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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버릇없이 행동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3.12.16|조회수11 목록 댓글 0

수업 중 버릇없이 행동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저는 지역아동센터 교사입니다. 제가 담당하던 아동 중 한 명이 한부모 가정의 아이입니다. 수업 시간에도 계속 버릇없는 언행을 자주 보여서 마음 수업도 하는데 계속 장난으로만 일관합니다. 센터에서도 친구들과 다툼이 잦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에는 그 아동에게 스트레스가 많은지 물어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자기 일 외에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으니 너무 방어적으로 행동하지 않아도 되고, 엄마나 동생들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네 할 일만 해라. 너는 똑똑하니 잘할 수 있다’ 이렇게 말을 해주었는데, 아이는 눈물을 삼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뿐이고 그런 행동이 여전합니다. 제가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두 가지 극단을 피해야 합니다. 첫째, 내 말을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 한다고 문제아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중된 생각입니다. 둘째, 내 말을 아이가 잘 듣는다고 해서 아이가 지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중된 생각입니다. 아이가 가진 기본 성질은 쉽게 바꾸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성격이나 성향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럼 전혀 안 바뀌느냐? 그건 아니에요. 첫째, 바뀔 가능성은 있습니다. 둘째, 현실은 바뀌기는 어렵습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알고 있어야 합니다. 바뀔 수는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되 금방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이 관점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아이의 태도에 따라서 내가 자꾸 아이를 좋게 봤다가 나쁘게 봤다가, 좋아했다가 미워했다가 하는 것이 반복됩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너무 사랑으로 가득 차서 감정적으로 들떠도 안 되고,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너무 냉랭해서 내치는 마음이어도 안 됩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듣고 제 마음대로 한다고 해서 그 이유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단정을 지어서도 안 됩니다. 이런 행동을 하는 아이를 조사해 보니까 한부모 가정의 아이였을 뿐이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있다고 단정을 지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수천수만 명을 조사해 보고 평균을 내보니까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말썽을 피울 확률이 좀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한부모 가정이기 때문이라고 단정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마치 어느 지역 사람이라서 문제라거나 어느 나라 사람이라서 문제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편견이 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그 아이는 집중력이 없고, 말을 잘 안 듣고, 제 마음대로 하는 문제가 있으니까 문제 있는 아이를 돌보는 센터에 오게 된 것이지요. 말도 잘 듣고 모든 걸 잘하는 정상적인 아이라면 이런 돌봄 센터에 올 일이 없겠죠. 그 아이는 약간 일반적인 상태에서 약간 벗어난 경우라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큰 문제가 있는 아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규칙을 정해서 가르쳐 주면 스스로 규칙을 지킬 줄 아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명이 모인 교실에서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그래서 센터에 보내지게 되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아이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내 성격도 마찬가지죠. 내 성격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쉽지는 않지요. 이 두 가지를 항상 같이 봐야 합니다. 가능성이 있으므로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하고, 쉽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해야 합니다. 한두 번 해보고 어떤 효과를 보려고 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자세히 관찰해보면 어떤 문제 행동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규칙 중에도 어떤 걸 안 지키고, 내가 말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을 지키지 않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밥을 먹으라고 했는데 안 지키는지, 밥 먹는 건 지키는데 일을 하자고 하면 안 하는지, 공부하자고 하면 안 하는지, 이런 많은 부분을 먼저 조사해야 합니다. 어떤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은 당분간 지켜봐야 하는지, 어떤 부분은 질문자가 할 일이 아니라 병원에서 해야 할 일인지, 이렇게 조사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의 가닥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개선하는 일을 누가 담당하면 좋겠는지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현황을 먼저 파악해야 하는 거예요. 이것이 부처님이 가르친 고집멸도 사성제 중에서 고성제입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조금 심각하다면 전문의와 상담해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하고, 심각한 병이 아니라면 따뜻하게 잘 돌봐주어야 합니다. 무조건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아이의 특성을 인정하면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센터에 지체부자유아가 왔는데, 질문자가 이 아이를 정상아처럼 만들겠다고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는 거죠. 그게 잘 안되면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니 아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서 개선 가능성이 있는 부분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을 나눠야 합니다. 개선하기 어려운 일을 계속 개선하겠다고 하면 나도 힘들지만, 아이도 힘듭니다. 우선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르는 내 의견을 기초로 해서 의사와 상담을 하고, 먼저 치료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개선이 가능한 부분은 10년 걸리는 것, 5년 걸리는 것, 1년 걸리는 것을 각각 정하고, 쉬운 것부터 먼저 하면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 사랑 결핍증이 생긴 것이라면 조금 애정을 기울이면 해결될 수 있습니다. 부모 없이 제 마음대로 자라 버릇이 나빠져서 생긴 문제라면 약간 엄격하게 해서 질서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 말을 안 듣는다고 무조건 나쁘다고 보면 안 됩니다. 내 말을 잘 듣지 않게 된 이유와 문제의 본질을 찾아야 해요. 만약 기존 질서로부터 벗어나 특이하게 자기 길을 가겠다 해서 생긴 문제라면 그 길을 가도록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만약 사회에 어떤 해를 끼치는 행동이라면 이 아이를 위해서도 습관을 고쳐주어야 합니다. 큰 피해를 줄 수 있는데 개선도 어렵다면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약을 먹도록 하든지 격리를 시켜야 합니다. 질문자가 센터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고, 못하면 더 전문적인 곳에 위탁을 해야겠죠. 또한 정상적인 학습 수준이 되면 일반 학교로 보내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제가 한부모 가정이라는 것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말을 들어야 한다고 집착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를 바꿀 수 있다는 욕심 때문에 제가 괴로웠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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