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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인생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9.14|조회수3 목록 댓글 0


“오늘 질문자들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 스님께서 딱 맞는 답을 주셨습니다. 그분들이 어느 정도 깨달음을 얻어 본인의 자세나 생각을 바꾸어 살아가면 지금 일어난 괴로움은 없앨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생기게 될 번뇌는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대처하면 좋을지 의문이 듭니다.”

“즉문즉설이라는 것은 자세하게 물으면 답도 자세하게 나갑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물으면 답도 일반적으로 나갑니다. 질문자들이 구체적으로 내어놓는 만큼 답이 나가지 정해진 답이란 없어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보편적으로 인생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를 묻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별일 아니다’ 이렇게 대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인생에서는 사실 어떤 것도 별일 아니에요. 늙는 게 별일입니까? 크게 보면 별일 아니에요. 병드는 것이 별일입니까? 별일 아니에요. 사고가 나서 다리가 부러지는 것이 별일입니까? 크게 보면 별일 아니에요. 병원 응급실에 가보면 다리 부러진 사람, 기계 만지다가 손가락 잘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들어옵니다. 의사에게는 그런 일이 별일이 아니라 보통 일이에요.

짧은 순간 나에게서 보면 별일이지만, 지나 놓고 보거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 세상에 별일이란 없습니다. 그냥 인연 따라 흘러가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무토막이 강을 따라 흘러가다가 이쪽 기슭에 부딪혀 좀 걸려 있다가 다시 물살이 세어지면 흘러가고, 또 저쪽 기슭에 좀 걸려 있다가 흘러가고, 그런 것처럼 우리가 인생에서 직면하는 어려움도 별일 아니에요.

예를 들어 설악산에 등산을 간다고 합시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걸을 때는 평지인데 조금만 가면 개울을 건너야 해요. 더 가면 가파른 곳을 올라야 합니다. 더 가면 능선이 나오고, 어떤 경우에는 아주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해요. 어떤 곳은 숲 속이고, 어떤 곳은 뙤약볕을 쬐며 지나갑니다. 그런데 정상에 올라서 지나온 과정을 돌아보면 그냥 등산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입니다. 평평한 길도 있었고, 가파른 길도 있었고 개울을 건널 때도 있었고, 그늘일 때도 있었고, 뙤약볕일 때도 있었고, 그런 길을 지나 등산을 한 겁니다.


그렇듯이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오늘은 돈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내일은 횡재할 수도 있고, 오늘은 좋은 사람을 만날 때도 있고, 내일은 손해 날 사람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일이 잘될 때가 있고, 일이 못 될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순간은 굉장히 차이가 나지만 지나 놓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여러분이 초등학교 다니던 때를 한번 돌아보세요. 무슨 별일이 있었습니까? 그냥 아이가 학교 다닌 것뿐입니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따져보면 ‘오늘 성적이 올랐다.’, ‘오늘은 성적이 떨어졌다.’, ‘오늘은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다.’, ‘오늘은 친구와 싸웠다.’ 하면서 엄청난 별일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나에게 순간순간은 별일이지만 전체적으로 보거나 길게 보면 별일이 아닙니다. 별일이 아닌 것을 ‘공(空)’이라 하고, 별일인 것을 ‘색(色)’이라 합니다. 어떤 일이 별일인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별일이 아니고, 별일이 아닌 것 같지만 또 다르게 보면 별일이고, 그래서 반야심경에서는 이것을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크게 보면 별일 아니에요. 여러분들 중에 어제는 동생이 죽었고, 그전에는 또 누가 죽었고, 이렇게 자꾸 주위에 죽는 사람이 생기지요? 그것은 내가 늙었다는 증거입니다. 늙으면 나와 관계된 사람이 점점 죽게 되어 있어요. 어린아이가 자신과 관계된 사람이 죽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 겨우 관계된 사람이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죽는 것 빼고는 없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게 되면 친구가 죽는 일도 생기고, 형제가 죽는 일도 생기고, 친척이 죽는 일도 생깁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벌도 아니고, 전생의 죄도 아니에요. 그냥 내가 늙으면 일어나는 일입니다.

지금 일이 일어났을 때는 별일이지만 내일 되어서 돌아보면 별일 아니에요. 별일 아닌 것을 지금 알 수 있으면 일어난 일을 그냥 해결하는 자세를 가질 수가 있습니다.

제가 지난 3년간 시골에서 농사일을 했는데 저도 몸을 여러 번 다쳤고, 제 주위의 사람들도 전부 한두 번씩 다쳤어요. 그냥 집에서 약 바르고 붕대 감고 버틴 경우도 있었고, 어떤 경우는 병원에 가서 치료받은 적도 있었어요. 왜냐하면 매일 농기계를 만지기 때문에 다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전생의 죄도 아니고 그런 확률이 높아졌을 뿐이에요. 풀베기하면 벌집을 건드릴 수밖에 없고, 그럼 벌한테 쏘일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이렇게 인생은 큰일 같지만 지나 놓고 보면 다 별일 아닙니다. 1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 아직도 별일 아닌 것이 아니면 그것은 트라우마입니다. 인간의 정신세계는 지나 놓고 보면 별일 아닌 것이 정상입니다. 지나간 일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서 나에게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병이에요. 치료해야 합니다.


우리는 별일 아닌 세상에서 맨날 별일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나날이 별일인데 지나 놓고 보면 별일이 하나도 없어요. 이것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나이 든 것을 너무 한탄하지 마세요.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것이 붓다의 깨달음입니다.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면 돼요. ‘다시 또 태어나는가?’ 하는 물음은 믿음에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해탈과 열반에 들면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불교는 태어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태어남을 목표로 하면 안 태어날까 봐 겁이 나는데, 태어나지 않음을 목표로 하니 걱정할 게 없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또 살면 돼요.

스트레스받고 화가 날 때마다 ‘이것도 지나가면 별일 아니다’ 하는 사실을 기억하면 인생을 살아가기가 훨씬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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