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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아내는 갈등이 생기면 인연을 끊습니다, 어떡하죠?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8.14|조회수15 목록 댓글 0


“아내가 제 형님에게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은 후로 독단적으로 행동해서 가족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저는 결혼한 지 13년이 되었습니다. 제 아내는 자존심이 엄청 강하고, 화도 많고, 고집도 세고, 오지랖도 매우 넓습니다. 5년 전에 당뇨병이 심해졌는데 제 충고를 무시하고 살다가 심장 수술도 받았습니다. 평소에 아내는 아이들한테도 큰소리를 많이 치고, 사람들의 다름도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만약 누군가 여러 번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하면, 자기보다 나이가 많더라도 훈계하듯이 큰소리로 따지고 싸워서 아예 인연을 끊는 타입입니다. 13년 동안 같이 살면서 아내가 인연을 끊은 친구들이나 친척들을 여러 명 보았습니다. 작년 말에는 저희 형님하고 갈등이 생겨서 인연을 끊었습니다. 문제는 형님으로 인해 제가 좋아하는 어머니한테까지 피해가 가고 있다는 거예요. 형님은 젊을 때 이혼을 하고 어머니와 둘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어머니를 뵈러 자주 갔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저희 형님이 있는 곳이라면 제사는 물론 각종 가족 행사에도 가지 않습니다. 아내는 형님을 마주치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고 합니다. 형이 문자로 몇 번 사과도 했지만 아내가 안 받아줘요. 제가 화해시키려고 하면 아내는 그럴 거면 이혼하자고 대놓고 말합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픈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런데 아내의 좋은 점은 뭐예요?”

“글쎄요. 좋은 점은 상황 판단을 순간적으로 잘한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제가 못하는 생각도 하는 것 같아서 좋았는데 막상 결혼을 해서 살아 보니까 성격이 불같고 큰소리를 많이 칩니다. 불덩이가 뜨거우면 내려놓으면 되는데 어리석게 그걸 내려놓지 못하더라고요. 제가 ‘그래봤자 당신만 손해다, 왜 그렇게 인생을 힘들게 사느냐’고 해도, 본인은 사십몇 년을 이렇게 살아서 편하다고 계속 고집을 부려요. 제가 옆에서 조언을 해도 잘 안 통합니다.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왜 같이 사는 거예요? 그렇게 아내한테 불만이 많으면서 아내가 이혼하자 하면 '잘됐다' 하고 이혼해 버리면 되잖아요.”

“이혼도 생각을 해봤어요. 그런데 저희 형님도 이혼을 했는데, 저까지 이혼하면 어머님이 충격이 클 것 같아요. 저는 직장 다니면서 혼자 살 수 있는데 아직 애들이 걸리고요. 저희 쌍둥이 아들딸이 지금 12살입니다.”

“애들은 엄마가 키우고 질문자는 양육비만 꼬박꼬박 지불하면 되잖아요. 그러고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아이들을 만나면 되죠.”

“이혼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

“지금 질문자가 아내하고 같이 살기가 어렵다고 얘기하잖아요. 성질이 불같고, 맨날 남하고 싸워서 인연을 끊고, 남편 말 안 듣고 고집부리고, 건강도 제대로 관리 안 한다고요. 질문자 얘기만 들으면 아내가 문제가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런 사람과 같이 사는 게 이상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제가 희생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좀 힘들더라도 저만 희생하면 일단 아내도 편하고 애들한테도 좀 좋지 않을까 해서요. 저 혼자만 편하게 살면 안 되니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요. 스스로 희생하겠다고 자기가 선택을 했잖아요. ‘형님도 이혼했는데 나까지 이혼하면 어머니에게 충격이 될 거다, 엄마를 생각해서도 이혼 안 하는 게 좋겠다, 애들을 생각해서도 이혼 안 하는 게 좋겠다. 나만 조금 참으면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질문자가 지금 이렇게 얘기했잖아요. 질문자 얘기대로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이혼을 안 하는 게 좋겠다면 어머니에게 물어보면 되잖아요.

‘어머니, 아내가 어머니를 보기 위해 한 번 다녀간 후 제가 이혼하는 게 낫겠어요? 어머니한테 안 오더라도 제가 이혼 안 하고 사는 게 낫겠어요?’

어머니는 '아이고, 나한테 안 오는 건 괜찮다. 이혼하지 말고 살아라' 이럴 거예요. 애들한테도 '엄마랑 이혼하고 내가 너희를 돌보는 게 낫겠냐, 엄마하고 같이 사는 게 낫겠냐?' 물어보세요. 애들도 '아이고, 아빠 엄마하고 같이 사는 게 낫다'라고 할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이 좋은 상황이잖아요.

아내가 형님이 싫어서 시댁에 안 가는 게 무슨 대수라고 그렇게 고민을 해요? 질문자는 본인이 희생한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질문자의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사실은 희생을 안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내가 시댁에 안 가겠다는 게 무슨 문제예요? 아내가 '이혼을 했으면 했지 시댁에 안 가겠다' 하면 '그러면 집에 있어라' 하고 혼자 다녀오면 되죠. 질문자까지 못 가게 안 하는 것만 해도 다행이에요. 보통 사람은 그럴 때 남편도 못 가게 한단 말이에요. 질문자를 못 가게 안 하는 정도만 해도 고맙게 생각해야죠. 아내가 싫다는데 왜 어머니한테 끌고 가려고 그래요?”

“저희 어머니가 애들을 너무 좋아하세요.”

“그럼 질문자가 애들을 데려가면 되잖아요. 왜 가기 싫다는 아내를 억지로 데려가려고 해요? 이런 상황을 보면 질문자가 아내를 위해 희생한다는 말에 별로 설득력이 없어요. 아내의 그런 특징을 인정도 안 하면서 질문자가 희생을 하기는 뭘 해요? 지금 질문자도 자기 식대로 하겠다는 거예요. '어머니한테 너랑 애들이랑 같이 가야겠다. 네가 안 가겠다는 게 말이 되냐?' 지금 이러고 있는 거예요.

부부도 사이가 나빠지면 이혼을 하는데, 아내가 형님하고 갈등이 생겨서 안 만나는 게 뭐가 문제예요? 질문자는 지금 조그마한 일을 문제 삼아서 큰 사건을 벌이려고 하는 거예요. 질문자는 자기 고집대로 안 되니까 털끝만 한 일로 큰 손해를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에요.”

“다음 달에 저희 조카가 결혼식을 해서 친척들이 다 모입니다. 저희 형님이 가면 아내하고 애들은 안 갈 거거든요.”


“친척의 결혼식에 좀 안 가면 어때요? 조카가 결혼하는데 아내가 꼭 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질문자는 아내의 불편한 마음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체면만 생각하고 있어요. 질문자가 희생한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내가 볼 때는 전혀 양보하려는 마음이 없어요. 질문자의 말대로 아내가 한 번 상처를 입으면 화해를 안 하는 성격이라면, 안 살려면 몰라도 같이 살려면 인정을 해야 합니다. 아내를 우선 생각해서 '아내를 보호하려면 형님을 안 만나는 게 좋겠다' 이렇게 정리를 해야죠. 그래서 아내가 형님이 싫어서 시댁에 안 가겠다고 하는 정도는 수용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나까지 못 가게 하면 조금 문제가 있지만 결혼식 같은 행사에 안 가겠다는 정도는 수용해 줄 수 있지 않아요? ‘알았다, 결혼식은 나 혼자 다녀올게’ 이러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상대방 가족들에게 미안하면 축의금을 좀 많이 내면 됩니다. 둘이 가서 30만 원을 낼 걸 혼자 가서 50만 원 내면 되잖아요. 부부 사이에서 그 정도의 요구는 수용해 줘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저희 집사람은 자기가 기분 나쁘니까 애들도 데리고 가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면 애들을 놔두고 가면 되지요. 결혼식장에 애들이 꼭 가야 합니까? 10살 남짓한 아이들이 결혼식에 가서 뭐 해요?”

“제가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나 봅니다.”

“질문자는 부인의 아픔은 보지 않고 자기 체면을 더 중요시하고 있는 겁니다.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에요. 부인의 성격이 좋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부인의 성격이 그렇게 생긴 걸 어떡해요? 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갈등이 해결될 수 있어요. 이런 문제는 결혼생활에서 부차적입니다.”

“이혼하지 않으려면 늘 집사람에게 맞춰주면서 살면 될까요?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지면 좋을까요?”

“같이 살려면 아내에게 맞춰야 합니다. 아내가 ‘안 가겠다’ 하면 ‘그래라, 다음에 가자. 나 혼자 다녀올게’ 하면서 뭐든지 흔쾌하게 좀 받아줘 봐요. 그러면 별 일 아닙니다. 부부가 화합해서 사는 것이 주변의 눈치를 보며 사는 것보다 백배 더 중요합니다. 질문자는 티끌 같이 작은 것을 문제 삼아서 가장 중요한 가정을 깨려고 하고 있어요. 질문자의 생각이 잘못된 겁니다. 부인의 성격이 그렇게 타고난 것은 부인의 문제이고, 그런 성격을 가진 여자하고 같이 살 건지 말 건 지는 질문자가 결정해야 합니다. 같이 살겠다고 결정했으면 상대를 존중해야 해요.

이혼해서 나 혼자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정말 큰일입니다. 그러니 사소한 것들은 수용해 주고 이혼을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남의 결혼식장은 질문자 혼자 가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어머님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할까요? 집사람에게 신경을 더 써야 할까요?”

“정상적인 남자라면 집사람에게 더 신경을 써야죠. 스무 살이 안 된 미성년자라면 부모가 더 중요하지만, 결혼을 한 이후에는 부인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이것은 불효와 아무 관계가 없어요. 결혼을 한 남자는 내 가정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질문자는 지금 내 가정을 팽개치고 남의 시선만 자꾸 신경 쓰고 있는 거예요.”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정신을 좀 차려야 해요. 부인의 성격을 핑계로 잡아서 모든 것을 다 부인의 잘못이라고 덤터기를 씌우고 있는 겁니다. 부인의 불같은 성격은 문제가 있는 게 맞아요. 하지만 부인의 관점이 모두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어요. 애들이 엄마하고 같이 사는 것에 크게 문제가 없으면 아내의 성격은 받아들이고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 살아라는 뜻이 아닙니다. 아내는 성격이 저렇다고 인정하면 돼요. 어머니가 ‘며느리는 왜 안 왔냐?’ 하면 이렇게 대답하면 됩니다.

‘죄송합니다. 아내의 성격이 좀 강한 게 있어서 한 번 삐지니까 잘 안 돌아오네요. 어머니가 좀 이해해 주세요. 같이 가자고 요구하다가는 이혼할 수도 있어요. 이혼하는 것보다는 시댁에 안 오는 게 낫잖아요.’

그러면 시어머니가 ‘그래, 맞다’ 이렇게 말할 가능성이 높지 이혼하라고 말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혼하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속이 썩으실 것 같습니다.”


“속이 썩어도 어떡해요? 이 세상에 속이 하나도 안 상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남북이 전쟁을 안 하면 좋지만 지금 남북의 지도자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전쟁을 하려고 그러잖아요. 여야가 싸우지 않으면 좋겠지만 지금 서로 원수가 되어서 맨날 싸우잖아요. 그런 모습도 보면서 우리가 살잖아요. 남북이 싸워서 주는 피해가 더 클까요? 아내가 형님과 싸워서 주는 피해가 더 클까요?”

“남북이 싸우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줍니다.”

“질문자는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주는 것을 보고 살면서도 왜 작은 것을 못 보고 사느냐는 거예요. 그러니 아내와 형님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사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서로 보기 싫다고 하면 ‘그래, 보지 마라’ 이렇게 말해줘야 해요. 부인이 시어머니를 보러 안 가는 것보다는 나와 부인이 이혼하는 것이 아이들한테는 더 큰 충격을 안겨줍니다.”

“그럼 아내가 형님을 죽을 때까지 안 봐도 될까요?”

“죽을 때까지 안 봐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보기 싫은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원하는 대로 해라’ 이렇게 마음을 갖되, 한 번씩 얘기는 해 봐야 됩니다. 시댁에 갈 때마다 ‘오늘 시댁에 갈 건데 같이 갈래?’ 이렇게 물어보고 안 가겠다고 하면 ‘그래, 알았다. 다음에 가자’ 이렇게 말하고 넘어가면 돼요. 아예 안 물어보면 가고 싶어도 못 가게 되니까 한 번씩 물어봐주기는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살다 보면 마음이 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네, 잘 알았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서로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다 자기식대로 하려고 하니까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질문자는 자꾸 상대가 자기식대로 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내 식대로 하려는 데서 생긴 문제라는 관점을 가지셔야 합니다.”

“아내의 성격을 인정하고 좀 힘들더라도 맞춰가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자꾸 자기 체면만 생각하면, 질문자가 엄마를 생각하거나, 형님을 생각하거나, 친구를 생각하거나, 친척을 생각할 때마다 부인은 더욱더 상처를 입게 됩니다. 부인 입장에서는 ‘저 인간은 내 생각은 안 하고 남 생각만 한다’ 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까지 고려하기보다는 부인을 더 생각하는 게 좋아요. 남의 눈치 보지 말고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소중한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나한테 아무 도움 안 되는 바깥사람들에게 자꾸 정신을 팔고 다니면 안 됩니다. 그런 성격적인 어려움을 갖고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같이 살아주는 부인한테 조금 더 애정을 갖는 게 필요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남의 눈치보다는 아내의 성격을 인정하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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