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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와 짜증이 폭발할 때 어떻게 감정을 다스리죠?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11.07|조회수39 목록 댓글 0

화와 짜증이 폭발할 때 어떻게 감정을 다스리죠?

“금강경 4강을 배우고 나서 기대하는 마음 없이 주어진 일을 가볍게 하는 것을 수행 과제로 받아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어느 날 감기 기운이 있는 아이를 돌보느라 3시간 정도 잤습니다. 감기 기운과 새벽 정진으로 매우 피곤했습니다. 멍한 상태에서 매일 하던 일들을 하는데 모든 것에 화와 짜증이 났습니다. 사람들에게 바라는 마음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겹치면서 ‘왜 사서 걱정하고 잠을 못 자는가?’ 하며 자책을 하기도 하고, 혼자 불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겉으로는 아닌 척하며 억누르던 마음이 폭발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숨어있는 감정들을 알아차리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렇게 감정이 폭발함으로 인해 나 자신에 대해 알아차릴 수가 있는 겁니다. 평소에 얌전하거나 착한 척하면서 덮어두었을 때는 자신에 대해 몰랐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폭발을 한 번 하면 ‘내 마음속에 이런 분노와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감정이 폭발하는 것을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어요. 일부러 화를 낼 필요는 없지만 나도 모르게 폭발했다고 해서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왜 못 참았지?’ 하며 후회하는 게 아니라 ‘아! 내 속에 이런 게 들어 있었구나!’ 하며 알아차리면 됩니다.


불국사에 가면 석가탑이 있습니다. 석가탑을 수리하다가 실수로 얹힌 돌을 떨어뜨려서 돌이 깨졌어요. 문화재를 깨뜨렸으니 큰일이죠. 그런데 석가탑이 깨지면서 그 안에서 ‘무구정광대다라니’라고 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 나왔어요. 깨지지 않았더라면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몰랐을 텐데 그런 실수를 통해 알게 된 거죠. 석가탑이 깨진 것은 손실이지만 그 일로 다른 좋은 일이 생긴 거예요. 그것처럼 감정이 폭발한 건 잘못이지만, 그것을 계기로 ‘내 마음에 이런 게 있었구나!’ 하고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후회할 필요가 없어요. 모르던 것을 새로 발견하게 된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암이라는 것은 나쁜 소식이지만 그것을 발견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원래 있던 것을 찾아냈으니 최소한 오늘은 나쁠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결코 슬픈 날이 아닙니다. 오늘은 암을 발견한 기쁜 날이에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그 일을 계기로 ‘내가 감정을 많이 억누르며 살았구나!’ 하고 새로 발견하게 된 겁니다. 질문자는 후회를 했다고 하는데, 후회하는 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수행이란 화가 나면 화가 났음을 알아차리고, 화를 냈다면 사과하는 것입니다. 다시 폭발한다면 ‘아! 스트레스가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수행입니다. 이렇게 수행을 하면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다 좋은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수행은 ‘어떻게 해야 한다’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홍수가 일어나지 않으면 좋지만, 홍수가 일어나더라도 좋은 면이 있습니다. 쓰레기가 쓸려간다거나, 강둑의 약한 부위를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사건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서 우리는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현대 문명의 취약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실수를 통해서 우리는 현재를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습니다. 누군가 독버섯을 먹고 죽을 고비를 넘겼다면, 우리는 어느 것이 독버섯인지 알게 됩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독버섯을 알려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독버섯으로 내 몸이 좀 아팠지만, 그것은 많은 사람을 도와주는 기회가 되는 거죠. 이렇게 우리는 언제나 이미 일어난 일을 좋은 쪽으로 전환해 나갈 수 있습니다. 오물을 거름으로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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