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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5년째 은둔하고 있는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성자자연|작성시간24.03.31|조회수9 목록 댓글 0

5년째 은둔하고 있는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에게는 고1 때 자퇴하고 사회공포증과 우울증으로 은둔한 지 5년째 되어가는 22살 아들이 있습니다. 아들은 중1 때 저와 남편에게 그동안 억압당한 분노를 폭발하였고, 저는 즉문즉설을 듣고 불법을 공부하며 아들이 살아있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힘든 상황을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소 아들은 제가 만든 음식은 맛이 없다고 거부하며 배달 음식과 과자, 음료 등의 인스턴트로 끼니를 해결해서 영양 상태가 매우 좋지 않고 심각한 저체중 상태입니다. 건강 관리가 되지 않아 치통으로 죽과 음료수 이외에는 음식 섭취가 어려운데도 치과 치료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저러다 아들이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종종 올라오지만 저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빚어진 인연과보를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으로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제 마음 편해지고자 하는 이기적인 태도라는 생각이 들고,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제가 지금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저의 행동이 또 다른 인연과보를 짓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 세상에는 내가 원하는 일이 다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집착을 하기 때문에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괴로워하게 되는 겁니다. 원하는 일은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안 이루어지면 그만이에요. 그래도 이루고 싶으면 다시 도전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괴로워합니다. 어떤 것을 원한다고 해서 괴로움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이루어야 한다고 집착하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괴로움이 생기는 거예요. 불교를 잘못 공부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반대로 상대가 나한테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줄 수도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가 못 해주면 때때로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합니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건 해주고, 못 해주는 건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지금 질문자는 아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는 것에 대한 답답함과 아들에게 내가 뭔가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 미안함, 두 가지 심리가 겹쳐 있습니다. 그래서 우왕좌왕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아들에 대해서 질문자가 원하는 바가 없어야 합니다. 설사 내가 원하는 바가 있다 하더라도 내 뜻대로 안 된다고 답답해하면 안 돼요. ‘방에서 나와서 외출했으면 좋겠다’,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 이런 기대심을 버려야 합니다.

아들이 싫다고 하는데 질문자가 바라는 걸 강제할 수 있을까요? 옛날에는 강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아무리 자식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서 어떤 것도 강제를 못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강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자식이 저러고 있는데 그냥 놔둬서 되나! 강제로라도 병원에 데려가서 고쳐야지’ 자꾸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거예요. 권유는 할 수 있지만, 아들이 안 해도 내가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하라는 대로 안 한다고 자식이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두라는 뜻도 아니에요. 외면하지 말고 ‘엄마 생각에는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아 보인다’ 이렇게 권유는 하되 아들이 뭘 먹든 어떻게 하든 남을 해치지만 않으면 내버려두라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강제할 수가 없으니까요. 아들의 건강 상태가 안 좋은 것이 어머니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겠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러다 죽으면 어쩌나?’ 하면서 너무 안타까워할 필요가 없어요. 만약에 부모가 억지로 조치를 취해서 죽지 않고 살도록 한다 해도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 결혼도 시키고 싶어질 것이고, 직장도 다니도록 해주고 싶어질 겁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계속해서 아이가 자생력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 그때 가서는 어떻게 할래요?

자생력이 없는 사람들은 사회가 요양원에서 보호하게 되어 있습니다. 부모가 보호할 수 있으면 계속 보호를 하겠지만,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부모가 더 이상 보호할 의향이 없거나 능력이 안 된다면 국가에서 보호를 해줍니다. 자생력도 없고 스스로 의지도 없어서 밥도 먹지 않고 지내다가 병약해져서 죽는다면, 그것을 꼭 나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억지로 보호받아서 60살까지 사는 것이나 지금 죽는 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어요? 부모로서는 마음이 안타깝지만 자연 생태계의 관점에서는 자생력이 없어서 저절로 죽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죄악도 아니에요.


그러니 아들을 그냥 지켜보면서 본인이 요청하는 것만 해주어야 합니다. 아들이 요청하더라도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어긋나는 것은 해주면 안 됩니다. 지금은 부모가 ‘아이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결혼했으면 좋겠다’, ‘공부했으면 좋겠다’ 같은 과도한 요구를 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본인의 생존도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부모가 정성을 다해 도와주지만 강제해서는 안 됩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나중에 아무런 후회가 없습니다.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자꾸 하기 때문에 ‘너를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자꾸 강제하려는 마음이 드는 겁니다. 본인의 생명을 어떻게 하는가는 본인의 권리이고 자유입니다.

스님은 자식이 없으니까 그런 소리를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런 관점을 가져야 질문자도 괴롭지 않고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자식을 둔 부모도 행복하게 살아야 해요. 이런 자식을 둔 부모가 행복하게 산다고 죄의식을 가질 이유가 없어요. 이런 자식을 둔 부모라고 해서 죽을 때까지 괴롭게 산다면 그건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그렇다고 자식을 내치거나 외면하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없는 일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웃으면서 즐겁게 살아도 부모로서 전혀 자격 미달이 아닙니다. 질문자가 걱정하는 일이 설령 일어난다고 해도 꼭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것대로 마무리를 하면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생길 겁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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