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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을 때 힘들어요, 어떻게 일상이 휴식이 될 수 있나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4.01.20|조회수13 목록 댓글 0

일이 많을 때 힘들어요, 어떻게 일상이 휴식이 될 수 있나요?

“매일 스님의 하루를 보면 스님은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저곳,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 나라 저 나라, 이 일 저 일 수많은 일들을 해내시는데 어떻게 가능한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스님의 건강이 걱정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육조단경 강의 중에 ‘수행은 일상이 휴식이다, 따로 휴식이 필요하지 않다’라는 법문을 듣고 ‘아! 스님은 일상이 휴식이었구나, 그래서 가능했구나’ 하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의 일상을 돌이켜보면 저는 평상시에는 몸과 마음이 편안하지만, 가끔 일을 많이 하면 피곤해서 낮잠을 자거나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일상이 휴식이 되려면 어떤 자세로 수행을 해야 할까요?”


“야생에 사는 동물 중에 코끼리나 하마는 유전적으로 덩치가 클 뿐이지 인간이 갖고 있는 비만은 아닙니다. 코끼리나 하마는 체형이 원래 그런 거예요. 사람 중에도 체질적으로 좀 뚱뚱한 사람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뚱뚱해서 활동이 불편하다면 비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만은 과식과 운동 부족에서 기인합니다. 식용 가축이 대부분 비만인 이유는 도축장에 출하할 때 중량을 늘리려고 일부러 비만을 만들어서 그런 겁니다. 그러나 야생에 사는 동물들은 비만이 없습니다. 야생에 사는 동물들은 특별히 운동을 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행위를 할 뿐이죠. 인간에 비유하자면 노동을 할 뿐입니다. 노동이 곧 운동이 되는 것입니다.

야생에서는 운동과 노동의 구분이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운동과 노동을 따로 구분합니다. 인간은 노동을 싫어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죠.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도 걷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시간을 따로 내어 헬스장에 가서 운동합니다.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면 이동도 되고 운동도 돼서 두 가지가 다 해결될 텐데 인간은 이것을 분리해서 하고 있습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음식에 간을 하지 않거나 익히지 않은 채로 먹는다면 과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몸에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먹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음식에 양념이나 간을 하고 익혀 먹기 때문에 위가 부담이 되는데도 입에서 음식이 자꾸 넘어가는 겁니다. 요리를 해서 음식을 섭취하면 혓바닥에 느껴지는 맛 때문에 과식을 하게 되어 비만의 원인이 됩니다. 그런데 자연계에 있는 생명들은 생채식을 하거나 염을 안 한 상태에서 먹기 때문에 과식이 없습니다. 일정한 양만 먹고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안 먹어요. 내일을 생각해서 더 먹는다든지 맛있으니까 더 먹는다든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가 풀을 뜯을 때도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배가 불러서 누워 있을 때도 심심해하지 않습니다. 누워 있다고 해서 비만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왜냐하면 소에게는 그것이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스럽지 못한 인위적인 행위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조급함, 지루함, 비만, 과로가 생기는 거예요. 수행이란 별 게 아니라 생명의 본래 모습인 자연스러움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첫째, 조급함이 없이 편안해야 합니다. 둘째, 게으름 없이 부지런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한쪽으로 치우칩니다. 부지런함이란 참고 이를 악다물고 하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꾸준히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음식을 하루에 세 번 먹는다면 세 번만 딱 먹고 중간 간식을 먹지 않으면 건강에 좋습니다. 요리하면서 간을 세게 하거나 설탕을 많이 넣으면 많이 먹게 됩니다. 음식을 배부르게 먹지 않고 적절하게 먹으려면 요리할 때 단맛을 줄이고 간을 적게 해야 합니다. 입맛에 음식을 맞추면 당뇨병과 성인병이 생겨서 육체의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등의 모든 움직임이 운동입니다. 농사만 짓거나 빨래만 하면 몸을 골고루 쓰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만 이것저것 일상적인 일을 많이 하는 것은 다 노동인 동시에 운동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설거지도 안 하고 청소나 빨래도 안 하니까 늘 운동 부족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래서 운동을 따로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나의 행위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데, 각각을 분리하기 때문에 온갖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것은 과다하게 하고, 어떤 것은 과소하게 해서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이 다 다른데 나만 옳다고 생각한다거나, 함께 나눠 사용해야 하는데 자기만 다 가지려고 하거나,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질환이 발생하는 겁니다. 사고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든지, 몸의 어떤 분비물의 이상으로 정신질환이 발생했다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앓고 있는 병의 90퍼센트는 자연스럽지 못한 삶의 방식과 생각이 스트레스가 되어 건강을 해친 결과입니다. 그래서 옛날 선사들이 도가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도를 깨치고 보니까 도는 자연스러움이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일상이 도다’ 또는 ‘나는 할 일이 없다’ 이런 말은 특별히 집착할 일이 없고, 그저 주어지는 대로 한다는 뜻입니다.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고 논다는 뜻이 아니에요. 우리는 좋고 싫고를 자꾸 따지는데 좋고 싫고가 없이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냥 마땅히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일상을 살면, 일이 휴식이 되기도 하고 놀이가 되기도 하고 운동이 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일과 수행의 통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둑이나 장기를 두든, 화투나 파친코를 하든, 바닷가에 가서 수영을 하든, 등산을 하든, 뭘 하든 해야 하잖아요? 노는 것도 가만히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 움직임이나 밭을 매거나 풀을 베거나 청소를 하는 움직임이 사실은 다 똑같은 행위인 거예요. 우리의 의식이 이것은 일이고 이것은 놀이라고 구분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행위처럼 인식되는 것입니다.


수행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일이 곧 수행입니다. 놀이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노동이 곧 놀이이고, 놀이가 곧 휴식입니다. 이것을 정토회에서는 ‘일과 수행의 통일’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자꾸 일에 집착하기 때문에 과로를 하게 되는 겁니다. 조금 과로하면 잠깐 쉬어 주면 됩니다. 어떤 의견을 고집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음식의 맛에 집착하기 때문에 과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뭔가에 치우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거예요. 그럴 때는 약간 박자를 늦춰야 합니다. 조금 피곤하면 쉬면서 한 박자를 늦추면 됩니다. 이것은 게으른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수행을 할 때도 이를 악다물고 정진을 하는데요. 이를 악다물고 정진하면 과로와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로를 하는 것과 수행에서 어떤 저항을 극복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과로는 그냥 욕심을 내서 하는 것이라면 수행은 어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하거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도전하고 극복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수행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과로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만 과로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런 수행적 관점을 가질 때 우리의 일상이 수행이 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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