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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상대가 나를 차별한다고 느낄 때 어떻게 해야죠? (감정과 이성의 간격)

작성자자연|작성시간24.03.13|조회수36 목록 댓글 0

상대가 나를 차별한다고 느낄 때 어떻게 해야죠?

“저는 6년 전 미국에 이민 와서 현재 간호학교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교수님이 병원 실습 시간에 2인 1조로 환자를 돌보도록 하는데, 미국인 학생을 편애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훈련 기회를 줍니다. 제 앞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거나 저를 없는 사람처럼 취급한다고 느껴질 때면 저는 많이 위축되고,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 하게 됩니다. 비단 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이방인으로서 상대방의 작은 제스처나 행동에도 위축되곤 합니다. 나도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대우받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해졌을 때 저는 어떻게 마음을 잡아야 할까요?”

“예를 들어, 내가 부모가 없어서 다른 집에 입양을 갔다면 양모로부터 그 집 아이하고 똑같이 대우받고자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요, 당연한 요구일까요? 약간의 차별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교수님이라면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입양을 할 때는 친자식처럼 똑같이 대하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게 마음이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콩쥐팥쥐 동화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옛날처럼 그렇게 심하지는 않지만 요즘도 동등하게 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동등하게 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동등하게 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90퍼센트까지는 할 수 있겠지만 100퍼센트 똑같이 대한다는 것은 이론상으로나 가능하지 현실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질문자처럼 생각한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 때마다 ‘스님이 그렇게 하면 됩니까?’, ‘신부님이 이렇게 하면 됩니까?’, ‘교수님이 그렇게 하면 됩니까?’, ‘정치인들이 이렇게 하면 됩니까?’ 하고 시비를 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 세상이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어요. 물론 인종차별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옛날에는 인종차별을 합리화했지만 지금은 인종차별을 없애고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차별하는 문화는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일본에 가서 살면 그런 차별을 겪게 됩니다. 일본 사람들도 한국에서 살면 한일 관계가 나빠질 때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위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여기에 인종까지 다르면 더하겠지요. 백인들은 유색인종을 종으로 부리던 문화 위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생각은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그렇게 안 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그 행위가 법에 저촉될 만큼 차별이 심하냐를 봐야 합니다. 인종이 다르다고 시험을 못 치게 하거나 아예 입학을 못하게 한다면 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모욕감이 들도록 말하는 것도 문제제기를 해서 상황을 개선시킬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가르치는데 어떤 학생에게는 빵 하나 더 주고 덜 주고 이런 정도까지 문제를 삼는다면 질문자는 이민을 가지 않고 한국에서 살아야 합니다. 이민을 갔다면 어느 정도의 차별은 감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동양인이라고 해서 굉장히 모욕적으로 손가락질을 하거나 수업 중에 질문을 해도 ‘너는 동양인이니 묻지 마라’ 이렇게 대한다면 그 사람이 교수 자질이 없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모든 학생을 완전히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무리입니다. 교수도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될 수는 없어요.

최근 미국에서는 백인들의 유색인종에 대한 거부 반응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본인들이 미국 땅의 주인이라 여기는데, 최근에 동양인들이 들어와서 IT나 중요한 직종을 많이 차지하고 있거든요. 동양인들이 정치적으로도 많이 성장하고 하버드대와 같은 좋은 대학을 다 휩쓰니까 백인들의 입장에서는 저항심이 생기는 겁니다. 이성적으로는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거부 반응이 생기기 때문에 사적인 자리에서는 차별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는 거예요. 우리는 사적으로도 평등했으면 좋겠지만 그들은 오히려 이런 차별심을 마음껏 드러내고 싶은 충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감정과 이성 사이에 간격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후보가 높은 지지를 얻는 것이기도 해요. 단순히 백인 남성 몇몇의 지지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종 간의 평등성 문제가 결부되어 있는 것입니다.

백인 젊은이들은 요즘 백인이라는 것 자체가 마치 잠재적 인종차별 범죄자로 취급받는 것처럼 느낀다고 합니다. 요즘 한국의 20대 남자들이 보수화되는 것도 남자라는 이유로 잠재적인 성추행 범죄자 취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감정과 이성적인 판단 사이에 간격이 있기 때문에 상대를 너무 몰아붙이면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만약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면 이제 미국 이민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것을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인식하는 한편, 우리는 개선을 하기 위해 이런 차별 정책에 대해 반대해야 합니다. 그러나 노골적인 차별이 아니라면 인간이 갖고 있는 심리를 어느 정도는 수용해야 됩니다.

오늘날 우리들도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밥을 먹을 때는 자연스럽게 여성들이 상을 차리고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까지 여성들이 많이 합니다. 그때 남자들은 차 마시고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것만 봐도 아직 차별이 많잖아요. 그런데 또 밖에서 무슨 일을 할 때는 대부분 남자들이 허드렛일을 하고, 여자들은 구경만 하고 있는 모습도 봅니다. 그 이유는 남녀가 안팎의 일을 나누어 해온 오랜 습관이 관습처럼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은 많은 부분에 그러한 관습이 남아 있어요. 한꺼번에 모든 것이 다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확실하게 차별을 하거나 학교도 못 오게 하거나 하면 문제지만 관습의 문제에 대해서까지 만약 시비를 하면 같이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관습이 남아 있는 정도의 문제라면 귀엽게 좀 봐주면 좋겠습니다. ‘내가 여기서 한 20점 마이너스받는 정도는 감안하고 산다’ 이런 자세를 가졌으면 해요. 정말 똑같이 대우를 받겠다고 한다면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낫지 미국에 살면 안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오히려 더 노력해서 월등하게 뛰어난 성적으로 그 차이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이 서면 좋겠습니다. 그런 환경에서도 교수에게 매달리지 않으면서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가면 좋겠어요.”

“말씀 감사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냥 더 씩씩하게 잘 헤쳐 나가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질문자가 이민을 갔으면 그 텃세를 조금 감안해야 되지 않을까요?”

“텃세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부도덕한 인종차별까지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미국 법에 어긋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문화적인 것이나 개인적인 것은 소송할 수가 없지만 법적으로 잘못된 것은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서 정의를 실현해야 됩니다. 여기에 소소한 관습의 문제는 가볍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겸한다면 적응을 잘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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