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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욕심을 버리면 무슨 재미로 사나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6.17|조회수46 목록 댓글 0


“스님께서는 고민 없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욕구를 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욕구를 버리는 것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인가요? 세상을 살다 보면 욕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욕구를 버리고 아무 욕심 없이 산다고 하면 무슨 재미로 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욕구가 없어도 재미있게 살 수 있어요. 제가 젊었을 때 소꿉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요. 그 친구는 소위 말해서 잡기(雜技)를 좋아하는 친구였습니다. 장기 두고, 바둑 두고, 화투 치고,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것이 조금은 과하다고 싶을 정도였어요. 제가 그런 사람하고 친구로 지내니까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생각했죠. 어느 날 그 친구가 이런 얘길 했어요.

‘사람이 돈을 버는 이유는 즐기려고 버는 건데 너는 무슨 재미로 사느냐?’

즐거움을 쫓지 않고 사는 것이 진짜로 가능한지, 아니면 남몰래 즐기는 것이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미국에 이민을 가서 살다가 LA 폭동 사태가 났을 때 가게가 불타면서 다시 한국으로 오게 됐어요. 미국에서 살고 싶어 하는 재미 교포인 아내와 한국에 홀로 살고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괴로워했습니다. 그때 ‘깨달음의 장’이라고 하는 정토회의 수련 프로그램을 다녀와서는 저한테 ‘이제는 잡기(雜技)를 하지 않고도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 하고 말했습니다. (웃음)

질문자에게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즐거움을 쫓는 욕구 없이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질문자는 내가 무엇을 얻고자 하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다 욕망이라고 오해하고 있어요. 저 역시도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구 환경을 지키고 싶고,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고, 사람들이 괴로움 없이 살기 위해 수행을 했으면 좋겠고, 토양과 인체에 이로운 유기농을 했으면 좋겠어요. 아무런 욕구가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고 싶은 욕구가 괴로움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욕구가 괴로움으로 이어지면 그것을 ‘욕망’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욕망을 욕망인 줄 알고 내려놓으면 괴롭지 않게 살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모든 마음을 버리고 돌멩이처럼 살라는 말이 아니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도 그 일을 하면서 괴로워합니다. 원하는 만큼 안 되면 원인을 연구하고 방법을 달리해서 더 노력하면 되는 일이지 괴로워할 일은 아닙니다. 노력해 보고 안 되면 포기하면 되는 일이지 괴로워할 일은 아닙니다. 노력하지 않고 공짜로 얻으려는 마음이 있어서 괴로운 겁니다. 예를 들어 설악산을 오르고 싶다면 오르고 싶은 그 마음이 욕망은 아니에요. 다리도 안 아팠으면 좋겠고, 땀도 안 났으면 좋겠다는 것처럼 아무런 노력 없이 오르고 싶다는 그 마음이 욕망이라는 겁니다.


노력 없이 얻고자 하는 마음은 필연적으로 괴로움으로 이어집니다. 설악산을 오르고자 한다면 비상식량을 챙겨서 등산화를 신고 많은 시간을 들여 땀을 흘릴 각오를 해야 합니다. 힘들면 쉬었다가 다시 올라가면 되고, 너무 힘들면 설악산을 안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욕망과 원(願)의 차이는 하고 싶은 마음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 드러납니다. 하고 싶은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마음이 괴로우면 욕망이고, 괴롭지 않으면 원(願)입니다. 돈이 내 생각만큼 안 벌린다고 괴로워하니까 욕망이라고 말하는 것이지 돈을 벌려고 하는 그 마음 자체를 버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돈을 벌고 싶으면 버세요. 그러나 원하는 만큼 돈이 벌리지 않는다고 해서 괴로워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자꾸 괴로움이 생길 때는 욕망을 버리면 괴롭지 않게 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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