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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말을 안 듣는 아이들, 어떡하죠?

작성자자연|작성시간24.01.23|조회수51 목록 댓글 0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말을 안 듣는 아이들, 어떡하죠?

“저는 중국 교포이고, 한국에 온 지 9년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린아이들을 중국에 두고, 혼자 타국에 와서 힘든 나날을 보내던 중 유튜브에서 스님의 강의를 듣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작년 7월에 아이들을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려는 생각으로 한국에 데려와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아들은 16살이고, 둘째 딸은 13살입니다. 저는 학업보다는 아이들에게 생활 태도를 가르치려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고집도 세고 말을 잘 안 듣습니다. 때가 되면 칫솔질해라, 신은 양말은 빨래통에 넣어라, 손톱을 깎아라, 쓰고 난 물건은 제자리에 갖다 놓아라 등 매일 이야기를 해도 고쳐지지 않아서 저는 매일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내는 엄마가 되고 있습니다. 부모로서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봐야 할까요?”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시키면 아이들에게 다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러한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자란 시골은 음식을 구하기도 어렵고, 초등학교에 가도 선생님이 몇 분 안 계셔서 담임이 없이 지낼 때도 있었고, 농번기가 되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고, 소 먹이고 풀 베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중학교에 다닐 때도 직접 밥을 해 먹고 자취를 하면서 다녔어요. 제가 만약 어릴 때 시골이 아니라 미국에 가서 공부를 했다면 지금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까요?

경제적으로 열악한 교육환경이 꼭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학교를 다닐 수 없을 정도의 환경이라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바꿔주는 것이 교육 환경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또, 음식을 구할 수 없을 정도라면 제때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고, 병이 있는데도 치료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제때 치료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리밥 대신 쌀밥을 먹게 해 주거나 시골에서 다니는 학교를 도시로 옮겨주는 걸 두고 꼭 교육 환경이 좋아졌다고는 말할 수가 없어요. 이것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환경이 그에게 더 좋을지는 미리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이 자랄 때 엄마가 옆에 있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그때는 돈에 미쳐서 돈 번다고 외국에 가버리고 아이들끼리 자라게 둔 것 같네요. 이렇게 되면 아이들의 무의식에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돈이라는 인식이 잡히게 됩니다. ‘오죽 돈이 귀하면 엄마가 우리를 버리고 돈을 벌러 갔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아이들도 자라서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 됩니다.

지금처럼 중국에서 잘 적응해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갑자기 한국에 데려오면 아이들은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도시로 옮겨놓기만 해도 아이들의 심리가 많이 위축됩니다. 경상도나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아이들이 서울에만 가도 주변에서 친구들이 놀리는데, 중국에 있다가 한국에 오면 연변 사투리든 중국어든 언어적으로 조금 다르니까 친구들 속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입니다. 또, 중국과 한국은 문화 차이도 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어려움도 발생합니다. 물론 베트남이나 태국에서 살면서 한국말을 전혀 모르다가 갑자기 한국에 오는 경우보다는 조금 수월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은 환경이 많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엄마가 그런 걸 깊이 생각하지 않고,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돌보지도 않다가 어느 정도 자라서 거기에 적응해 놓으니까 이제는 뿌리째 뽑아서 옮겨 심은 격입니다. 그렇게 해놓고 ‘앞으로 한국에서 공부해라’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해집니다. 또,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면 요즘 아이들은 게임하는 것과 스마트폰 보는 것을 먼저 배웁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아이들도 게임을 많이 하거나 스마트폰을 많이 해서 문제가 되잖아요. 지금은 새로운 곳에 와서 정서가 불안한 상태라서 적응하기도 어려운데, 이런 문화는 또 배우게 됩니다. 나쁜 건 빨리 배운다고 이런 건 또 금방 배웁니다. 한국에 오는 게 다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열에 한두 명에게만 좋고 나머지 여덟, 아홉 명에게는 안 좋은 결과가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선 질문자가 판단을 잘못 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질문자가 중국으로 돌아가서 중국에서 아이들을 돌본 다음, 아이들이 성인이 된 다음 한국으로 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중국에서 자라도록 하고, 질문자는 재정적 지원을 하거나 자주 방문해서 돌보고 질문자의 생활은 한국에서 계속해나가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한국에 데려오게 되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적응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늘 아이들 편에서 이해하고 감싸줘야 합니다. ‘너희들이 여기에 와서 언어도 다르고 적응하기가 어렵지’ 하면서 늘 따뜻하게 말해주고 감싸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엄마는 이 고생을 하면서 일하는데 너희는 여기까지 와서 공부도 안 하고, 청소도 안 하고, 이도 제대로 안 닦느냐’ 이렇게 말하기 때문에 지금 아이들한테는 아무런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아이들한테도 물어보면 할 말이 있습니다. 속으로는 ‘우리가 오고 싶어서 왔나, 당신이 데려오니까 왔지’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뭐든지 불평을 하기 마련입니다. 겉으로 말을 안 해도 ‘엄마는 늘 자기 마음대로 한다, 우리가 어릴 때는 자기 좋다고 한국에 가더니, 지금은 자기 마음대로 한국으로 데리고 와서 여기 있으라고 하고, 또 이것저것 자기 마음대로 시킨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잔소리를 해봐야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도 효과가 없으면 잔소리예요. 그래서 질문자는 지금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나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아주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중국에 다시 돌려보내서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마음껏 활동하고 생활하게 하든지, 아니면 질문자가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시간 나는 대로 아이들을 돌보면서 아이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점을 늘 이해하고 감싸주어야 합니다. 이를 닦을 때가 되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니’ 하면서 같이 이를 닦자고 제안해서 늘 같이 해야 합니다. 그냥 옆에 서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 하고 시키는 건 효과가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선 질문자가 반성하는 게 좀 필요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마음가짐을 조금 더 넓게 가져서 아이들을 더 포용하고 잘 보살피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은 한국에 온 지 얼마나 됐어요?”

“이제 6개월 정도 되었어요.”

“이사하고 첫 1년이 적응하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그러니 항상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갑자기 와서 적응하기 어려울 거야’ 이렇게 포용해 주면서 ‘어렵지만 그래도 잘 적응해서 공부하면 미래는 더 나을 수 있어’ 하고 격려해 주는 게 좋아요. ‘미래가 더 낫다’ 이렇게 단정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을 가능성이 있어’ 하고 격려하는 게 좋습니다. 한쪽으로는 아이들의 어려움을 잘 들어주고 보살피고, 다른 한쪽으로는 잘해나갈 수 있게 용기를 주고 격려를 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이렇게 해줘야 아이들이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지금 질문자가 말하는 걸 들어보면 보나 마나 ‘내가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너희들은 왜 이걸 안 하느냐’, ‘이게 다 너희를 위해서 하는 건데 너희는 왜 공부를 안 하느냐’, ‘너희가 한국에 올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복인데 그것도 모르고 공부를 안 하느냐’ 이렇게 말할 거예요. 왜냐하면 자기가 고생한 것만 생각하고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한테는 아무런 교육 효과가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셔야 해요. 지금처럼 계속하면 질문자는 질문자대로 고생을 하고,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 안 되기 때문에 자기는 또 실망을 하거나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에는 부모 자식 간에 원수가 되는 거예요. 아이들이 꼭 사춘기라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사춘기 때는 한국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말을 안 듣습니다. 내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 것 같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제 스스로 어른이 되려고 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내 말을 안 듣고, 자기주장대로 하려는 걸 나쁘게 보면 안 돼요.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는 데다가 지금 이렇게 뿌리가 뽑혀서 새로운 곳에 옮겨졌기 때문에 사실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질문자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이미 몇 년을 살고 있으니까 ‘여기 적응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이렇게 말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상 하나하나 가르쳐 주고, 안내해 주고, 못하면 다시 하고, 또 못하면 또다시 하고 이렇게 해야 합니다. 내가 운전을 할 줄 안다고 해서 처음 운전하는 사람에게 ‘그것도 못 하냐, 왼쪽으로 가라니까 왜 오른쪽으로 가냐’ 이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이미 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그게 쉽지만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지금 새로운 환경에 와서 적응하는 데 굉장히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합니다.”

“네, 아이들을 더 많이 감싸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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