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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선택에 대해 후회가 되어서 괴롭습니다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10.17|조회수18 목록 댓글 0


“저는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가 많아서 현재 선택을 하는 것이 두렵고 꺼려집니다. 과거의 선택으로 지금이 있다는 사실이 괴롭습니다.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해서 지금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선택을 잘못해서 제가 원하는 삶을 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괴롭습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현재에 집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나고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만, 만약 질문자가 다시 그 시점으로 돌아가면 질문자는 또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한 선택이 잘못된 것 같지만, 우리는 항상 그 시점에서는 자기가 제일 옳다는 선택을 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겁니다.

질문자가 선택을 잘못한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지금 생각하면 ‘중학교 때 놀지 말고 공부할걸’ 이런 생각이 들죠. ‘그때 노는 것을 선택하지 말고 공부하는 선택을 했으면 좋았겠다’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그 시점으로 돌아가면 그때는 그 선택이 더 옳다고 생각이 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100년 뒤에 인류를 생각하면 소비주의는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바보 같은 짓이지만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안 갑니다.

그래서 여러분 모두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은 다 잘 온 거예요. 다 순간순간 제일 나은 길을 선택해서 온 결과 여기에 온 것입니다. 지금 뒤돌아보니 좀 잘못 온 것 같기도 하죠, 하지만 그때 순간순간은 다 잘 선택해서 온 거예요.


예를 들어 누가 나한테 욕을 하고 비난을 해도 내가 빙긋이 웃으면서 ‘아이고, 불쌍하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으면 내가 부처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막상 그 사람이 욕할 때는 절대 그 선택을 못 하고 같이 욕을 하게 되는 선택을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선택을 잘못해서 여기에 온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다 자기 나름대로 선택을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래서 과거를 후회할 필요가 없습니다. 선택에 대한 결과를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후회가 되는 겁니다. 나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지금 기꺼이 받아야 해요. 공부를 안 했으면 좋은 대학에 못 간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일을 안 했으면 지금 돈이 없는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남자 친구가 잘생겨서 좋아했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사기꾼이었다면 그때 잘생긴 걸 선택한 결과를 내가 받아들여야 해요.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때는 그게 좋았던 겁니다.

이런 경험이 축적돼서 ‘지금 좋다고 결과가 좋은 게 아니구나’ 하고 알았잖아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뭔가 좋은 것을 선택할 때는 멈춰서 다시 살펴봐야 해요. 지금 좋은 것이 쥐약일 수도 있고, 미끼일 수도 있고, 낚싯밥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택하기 전에 잠시 멈춰야 해요. 그런데 여러분은 지금 좋으면 곧바로 선택하잖아요. 지금 싫으면 다 외면하잖아요. 그래서 좋고 싫은 감정에 너무 끄달리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좋고 싫은 감정을 따라 선택하면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다 최선을 다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뭘 잘못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닙니다.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런데 와서 뒤돌아보니 ‘빙 둘러왔네’, ‘잘못 왔네’ 이렇게 느끼게 되는 거죠. 그러니 지나간 일은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때 좋은 걸 따라가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앞으로는 그 당시에 좋은 마음이 생기면 오히려 멈추고 한 번 더 살펴봐야겠다.’

이걸 경험 삼아서 앞으로는 이런 관점을 가지면 됩니다. 만약 그 순간에 좋은 걸 선택하고 싶다면 나중에 결과를 받아들이면 돼요. 지금 질문자가 어떤 선택을 할 때 망설여지는 것은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두렵기 때문이에요. 돈을 빌렸으면 돈을 갚아야 합니다. ‘예전에 돈을 빌리고 갚아보니 이자 쳐서 갚는 것은 힘들더라’ 하는 경험이 생겼다면 지금 당장 궁해도 돈을 빌리지 말아야 하는 거예요. 요행을 바라면 안 됩니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좋지만, 거기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렇게 생각하면 겁날 게 없어요.”

“네, 제가 책임지는 것을 조금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남자하고 만나서 연애를 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아이가 생기는 결과가 나올 수 있잖아요. 그럴 때 책임을 져야죠. 만약에 남자가 떠나버리면 혼자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러한 결과들이 벌써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잠재되어 있는 거예요. 그러니 연애를 할 때는 그런 결과가 생긴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돈을 빌릴 때는 이자 쳐서 갚아야 하는 결과가 예정되어 있잖아요.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헤어질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을 보고 딱 한 번에 마음이 들었다면,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딱 한 번에 떠나갈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원인이 있다는 것은 이미 결과가 그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냥 우연히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남자가 배신했다.’, ‘여자가 배신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인연 과보를 몰라서 그래요. 배신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이 사람을 좋아했다 저 사람을 좋아했다가 하는 것은 그냥 사람의 마음 작동입니다. 계약서를 써놓고도 해약을 하잖아요. 상대가 헤어지자고 하면 ‘그동안 고마웠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굉장히 이기주의적입니다. 내가 싫으면 그냥 떠나면서, 상대가 떠나면 의리 없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의리의 문제가 아니라 만나고 헤어지는 인간 세상의 생리입니다. 만났다가 헤어질 때 ‘3년 동안 만나서 좋았다’ 이렇게 서로 격려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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