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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를 하면 어떤 점이 좋나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09.17|조회수10 목록 댓글 0


“마음 나누기를 하면 어떤 작용이 어떻게 일어나서 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 원리가 궁금합니다.”

“마음 나누기를 하는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불교에 대한 학문과 지식을 공부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으면 차가 앞으로 가게 됩니다. 그렇게 운전하는 방법을 배워서 편리하게 운전을 하면 됩니다. 자동차를 멈추려면 브레이크를 밟으면 되고, 앞으로 가려면 액셀을 밟으면 되고, 왼쪽으로 가려면 핸들을 돌리면 되고, 비상시에는 깜빡이를 켜면 됩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들이 하고 있는 수행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어떤 원리에 의해서 그런 작용이 이뤄지는지는 학문의 영역입니다. 왜 핸들을 돌리면 차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가게 되는지, 왜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서는지, 왜 액셀을 밟으면 앞으로 가는지, 이런 내용들은 자동차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을 공부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그런 내용을 공부하면 다 알 수가 있지만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그런 내용을 다 알 필요는 없다는 거죠.

가령 한 시간 동안 같이 일을 했다고 합시다. 일을 하는 동안에 여러 가지 마음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 기분이 나빴다가, 기분이 좋았다가, 일 하러 잘 왔다 싶었다가, 괜히 왔다 싶었다가, 이렇게 마음이란 늘 죽 끓듯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일이 끝난 뒤에 ‘일을 하고 난 지금의 소감이 어떻습니까?’ 하고 물으면 그런 마음의 상태를 이야기하면 되는 겁니다.


아무 때나 불쑥 마음을 이야기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지금 마음이 어떻습니까?’ 이렇게 질문을 받게 될 때 ‘저는 지금 섭섭합니다’ 또는 ‘저는 약간 긴장이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과 마음 나누기를 해보라는 뜻입니다. 마음 나누기를 해보면 사람마다 일어나는 마음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첫째, 지금 마음의 상태를 내가 알아차리고 있느냐 하는 겁니다. 지금 마음의 상태가 어떠한지 모르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알아차림이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 나누기를 통해서 내가 알아차림이 있는지 자기 점검을 할 수가 있는 겁니다.

둘째, 마음 나누기를 하면 마음이란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사실과 스스로의 마음도 시시때때로 다르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변화에 대해서 지나치게 비중을 두지 않게 됩니다. 그때 미운 마음이 일어났을 뿐이고, 그때 살짝 화가 났을 뿐이지, 사실은 화를 낼 일도 아니고, 미워할 일도 아니에요. 마음은 시시때때로 카르마에 따라서 일어날 뿐입니다. 그래서 화가 났을 때는 ‘상대가 잘못했다’ 하고 생각하면 안 되고 ‘지금 내 마음이 이렇게 일어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일로 인해 상대에게 화를 내려고 할 때, 상대가 나한테 ‘너 주려고 선물 가져왔다’ 하면서 아주 비싼 선물을 주면 화는 금방 가라앉아 버리게 됩니다. 마음이 이렇게 경계에 따라 일어난다는 사실을 자꾸 경험하게 되면 ‘마음에 집착할 필요가 없구나’ 하고 자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마음이 이리저리 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이리저리 일어나더라도 그것에 별로 구애를 받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비가 오면 ‘오늘은 비가 오니까 안 가겠다’ 하거나, 해가 나면 ‘오늘은 날씨가 더워서 못 가겠다’ 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하던 일을 그만두기가 쉽습니다. 가기로 했으면 그냥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는 거예요. 비가 오면 우산 쓰고 가면 되고, 해가 나면 양산 쓰고 가면 되고, 추우면 옷 하나 더 입고 가면 되고, 더우면 옷을 가볍게 입고 가면 됩니다.

그것처럼 우리는 마음 나누기를 통해서 마음이 이렇게 저렇게 일어나더라도 그것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셋째, 마음 나누기를 하면 스트레스가 생길 때마다 그것이 마음속에 쌓일 겨를도 없이 덜어 내어 버릴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약간 언짢은 일이 있었다면 ‘오늘 다른 할 일이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약간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좋지 않은 감정이 심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내면에 쌓이면 다 스트레스가 되거든요. 비슷한 일이 한 번, 두 번, 세 번 반복이 되면 확 싫은 마음이 일어나 버립니다. 그래서 ‘오늘은 연락을 받자마자 약간 짜증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오면서 괜찮아졌습니다’ 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감정이 마음속에 쌓이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 나누기가 중요한 겁니다.

수행을 해보면 스님의 법문보다도 도반과의 마음 나누기가 훨씬 더 직접적으로 스스로를 알아차리게 만듭니다. 스님의 법문은 오히려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래서 정토회의 꽃은 ‘마음 나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은 ‘기분 좋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분 좋음은 반드시 기분 나쁨을 동반합니다. 행복이란 기분이 좋고 나서 뒤이어 기분 나쁨이 따라왔을 때 ‘그렇지, 무언가 얻은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지’ 하고 받아들여서 괴로움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분 좋은 일이 생겼더라도 너무 들뜨지 않아야 나중에 기분 나쁨이 오더라도 마음이 처지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완전히 고요한 마음 상태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잔물결이 이는 정도만 만들어 갈 수 있어도 우리는 비교적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인생을 길게 살든, 짧게 살든, 부자이든, 가난하든,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산속의 다람쥐도 하루하루 살만 하고. 벌레도 하루하루 살만 한데, 사람이 왜 하루하루 살 만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모두 주어진 하루를 기꺼이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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