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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살기가 빠듯합니다

작성자자연|작성시간24.03.26|조회수51 목록 댓글 0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살기가 빠듯합니다

“저는 10여 년 전에 혼자 캐나다에 와서 캐나다인 남편을 만나 살고 있습니다. 저와 남편은 거의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지난 10년간 몸과 마음을 희생하며 집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너무 기쁘고 행복했지만 그 이후에도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계속 열심히 일해야만 빠듯하게 살 수 있었고 크고 작은 사고들에 몸과 마음이 쉴 틈도 없어 힘들 때가 많습니다. 저희 부부 둘 다 예전에 비하면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은 것이냐며 감사할 때가 더 많지만 가끔 너무 힘들어 모든 것을 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편안해질까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면 앞으로 죽을 때까지도 그렇게 헐떡거리고 살게 됩니다.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경쟁이 워낙 치열하니까 악착같이 살아야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갈 수 있지만, 캐나다 같은 나라에 가서 살면서 그렇게 살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려면 그냥 한국에서 살면 되지요. 한국에서 살면 친구들이나 일가친척들이 사는 걸 보며 그에 뒤질세라 악착같이 일하게 된다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낯설고 물 설은 캐나다에 가서 사는 이유는 남과 경쟁하지 않고 여유 있게 살기 위해서 아니에요? 악착같이 돈을 모아 집을 사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집을 임대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면 되잖아요. 예를 들어 4일은 직장을 다니고, 3일은 여행이나 산책을 하며 사는 겁니다.


캐나다에서는 세금도 많이 내잖아요. 세금 때문에 미국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지만, 육십이 넘어 은퇴한 노인들은 ‘정부만큼 효자가 없습니다’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 세금을 많이 내는 대신에 늙으면 연금도 받을 수도 있고, 병원비 걱정도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병원비가 많이 드는데 캐나다에서는 거의 들지 않습니다. 여유롭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성까지 담보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미국에 비하면 캐나다는 거의 사회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사회보장 시스템이 잘 되어 있습니다. 대신에 세금이 좀 많죠.

그러니 캐나다에서는 좀 더 여유를 갖고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자꾸 하면 죽을 때까지 헐떡거리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집을 임대해서 살더라도 ‘잠잘 곳이 있으니 다행이다’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집을 사는 것이나 임대해서 월세를 내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요. 집을 사면 ‘내 집이다’ 하는 기분이 날 뿐입니다.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겠죠. 인생은 모르는 것이니까요.

조금 여유 있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자꾸 돈을 많이 모아서 따로 노후 보장을 받으려고 하지 말고,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보장한 최소한의 복지 수준에 노후를 맡긴다는 마음으로 여유 있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건 좋아요. 다만 그러려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됩니까?’ 하는 질문은 하지 말아야죠. 놀면 뭐 합니까? 주말도 없이 일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잖아요.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주말은 쉬라고 있는 것이지 일하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캐나다처럼 사회적으로 여유가 있는 곳에서 본인 스스로 죽기 살기로 헐떡거리며 살겠다는 것을 어떡하겠어요?

한국 같은 데서는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몰라도 다른 사람이 사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여유를 부릴 형편이 못 돼요. 많은 사람들이 죽기 살기로 일하니까 ‘여유를 부리면 나 혼자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기는 겁니다. 잘 모르지만 캐나다는 대다수의 사람이 천천히 여유 있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질문자도 그 사람들이 사는 방식으로 사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캐나다 사람이잖아요. 남편이 질문자한테 물들어서 죽기 살기로 사는 건가요?”

“저희 남편은 무척 성실한 사람입니다. 아주 열심히 일합니다. 야망도 크고요. 더 크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 하고, 더 많이 가지고 싶어 해서 저보다 더 여유 없이 생활합니다. 그래서 제 마음이 더 조급해지는 것 같아요. 캐나다도 최근에는 10년 전에 비해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기름값만 해도 한국보다 더 비쌉니다. 쉼 없이 일해야 겨우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계속 듭니다.”


“자기가 잘 살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걸 힘들다고 하면 어떡해요? 가령 내가 100m를 20초에 달린다고 합시다. 20초만 달려도 되는데 15초에 달리겠다고 목표를 세워서 매일 2시간씩 달리기 연습을 한다면, 그걸 갖고 힘들다고 하면 안 되잖아요. 15초에 달리고 싶으면 매일 연습하는 고단함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냥 실력대로 20초에 달려도 괜찮습니다. 그것처럼 여유 있게 살고 싶으면 재산을 많이 모으겠다든지, 더 큰 집을 사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더 큰 집을 사거나 부자가 되거나 유명해지겠다는 목표를 세운다면 밤낮없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겁니다. 스스로 선택해서 바쁘게 사는 것인데 그걸 힘들다고 하면 어떡해요?

저는 세상 사람들이 굶거나 병들어 죽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세우니까 밤낮으로 여기저기를 다니잖아요. 필리핀 민다나오, 부탄, 파키스탄, 시리아에도 가고, 잠도 늘 비행기나 차 안에서 잡니다. 그렇다고 제가 여러분에게 ‘너무 힘들어 죽겠어요. 왜 이렇게 여유가 없어요?’ 이렇게 하소연을 하면 여러분은 뭐라고 대답하겠어요? ‘힘들면 안 하면 되죠’ 이렇게 얘기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그런 하소연을 일절 안 하잖아요. 내가 그런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니까요.

힘들면 안 하면 됩니다. 질문자도 힘들면 안 하면 돼요. 여유 있는 게 좋으면 힘들게 일하지 않고 여유를 부리면 됩니다. 아무리 일을 해도 밥조차 못 먹는 북한이나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라면 그런 하소연을 할 수 있고, 우리가 조금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본인이 더 큰 집을 사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라면 당연히 다른 사람이 쉴 때에도 일을 해야죠. 그게 재미이고 보람이잖아요. 내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재미가 있습니다. 어쩌면 남편은 스스로 그런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일하는 게 별로 힘들지 않고 성취감을 느끼며 살고 있을지 몰라요.


그러나 질문자는 좀 더 여유롭게 살려고 캐나다까지 이민을 왔는데 성취감에 취해 사는 사람을 만나 거기에 맞추려다 보니 힘이 드는 겁니다. 남편에게 ‘당신은 성취감을 즐기며 사십시오. 저는 여유 있게 살겠습니다’ 하고 말하고 여유롭게 살면 됩니다. 질문자가 선택하면 돼요. 내가 세운 목표를 천천히 달성하려면 천천히 가도 되지만, 그 목표를 빨리 달성하려면 남이 잠잘 때 안 자고, 남이 밥 먹을 때 안 먹고, 남이 놀 때 안 놀고, 이렇게 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걸 힘들다고 하면 안 되죠. 안 해도 되는데 자기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하면 ‘힘들면 하지 마라’ 하고 대답하는 거예요.

여유 있게 사느냐, 바쁘게 사느냐 하는 것은 자기 선택입니다. 더 많이 뭔가를 갖고 싶으면 잠을 줄이고 더 바쁘게 일하면 됩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뭐 할 건데? 죽으면 하나도 가져갈 수 없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면, 여유를 갖고 현재를 즐기며 살면 됩니다. 그러려면 덜 먹고, 덜 입고, 덜 소비하고, 집 크기도 줄여야 하는 거예요.

여유를 즐기면 수입이 적어지고, 수입이 적어지면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반면에 수입을 늘리려면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합니다. 소비는 많이 하고 싶은데 일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면 누구를 쳐다봐야 합니까? 부모에게 유산을 많이 물려받은 사람들을 쳐다봐야 할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런 부모를 안 만난 걸 어떡합니까.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은 옛날에 그만한 노력을 해서 부자가 된 겁니다. 질문자처럼 아무 노력도 안 하고 ‘나도 저 사람처럼 됐으면 좋겠다’ 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질문자는 욕심을 부리고 있어서 여유가 안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비교해도 제가 질문자보다 더 바쁠 겁니다. 그래도 저는 ‘바빠서 힘들다’, ‘삶의 여유가 없다’ 이런 얘기들을 남한테 안 해요. 저의 수첩에는 1년 스케줄이 이미 가득 차 있습니다. 연초에도 빈 공간이 조금밖에 없어요. 어떻게 보면 이미 딱 짜여져 있는 인생을 사는 거죠. 그러나 어차피 인생은 이래 사나 저래 사나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그렇게 살라고 한 사람은 없어요. 저는 나이 칠십이 넘었기 때문에 이제 은퇴를 해도 돼요. 일을 안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어요. 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돼요. 내가 직접 답사를 가지 않아도 됩니다. 젊은 사람들이 답사를 가도록 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놀면 뭐해요? 산에 오르면 좀 힘들지만 운동이 되잖아요.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수가 있잖아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 견문도 넓어집니다.


편안하게 살고 싶으면 집에만 있으면 되고, 견문을 더 넓히는 게 좋겠다 싶으면 밖으로 나가면 됩니다. 어떤 인생을 살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겁니다. 돈을 더 벌고 싶으면 일을 더 하면 되고, 여유를 더 갖고 싶으면 소비를 줄이면 됩니다.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모두 자기 선택의 문제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들풀처럼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씀처럼 제가 있는 자리에서 가볍게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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