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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알아차림이 CCTV처럼 느껴져서 피곤합니다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9.02|조회수2 목록 댓글 0


“평소 명상을 할 때 감정과 생각을 지켜보고 알아차리면 고요한 내면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요즘 이 알아차림이 일상생활에서 저의 행동이나 마음을 지켜보는 CCTV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피곤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식사할 때 ‘밥을 입에 넣는구나’, ‘반찬을 집는구나’, ‘음식을 씹는구나’, ‘음식을 삼키는구나’ 하며 사소한 행동까지도 인지하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지금 여기에 늘 깨어 있으라는 수행적 관점에서 볼 때 명상에서의 알아차림과 일상생활에서의 알아차림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제가 알아차림을 잘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생활 속에서 알아차림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알아차림을 제대로 하면 피곤하지 않습니다. 바닷가에 앉아서 파도가 들어오고 나감을 알아차리는 것이 왜 피곤합니까? 성문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이렇게도 생겼네’, ‘저렇게도 생겼네’ 하는 것은 피곤하지 않습니다. 피곤하다면 질문자는 알아차리고 있는 게 아닙니다. 어쩌면 자신이 알아차려야 된다는 의도를 갖고 있거나, 알아차린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피곤할 수 있어요. 생각을 하면 에너지가 듭니다. 무엇을 해야 된다고 하는 의지를 가져도 많은 에너지가 사용됩니다.


알아차림이 불편한 이유는 첫째, 알아차린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아는 게 병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 하는 말처럼 멍청한 게 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멍청하고 싶은데 자꾸 소소하게 알아차려지니까 오히려 불편한 거예요. 즉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다르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알아차리고 있는 게 아니라 알아차리려고 애를 쓰거나 알아차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불편한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서의 알아차림과 명상에서의 알아차림은 차이가 없습니다. 명상을 할 때 초심자는 알아차리고 있는 게 아니라 알아차려야 된다고 애를 쓰고 있거나 알아차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알아차린 상태에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알아차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금방 피곤해집니다. 그러나 가만히 알아차리고 있을 때는 힘들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고 답답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뚜렷하고 편안합니다. 알아차려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나 의지를 가지면 ‘이런다고 뭐가 되나’ 하는 회의도 들고 지루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모두 알아차리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알아차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태입니다.”

“네, 이제 이해가 되었습니다.”

“알아차리고 있는지 조금 더 뚜렷하게 점검해 보면 재미있을 거예요. ‘알아차려야 한다고 의도하고 있구나’, ‘알아차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이것이 알아차리고 있는 거구나’ 이렇게 스스로 점검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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