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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이직과 퇴사를 결심할 때마다 망설임이 생깁니다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11.22|조회수38 목록 댓글 0

이직과 퇴사를 결심할 때마다 망설임이 생깁니다

“Hello Sunim. I hope you get better soon from your surgery.”

(안녕하세요 스님. 수술하셨는데 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My question is about my current job and changing jobs. Actually, I'm wondering what I should do if I don't know exactly what I want. In my current job, I try to do what I'm told to do as best as possible, but there are many times when I get annoyed with my work and I don't know what to do. I don't want to do it, and I feel that this job will not help me to build up my career or even make me happy.

But when I decide to quit the job and try to do something else, this comes to me that &what would be the big difference?& so I rethink. Also, I feel sorry for the company or colleagues I work with whenever I decide to leave the company. So I think maybe it is because I have to be satisfied with what I have now, but I feel that I am greedy, which makes me suffer.

I haven't done anything particularly wrong to my colleagues or the company I currently work for, and they haven't done anything particularly good to me either. But whenever I decide to leave the company, I worry about being criticized and I feel sorry for them whenever I think about the moment I tell them I quit. I really don't know why these worries and thoughts keep repeating every time I decide to quit and change jobs, so I would just like to get your advice about this. Thank you.”

(현재 직업과 이직에 관한 질문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이 실제로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직장에서는 최대한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지만, 일이 짜증 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아요. 하기 싫고, 이 일이 제 커리어를 쌓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고 행복하지도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결심하면 '큰 차이가 뭐가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또 퇴사를 결심할 때마다 회사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제가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해야 하는데 욕심을 부려서 괴로운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나 동료들에게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고, 그들이 저에게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퇴사를 결심할 때마다, 그만둔다고 말하는 순간을 떠올리면 비난을 받을까 봐 걱정되고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직과 퇴사를 결심할 때마다 왜 이런 고민과 생각이 자꾸 반복되는지 정말 모르겠어서 이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누구나 원하는 일을 다 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남의 불행을 예를 들어서 죄송합니다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24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분들도 그곳에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에요. 전쟁이 일어나서 고통스럽지만 살 수 있는 곳이 그곳밖에 없기 때문에 계속 그곳에 살고 있는 겁니다. 또, 여러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도 그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감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그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다수일 거예요.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이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지요. 아마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 거예요. 유럽이나 미국 같은 나라에 가서 일하는 외국인들도 정말 그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하고 있을까요? 어쩔 수 없이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닐까요?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보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일을 가리지 않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일이 없다는 것은 나쁜 게 아닙니다. ‘나는 이런 일이 좋다.’, ‘이런 일을 꼭 하고 싶다.’라는 조건이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면 굉장히 고통스럽습니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말은 아무거나 해도 된다는 얘기예요.

정리를 하면 첫째, 다수의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살지 않습니다. 둘째, 원하는 일이 없는 게 나쁜 게 아니에요. 세상에는 질문자처럼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이 다수입니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고, 주어진 일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면 비교적 괜찮은 상황이에요. 자기가 원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에 있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저를 한번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고등학교 때 스승을 만나 승려가 되었습니다. 출가하기 전에 저는 종교와 과학이 정 반대라고 생각했습니다. 종교는 정말 추상적이고 허황하다고 생각했어요. 정확한 사실을 연구하는 과학과는 정 반대잖아요. 처음에는 저는 종교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럴 때는 일을 그만두는 길이 있고, 자기의 취향을 살리는 길이 있습니다. 저는 종교 속에 신비적이고 허황한 요소를 걷어내고, 과학적 시각으로 합리적이고 교훈적인 가르침을 찾아보았습니다. 종교 속에서 새로운 길을 선택했어요. 그래서 결국은 제 나름대로 할 일을 찾아냈고 지금 그 일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재발견하는 길이 있습니다.

질문자에게 적용해 보면 첫 번째, 직장을 그만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두 번째,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이나 퇴근 후에 다른 일을 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질문자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만두고 싶지 않은 마음이 그렇게 나타나는 거예요. 그만두기로 정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운 겁니다. 그 두려움을 동료들에게 미안한 감정으로 포장해서 그만두기를 망설이는 거예요. 동료들이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망설이고 있는 겁니다. 내면에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과 그만두고 싶지 않은 생각이 충돌하고 있는 거예요. 이럴 때는 그만두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먼저 그만두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 원하는 일을 다 할 수가 없다.’, ‘내가 하는 일은 내가 원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싫어하는 일은 아니니깐 그 정도면 다행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주어진 조건에서 다른 시도를 해보는 거예요. 그런데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봉사도 해보고 여러 경험을 해 봤지만 현재 직장보다 특별히 나은 것이 없다면, 지금 직장에 계속 다니면 됩니다. 아르바이트든 봉사든 해보니깐 지금 직장보다 수입은 낮아도 훨씬 더 만족스러워요. 그러면 그 일감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졌을 때 옮겨가면 됩니다.

지금 질문자가 그만두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는 아직 다른 일거리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다른 일을 점검해 보고 이동하는 방법은 비교적 안전한 길입니다. 이 길은 꼭 옮겨가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여러 일을 확인해 보고 현재 직장이 낫다고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옮겨갈 직장을 새로 발견할 수도 있어요. 일단 1~2년 정도 점검을 해보면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만두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나 이것은 불안전성이 큽니다. 직장을 그만뒀는데 막상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후회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질문자가 지금 직장에 적응하거나 옮겨갈 방법을 충분히 모색한 후에 그만두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선택이 없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그만둔 뒤에 후회가 적습니다. 즉,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수입이 적어지든 상황이 더 힘들어지든, 현재 직장보다 낫다는 판단이 분명해지면 미련이 없어져요. 그만두고 난 후에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가 없다는 거예요. 그런 과정을 한번 겪으면서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더 하실 얘기가 있으면 해 보세요.”

“I have always been curious why I get this kind of a guilty feeling whenever I tell them that I am going to quit, and I did not know why. But now I think I have a little hint. Maybe I was not very decisive inside to have another kind of choice. And most of the time I try to be prepared with the next options whenever I decide to quit the job, but sometimes it takes much longer than I thought to be prepared with the next options. So sometimes I just tried to quit without taking the next option.

But based on what you just mentioned, it might take a year or two. So from now on, I will not be too nervous about taking that much time. Thank you very much for your advice and I think it's very good to know where these guilty feelings actually came from. Thank you very much.”

(그만두겠다고 말할 때마다 왜 이런 죄책감이 드는지 항상 궁금했고 그 이유를 몰랐어요. 그런데 이제 조금 힌트를 얻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결단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할 때마다 다음 선택지를 준비하려고 노력하는데 때로는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데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고는 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다음 선택을 준비하지 않고 그냥 그만두려고 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금 말씀하셨듯이, 그 준비가 1~2년 정도 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고 잘 준비하겠습니다. 조언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이런 죄책감이 실제로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물론 동료들과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데 본인이 빠지면 동료들에게 업무가 더 과중되거나 새로운 사람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퇴사를 고민하는데 그런 이유가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진짜 이유는 나의 망설임 때문이라는 겁니다. 동료들이 핑곗거리가 되는 거예요.

제가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즉문즉설에서 어떤 여성이 남편의 이런저런 점 때문에 결혼생활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그럼 이혼하지 왜 사느냐?’ 이렇게 물어봅니다. 그러면 아이 때문에 이혼을 못한다고 말합니다. 한참 시간이 흘러 그 사람이 다시 와서 또 불평을 합니다. 이혼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아이 때문에 이혼을 못한다더니 지금은 왜 하려고 하느냐?’라고 물었더니 이번에는 이렇게 대답해요. ‘우리 부부 사이는 스님 말씀 대로 제가 참고 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아빠의 잘못된 모습을 닮을 것 같아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혼을 해야겠어요.’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이혼을 하고 싶지만 아이 때문에 못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는 이혼을 안 하고 살 수 있는데 아이를 위해서 이혼을 해야 되겠다고 말했어요. 처음에는 이혼을 하고 싶은 요인이 있었지만 이혼했을 때 생길 여러 문제를 더 고려했습니다. 그래서 이혼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던 거예요. 두 번째는 여러 가지 이혼하지 않을 만한 요인이 있지만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겁니다. 그 핑계를 아이라고 할 뿐이에요. 정말 아이를 위한다면 처음부터 이혼할 생각을 안 해야죠. 그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 이혼을 하면 이기주의자로 평가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방어를 하는 겁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아이라는 핑계를 대서 자기를 합리화하는 거예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반성을 하던지, 정당성을 주장하던지 내막을 살펴보면 다 자기를 보호하려는 행동이에요. 겉으로 자기를 반성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오히려 자기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심리는 항상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든 이스라엘 전쟁이든 전쟁을 밀어붙일 때는 그만한 정당성을 주장합니다. 또 전쟁을 멈출 때는 인도주의의 원칙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내세워서 멈춥니다. 그 결정의 핵심은 자신의 이익이에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하고 인도주의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한번 지켜보십시오. 평화를 위해서 전쟁을 멈추기도 하고 평화를 위해서 전쟁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의 작용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파악해야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본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면 후회를 하거나 남을 탓하는 일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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