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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 감정을 다스리기가 힘듭니다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10.16|조회수5 목록 댓글 0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의견 충돌이 일어나거나 말이 안 통하는 경우 ‘나와 생각이 다르구나’ 하면 마음이 많이 가벼워집니다. 그러나 같은 부서에서 한 팀이 되어 일하는 직원과는 의견을 나누고 조율을 할 때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인정해도 문제 해결이 안 됩니다. 어떤 때는 제 감정을 다스리기가 너무 힘들 때도 있습니다. 저는 이럴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상대를 대해야 할까요?”

“수행은 일반 종교나 도덕과 많이 다릅니다. 일반 종교나 도덕은 주로 ‘좋은 마음을 내라’, ‘잘해라’ 이렇게 가르칩니다. 그러나 수행은 ‘사실을 직시하라’ 이렇게 가르칩니다.


어떤 일을 두고 한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저렇게 생각할 때 ‘사실은 무엇인가?’ 하고 살피는 것이 수행입니다. 이 사람이 생각하는 사실은 이렇고, 저 사람이 생각하는 사실은 저렇다면 두 사람이 아무리 토론해도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럴 때 사실은 무엇일까요? 두 사람 생각이 다르다는 것만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둘 중에 누가 옳은가?’ 이렇게 사실을 확인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네가 틀렸다’ 이렇게 접근하면 상대는 오히려 자기가 더 옳다고 주장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나는 화가 더 납니다. 사람의 심리는 일반적으로 그렇게 작동을 합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이렇게 접근하면 나에게 화가 안 납니다. 서로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나에게 화가 안 일어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네가 틀렸어’ 하면 내가 화를 내면서 접근하게 되고, ‘서로 다르구나’ 하면 화를 내지 않으면서 접근하게 됩니다. 그러면 흥분하지 않고 차분한 상태에서 대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가 있습니다.


서로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대화의 출발입니다. 대화할 때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하는 전제를 갖고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겁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 대화를 하니 목소리가 높아지고, 한두 번 이야기해서 안 되면 짜증이 나는 거예요. 그러나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대화를 하면 화가 안 일어나고 스트레스 없이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대화를 나눠 보고 나서 각자의 방식대로 하자고 합의를 해도 되고, 한 사람이 양보해서 상대의 말대로 해보자고 합의를 해도 되고, 반반씩 섞어서 해보자고 합의를 해도 됩니다. 이렇게 대화를 통해 여러 해결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거예요. 그러나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상대가 굴복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이 방법은 다른 해결책이 없는 막다른 외통수입니다. 내 생각대로 되든지 안 되든지 둘 중의 하나밖에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첫째, 내가 화나지 않고, 둘째, 여러 가지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서로 생각이 다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 첫째, 한 사람이 포기하는 방법이 있어요. 현명한 사람은 내 생각을 포기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이 방법이 제일 쉬워요. 왜냐하면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 네 생각대로 한번 해 보자’ 이러면 길게 토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행이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제일 쉬운 방법을 선택하는 거예요.


내 생각을 포기해서는 안 되겠다 싶으면 상대에게 내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해서 상대가 동의할 때까지 설득을 해야 합니다. 내가 의견을 버리든지, 상대가 의견을 버리든지, 반반씩 타협을 하든지, 그것도 안 되면 따로따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지간에 방 안의 온도 문제로 의견 차이가 생겼다고 합시다. 한 사람은 덥다고 하고, 한 사람은 춥다고 할 때, 첫 번째 해결책은 춥다는 사람한테 맞춰 온도를 높이는 겁니다. 반대로 덥다는 사람이 옷을 좀 벗는 겁니다. 아니면 온도를 중간으로 맞출 수도 있습니다. 각자 방을 따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대화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아나가면 됩니다.”

“그런데 상대가 아예 남의 말을 안 들으려고 하면 어떻게 하죠?”

“상대가 내 말을 안 듣는다고 말하는 것은 본인이 남의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럴 때는 상대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생각이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어보고 따로 할지, 반반씩 할지, 내가 포기할지, 상대가 포기할지 합의를 하면 됩니다. 나보고 포기하라고 하면 포기하면 되고, 내가 포기를 못 하면 나머지 셋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서로 포기를 못 하면 반반씩 섞든지, 따로 하든지, 안 하든지, 결정을 내리면 돼요.”


“제가 포기를 하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인 것 같네요.”


“그것이 제일 쉬운 방법입니다. 그래서 수행이란 상대에게 맞추는 것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나 내 주장을 포기할 때 내가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손해를 본 것이 아니고 여러 해결책 중 하나를 내가 선택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늘 내가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스님도 늘 포기하는 건 아닙니다. 꼭 필요한 일은 밀고 나가기도 합니다. 때로는 포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적당히 타협하기도 하고, 인연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일에 따라서, 조건에 따라서, 해결책을 찾아나가면 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무유정법(無有定法)입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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