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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나이는 드는데 보잘 것 없는 제 모습이 괴로워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4.03.29|조회수12 목록 댓글 0

나이는 드는데 보잘 것 없는 제 모습이 괴로워요

“저는 7년 전에 창업을 했습니다. 그동안 실패도 여러 번 경험했고, 직원들 월급 줄 돈을 벌기 위해 투잡을 뛴 적도 많았습니다. 눈이 늘 반짝거린다고 주변에서 얘기를 들을 정도로 30대 초반을 일에 대한 열정으로 즐겁게 보냈습니다. 30대 중반을 넘은 지금은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올라 잘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정감도 잠시였고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는 강박이 새롭게 생겼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위대한 기업가들을 보면 굉장히 마음이 불편합니다. 저는 그들처럼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자괴감이 듭니다. 나이는 드는데 제 위치는 아직도 평범하고 보잘 것 없다는 생각에 매일 괴롭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더 높은 곳에 도달하지 못하면 열정과 체력을 잃고 기회도 잃어버릴까봐 두렵습니다. 언제쯤 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날이 올지 궁금합니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안 죽고 살았네’ 하고 자꾸 반복해 보세요. 늘 새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훨씬 생기가 돕니다. 아침에 눈을 뜬다는 것은 매일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시작을 ‘오늘 하루를 어떻게 일하지?’ 하며 늘 인상을 쓰고 시작하니까 하루를 부정적으로 보내게 되는 겁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안 죽고 살았네!’라고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나서 버스가 뒤집었는데 다 죽고 나 혼자 살았으면 ‘와, 기적이다!’라고 그러잖아요. 물론 사람이 죽은 건 슬픈 일이지만 살아남아서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은 매일 기적입니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잘 피해가고 있는 지금도 기적입니다. 저도 제 인생을 되돌아보면 산에 갔다가 떨어져 죽을 뻔한 적도 있고, 인도에서는 권총을 든 강도가 이마에 총을 대고 ‘물건을 내놔라!’ 하고 협박을 했는데도 살아 남았습니다. 여러 가지 죽을 고비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기적적으로 매번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사실 그런 순간들에 처해 있으면 굉장히 두려워야 하는데 속으로는 웃음이 났어요. 두렵지 않으니까 강도하고도 대화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여러 죽을 고비를 넘겨가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고 만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자세를 가지면 정신질환은 생기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35세에 창업을 통해 자리를 잡았다고 하면 성공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도 질문자는 왜 무기력할까요? 이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기업가인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를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죽을 때까지 노력해 봐야 열등의식만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과학자가 다 아인슈타인이 되겠다고 하면 열등의식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겠지요. 고등학생 축구 선수가 손흥민 선수만큼 못 뛴다고 자괴심에 빠지면 축구를 그만둬야지 어떡합니까. 머리 깎고 스님이 되자마자 법륜 스님처럼 안 된다고 괴로워하면 어떡합니까.

그건 다 욕심입니다. 과대망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성공한 사람들도 처음부터 대단한 각오를 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 위치에 오른 겁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수십만 수백만의 도전자들 중에서 그 위치에 오르게 된 거예요. 그 누구도 그 자리에 오르게 되리라고 이미 정해져 있었던 사람은 없습니다.

제 나이가 칠십이 조금 넘었는데, 100m 달리기 기록이 25초 나왔다고 합시다. 그런데 TV를 보니까 올림픽에서 1등 하는 선수는 10초에 뛰어요. 그래서 ‘나도 할 수 있어. 한번 해 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내일부터 아침마다 운동장에 가서 연습한다고 제가 10초에 뛸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10초 안에 못 뛰니까 나는 열등한 존재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뛸 수 있는 능력치는 25초라는 겁니다. 23초를 목표로 해서 석 달 연습하면 2초 정도는 단축할 수 있겠지요. 1초 단축을 목표로 석 달 연습하면 이 또한 가능하겠지요. 이렇게 작은 성공을 쌓아 나가야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목표를 10초로 정하면 10년을 노력해도 성공을 못하니까 좌절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들 대부분은 과욕을 너무 부리기 때문에 자신이 자꾸 초라해져 보이는 거예요. 타인이 옆에서 아무리 좋은 말을 해줘도 본인이 만족을 못하기 때문에 자괴감에 빠지는 겁니다.

우선 질문자에게는 지금에 만족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모든 것을 개인의 이익을 우선으로 두고 접근하려는 태도예요. 기본 생존을 위한 것은 사익적으로 접근해도 되지만, 생존을 넘어서서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고 열정을 가지려면 그 목표가 공익적이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사실 대부분이 개인적 이익 추구를 목표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숫자에 연연해 하지 않아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실패하면 또 새로 도전해 보고, 그러다가 대박이 나는 경우도 있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는 겁니다.

성공이라는 단어에 너무 집착을 하면 정신질환에 걸려요. 돈 많은 성공한 기업가이지만 정신질환자이기를 원합니까? 아니면 돈은 좀 못 벌어도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기를 원하나요?”

“사실 그게 고민입니다.”

“사람이 한 분야에서 정신도 건강하면서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습니다. 화가 고흐 같은 경우도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어요. 뛰어난 예술가 중에는 정신질환을 갖고 있지만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갖고 창작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지만 인간관계는 굉장히 서툽니다. 스티브 잡스도 IT업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되고 성공 가도를 달렸으나 개인적으로는 희귀암 발병 등 굉장히 불행을 겪은 사람이에요. 엄청난 수익을 올렸지만 죽을 때 돈 한 푼 가져가지도 못했는데 뭐가 좋아 보여요? 그런 사람들도 결과적으로 성공했으니까 지금 평가가 좋은 거예요. 사실 실패만 거듭하다가 망했다면 ‘원래 이상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평가합니다.

일론 머스크도 처음에는 강박적 불안감을 가진 약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는데, 그 증상들이 사업에 엄청난 추진체가 되었어요. 전기차는 이익을 못 봤지만 그 가능성 때문에 주가가 폭등해서 이익을 본 거거든요. 끊임없이 새로운 걸 시도했는데 그 모습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에 계속 주목을 받는 것입니다. 비트코인도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인해서 돈이 몰리면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겁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이 되면 하루아침에 폭락하는 거예요. 정치 초년생이 차근차근 시민의 지지를 받아 정치활동을 넓혀가야지 독재자들처럼 쿠데타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단박에 기회를 잡을 생각을 하면 안 되겠죠.

질문자는 지금 잘하고 있어요. 30대 중반에 스타트업을 해서 적자 안 내고 자리를 잡았다면 대성공이에요. 조금 더 있으면 기회가 어떻게 열릴지 모릅니다.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요행을 바라면 안 되고, 나의 노력이 시대 조류와 맞아야 하는 거예요.”

“좀 더 기다리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기다리고 최선을 다하면 피곤해져요. 인생이 그렇게 최선을 다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 그냥 대충대충 살면 됩니다. 저도 돌아보면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 월말고사에서 1등 해보려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럴 때마다 성적이 떨어져서 기죽고, 성적이 올랐다고 웃고 그랬어요.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때 월말고사 성적이 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게 지금 내 인생에 무슨 변화를 주고 있나요?

그러니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하지 말고, 그냥 재미로 해보세요. 우리 속담에 ‘노는 입에 염불한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일 없이 노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하는 게 낫다는 의미입니다. 저도 오늘 저녁에 혼자 잠이나 자느니 여기 와서 여러분과 대화하는 게 낫잖아요. 청년들이 어떤 고민이 있는지도 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놀기 삼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은 스님이 부탄의 오지 마을에 가서 고생한다고 걱정하지만, 여러분들은 저만큼 세상 구경을 못 합니다. 저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온갖 구경을 다 합니다. 사람들은 미국이나 유럽 여행을 많이 가지만, 원주민 마을에는 이 세상에서 몇 사람밖에 못 가봅니다. 원주민 마을에는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부탄의 오지 마을에 갔더니 동네 사람들이 난리가 났어요. 그 이유는 자기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400년 전에 구루 린포체가 왔다 간 이후 고승이 처음 왔기 때문입니다. 온 동네가 들떠서 난리가 났어요. 제가 환영 행사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말이 먹히지 않았어요. 첩첩산중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400년 만에 찾아온 특별하고 귀한 손님이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는 이런 구경을 안 해 봤잖아요.

일과 놀이를 따로 분리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여러분들은 부탄에 관광을 하러 가겠지만, 저는 오히려 아무도 찾지 않고 손길이 닿기 힘든 오지 마을에 가서 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합니다. 부엌을 고쳐주고, 울타리도 쳐주고, 주민들과 같이 이야기도 나눕니다. 이런 일들을 해주면 엄청난 환영을 받게 되는데, 관광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다니면 재미도 없고 피곤해요. 제가 가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즐겁고 보람이 있잖아요. 이것은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 거냐 하는 문제예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삶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 방향으로 재미있게 지내 보겠습니다.”

“재미도 너무 따지게 되면 종국에는 마약을 하게 돼요. 그냥 놀이 삼아서 해봐요.”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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