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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건강이 나빠져서 가족의 생계가 걱정입니다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11.20|조회수45 목록 댓글 0

남편의 건강이 나빠져서 가족의 생계가 걱정입니다

“저는 50대 주부이고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가족들을 도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쌓이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한 현명한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몇 주 전에 신랑의 건강이 안 좋아져서 우리 가족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과 스트레스 때문에 한동안 힘들었습니다. 물론 가족들에게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는 했지만, 이 일을 겪으면서 이제는 내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제가 어떻게 하면 잘 이겨나갈 수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가요? 남편의 건강이 안 좋아져서 혹시 직장을 못 다니면 어떡하나, 나 혼자서 어떻게 생계를 꾸려나갈 건가, 이런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질문자가 그런 걱정을 한다고 남편의 건강이 좋아져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걱정을 해요?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은 질문자를 해치는 바보 같은 짓이에요.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뜻이 아니에요.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겁니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 건강이 안 좋아지잖아요. 내 건강을 해치는 한이 있더라도 돈이 벌리거나 남편의 건강이 좋아진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자기를 희생해서 남을 돕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질문자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본인의 건강을 해친다고 해서 남편의 건강이 좋아지나요? 돈이 더 벌리나요? 가정이 더 화목해지나요? 그게 아니라면 질문자는 지금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는 거예요. 자기가 자기를 해치는 것을 어리석다고 말합니다. 남편의 건강이 안 좋으면 치료를 하면 되잖아요.”

“지금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남편 건강이 어떻게 안 좋은데요?”

“관절염이 안 좋아졌습니다. 여기저기 병원을 다니면서 알게 됐는데, 계속해서 관리를 받아야 하고, 일을 좀 덜 해야 된다고 합니다. 제가 지금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풀타임으로 일을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집안일이나 아이 챙기는 것은 어떻게 잘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잘 해나가지 못하면 어쩔 건데요? 어차피 다 하게 될 거예요.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고 남편이 직장을 못 나가면 질문자가 풀타임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는 이미 많이 있습니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걸 새삼스럽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어요. 20대부터 시작해서 60대가 되도록 풀타임으로 일하는 여성들도 부지기수인데, 질문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뿐인데 그게 무슨 큰일이에요? 매일 풀타임으로 일해 온 여성들도 다 가정을 꾸려서 자녀를 낳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가정은 남편이 처음부터 돈을 못 벌어서 아내가 돈을 벌어 살기도 하는데, 질문자의 남편은 그래도 지금까지는 돈을 잘 벌었잖아요. 최근에 건강이 안 좋아진 것이고, 당장 아무 일도 못하는 수준은 아니잖아요. 업무를 조금 줄이면 수입이 조금 줄 수는 있겠죠. 그렇게 되면 질문자가 조금 더 벌든지, 아니면 소비 수준을 조금 줄이면 돼요. 소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니까 예전처럼 돈을 못 버는 상황이 다가오는 게 걱정이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등산을 한다고 합시다. 1시간에 4km씩 걸어서 하루에 32km를 걷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중간에 발을 삐거나 다리가 아프면 속도를 늦추든지 쉬든지 해야 되잖아요. 원래 계획대로 하려고 하면 무리가 됩니다. 몸이 안 좋아지면 그 조건에 맞춰서 계획 변경을 해야 되는 거예요. 내 몸에 문제가 생기거나, 산이 예상보다 너무 가파르다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도저히 빨리 가기가 어려우면 속도를 늦춰야 합니다. 내 몸에 문제가 생기든지,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든지, 주어진 여건에 변화가 생기면 원래의 계획을 변경해야 돼요.

저도 요즘 눈이 잘 안 보여서 안경 도수에 문제가 있나 해서 안경점에 갔어요. 아무리 안경으로 시력을 맞춰봐도 0.3 이상 안 나왔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수술을 해야 된다고 해요. 수술까지 할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술을 하게 되니까 미리 잡힌 일정을 다 변경해야 되었습니다. 제가 수술하는 날에도 법문이 있었어요. 그래서 수술 마치면 붕대 감고 예정대로 법문을 하겠다고 했어요. 저는 죽을 정도가 아니면 이미 정해진 일은 변경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거든요. 예전에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격리하면서 계획했던 일정들을 그대로 다 했었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붕대 감고 강의하면 대중들이 걱정한다고 말렸어요. 수술 후에는 안정을 취하는 게 좋고, 법문을 하면 눈을 긴장을 하게 되어서 좋지 않다는 의견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평생 계획을 잘 변경하지 않았는데 그날 법문을 하지 않고 쉬었어요. 오늘도 법문을 하면 안 된다고 말렸는데 이렇게 색깔 있는 보안경을 끼고 법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바뀐 상황에 따라 적절히 보완해 나가면 됩니다. 생활비가 부족하면 파트타임제 직장에서 전일제 직장으로 옮기면 돼요. 그로 인해 집안일을 할 시간이 부족하면 가족회의를 통해서 조정해 나가면 됩니다. 가족회의를 열어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제안을 해야죠.

‘아빠는 관절염 때문에 근무시간을 줄여야 하고, 엄마는 아빠 대신 근무시간을 더 늘려야 한단다. 그러니 지금까지 엄마가 했던 집안일들을 너희들이 조금씩 분담했으면 좋겠다.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식사 준비도 해야 하는데, 누가 어떤 일을 조금씩 맡아 줄 수 있을까?’

이렇게 아이들과 일감을 분담하면 됩니다. 질문자의 현재 상황을 꼭 나쁘게 볼 필요가 없어요. 아이들은 부모가 집안일하는 시간에 대부분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일에 빠져 있습니다. 집안일을 좀 분담한다고 아이들이 공부를 못 하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집안일에 참여하면서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바로 설 수 있습니다. 항상 보살핌만 받던 아이에서 한 역할을 담당하는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겁니다. 질문자도 아이를 어린아이로만 취급한다든지, 야단을 친다든지, 잔소리를 한다든지, 그렇게 하지 말고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 인정해줘야 해요. 아이들이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권리도 갖고 책임도 질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아이들은 오히려 더 빨리 성장하게 됩니다. 이것을 ‘전화위복’이라고 합니다.




가계의 경제 문제는 질문자가 지금 이직하거나 근무시간을 늘린다고 지금까지 남편이 벌어오던 것만큼 바로 대체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함께 생활비 절약에 참여하면 지출을 줄여서 보완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 부분도 가족들과 공유해서 논의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돼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보통 어떻게 푸나요? 술을 먹고 취하거나, 춤추고 노래하며 스트레스를 풀죠. 또는 드라이브를 하면서 풀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들은 이미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푸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수행은 스트레스 받을 일 자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상황은 늘 변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변화에 맞게 역할을 조정해 나가야 합니다. 누구라도 수입이 점점 줄어드는데 지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부채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공부해야 하니까 집안일을 시킬 수 없다’,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적게 줄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관점을 잘못 잡고 있는 겁니다. 어린아이들도 누구나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조금씩 나눠 갖는 게 좋습니다. 가족회의를 통해 용돈도 조정해 나가면 돼요.

물론 가계가 어려워진 상황을 아이들에게 공개해야 동의를 얻을 수 있겠죠.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혼자 고생하면서 그 어려움을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고생하느라 힘들고, 아이들은 점점 불만을 쌓게 됩니다.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질문자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요. 질문자의 근심걱정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 맞게 삶의 방식을 조정해 나간다는 관점을 가지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거기까지 생각을 못 해봤습니다.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저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아이들과도 회의를 해서 가족들과 함께 현재의 어려움을 잘 이겨나가겠습니다.”

“방금 이겨나가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겨나갈 일이 없다고 깨달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등산을 하면서 급경사를 만났을 때 ‘이겨나가자!’ 하고 각오할 필요가 없어요. 다리를 삐었을 때도 ‘이겨나가자!’ 이럴 필요가 없습니다. 각오하고 결심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가족들이 역할을 조금씩 조정해 나가면 될 일이다’ 이렇게 바라보면 좋을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걱정을 내려놓고, 주어진 조건에 맞게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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