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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7.30|조회수50 목록 댓글 0


“결혼을 한 후 어떻게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일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직장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건강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제 나름의 기준을 세워서 그 기준에 부합하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삶의 동력이랄까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요?”

“재미나 기분 좋은 것을 너무 추구하면 쾌락에 빠지기 쉬워요. 지속되는 재미는 쾌락적인 것밖에는 없습니다. 삶의 안정감을 가지려면 일상에서 재미를 느껴야 해요. 예를 들어 아침에 눈을 딱 떴는데 내가 살았어요!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병원에 있어보면 눈 감은 채 못 일어나는 환자들이 많잖아요. 살아 있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만약 버스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합시다. 그로 인해 한쪽 팔이 부러졌어요. 아파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죽고 나 혼자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면 팔 한쪽 부러진 건 아랑곳없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기독교 신자라면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고 기뻐하겠죠.

살아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관점을 바탕에 두고 삶을 살아야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늘도 살았네!’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질문자가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 등 소소한 재미라고 표현했던 것들도 사실은 엄청난 욕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인들은 늘 저에게 ‘잠자는 듯이 죽었으면 좋겠다’ 하고 말합니다. 이것이 소박한 바람 같나요? 아니에요. 엄청난 욕심입니다.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보다 더욱 이루기 어려운 욕심을 부리는 겁니다. 그러니 소소한 재미를 따지지 말고 일상적인 재미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아플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어서 감사하다’,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어서 감사하다’ 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건강하기만을 바란다면 아픈 것이 불행이 됩니다. 그러나 ‘굶주리지 않고 밥만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고 마음을 내면 고민거리가 싹 사라집니다. 그렇다고 무기력해질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삶에 생기가 돕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도 저의 에너지가 넘쳐 보이죠? 수행을 열심히 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는 주로 오지를 다니기 때문에 저절로 생기가 돋습니다. 물을 구하기 위해 2km를 걸어가야 하는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일을 하거나, 홍수가 나서 엉망이 된 마을에 집을 지어주는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내가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게 됩니다. 살아 있는 것보다 더한 기쁨은 없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먼 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녔어요. 비포장 길을 걸어가다 보면 가끔 지나가는 트럭이 저를 태워줄 때가 있었습니다. 트럭 꽁무니에 타고 학교 가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요. 트럭에 태워주기만 해도 무척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3세계에 가서 트럭 뒤에 탄다든지, 비행기를 서른 몇 시간 동안 탄다든지 하는 것들이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공항을 경유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힘들어하는데, 저는 지금도 해외 출장을 다닐 때 두 번 혹은 세 번씩 경유지를 거치는 비행기를 탑니다. 공항은 제가 다니는 오지에 비하면 화장실도 있고, 물도 나오고, 시설이 정말 좋습니다. 직항 타고 일찍 도착해서 놀면 뭐 합니까. 직항 대신 공항을 몇 곳 경유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잖아요. 그 돈이면 물이 없는 오지 마을에 핸드펌프 몇 개는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면 어떻게 지내도 불편하지 않아요. 사는 게 굉장히 편안해집니다.

질문자는 지금 ‘매일 똑같은 일을 해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늘도 살았네!’ 하고 외쳐 보세요. 요즘 직장이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 아침에 직장에 출근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사실은 큰 복입니다. 실직을 해보면 매일 출근할 수 있는 것이 큰 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면 인생이 점점 행복해집니다.

어차피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일을 할 것이 없잖아요?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 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낫잖아요. 그 일을 하면서 맨날 불평하면 결국 질문자만 손해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살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걸어 다니지 않고 차를 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이렇게 일상에서 자꾸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질 때 얼굴에도 생기가 돌게 됩니다.

저는 코로나19 이후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를 짓고 살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 매일 풀을 베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매일 농사일을 하면 저녁마다 팔과 다리가 쑤시고 아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운동 삼아하는 거예요. 골프를 치며 소비적으로 노는 것보다는 풀을 베며 생산적으로 노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맑은 공기와 함께 운동할 수 있으니 이것은 돈으로 따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이렇게 본인이 처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아이디어가 자꾸 생깁니다. 뜻대로 안 된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안 되면 ‘어떻게 하면 되지?’ 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안 되면 저렇게 해 볼까?’ 하고 연구를 할 때는 괴로움이 안 생깁니다.

그럼 실패했을 때 괴로움이 생기는 건 왜 그런 것일까요? 아직 성공할 시기가 안 되었는데 성공해야 한다고 욕심을 내기 때문에 좌절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모든 인류의 발전은 실패해서 온 것입니다. 실패한 경험 때문에 ‘왜 실패했지!’ ‘이렇게 해 볼까?’, ‘저렇게 해 볼까?’ 하는 의문을 갖고 해결책을 찾게 되는 겁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인류의 모든 발견이 실패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실패가 좌절과 절망을 가져온 것이 아니고, 욕심이 좌절과 절망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실패는 연구의 계기를 마련하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으로 가는 길이 됩니다. 이렇게 관점을 좀 가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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