하는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그것은 허황한 얘기예요. 그런 허황한 기대를 갖고 살면 아무 문제도 해결이 안 됩니다. 오히려 인생이 매일 불행해져요. 지금이라도 ‘우리 남편이 애를 안 때려서 다행이다’, ‘우리 아이가 안 죽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남편, 이런 아이를 둔 나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아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남편이 중요한 게 아니고, 질문자가 행복한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관점을 그렇게 바꿔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네, 알겠습니다.”

"하여튼 여러분은 남만 고치려고 해요. 절대 자기를 고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입만 열면 아이 고치고 남편 고치는 얘기만 해요. 전부 남들이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 거예요.”

"네, 욕심을 버리도록 하겠습니다. 스님 말씀을 항상 머릿속에 새기며 살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저는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강합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주목받고 싶다는 생각으로 보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모님은 시키는 대로 대학 원서를 쓰지 않았다고 저를 때리고 발로 밟았습니다. 부모님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제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분노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저는 직장에서의 갑질과 폭언, 성희롱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주 잘 먹고 잘 삽니다. 지혜롭게 보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대화를 마치고 스님은 질문한 분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소감을 다 듣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문제가 있습니다. 밥을 못 먹는 일, 비를 피할 수 있는 집이 없는 일, 마실 물이 없는 일에 부딪치면 여러분들이 지금 하는 고민은 고민의 축에도 안 들어갈 겁니다. 지금 하는 고민은 모두 밥을 먹고 있고 집에 살고 있고 애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이에요. 그래서 이런 일을 해결하면 또 저런 일이 생겨요.

별 일 아니구나!

여러분이 지금 고민하고 있는 그 일을 해결하면 앞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아니에요. 주먹만 한 일이 생기면 손가락만 한 일은 일 같지 않다고 느껴지는데, 주먹만 한 일이 없어지면 손가락만한 일이 제일 큰일이 됩니다. 엄지손가락만 한 일이 없어지면 새끼손가락만 한 일이 제일 큰일이 되고, 새끼손가락만 한 일이 없어지면 콩알만 한 일이 제일 큰일이 되고, 콩알만 한 일이 없어지면 좁쌀만 한 일이 제일 큰일이 돼요.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다 자기가 겪는 일이 제일 큰일인 줄 알고 살아갑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생각을 조금만 바꾸시면 ‘별일 아니구나’ 하고 느낄 수가 있게 됩니다. 별 일 아닌 줄을 알고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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