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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사이가 안 좋은 걸 어머니가 슬퍼합니다

작성자자연|작성시간24.04.02|조회수14 목록 댓글 0

동생과 사이가 안 좋은 걸 어머니가 슬퍼합니다

“저는 막내동생과 성격과 기질이 맞지 않아서 별로 친하지 않습니다. 막내가 사춘기 때 버릇없는 언행을 해서 주먹으로 한 대 쳤고, 그 후로 사이가 더욱 벌어졌습니다. 또, 2년 전 의견 차이로 언쟁이 있었는데 저만 보면 답답하고 벽이 느껴져서 앞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막내가 결혼식을 했는데 저를 초대하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도 막내가 꼴도 보기 싫어졌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이런 모습을 보시면서 슬퍼하십니다. 제가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친하게 지내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데면데면 하면서 지내도 되는 것인지, 스님의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그냥 데면데면 하고 지내도 됩니다. 스무 살이 넘은 형과 동생은 과거에 한 집에서 한 부모 밑에서 가족으로 자란 기억이 있을 뿐입니다. 그 기억에 연연해서 그렇지 실제로 스무 살이 넘으면 모두가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남남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사이가 좋으면 자주 만나면 되고, 사이가 안 좋으면 안 만나도 됩니다.

대신 질문자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동생이 버릇 없이 굴었다고 해도 주먹으로 때린 건 잘못한 거예요. 어떠한 문제든 폭력으로 푸는 건 잘못됐다고 반성하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동생과 안 만나고 지내는 건 괜찮지만, 나중에라도 동생을 만나면 ‘그때 네가 버릇이 없다고 생각해서 주먹으로 쳤는데 그건 내가 잘못했다. 사과할게’ 이렇게 말하고 사과를 하는 게 좋습니다. 부모라고 자식을 때릴 수 있다거나, 선생님이기 때문에 제자를 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어떤 일이든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옛날에는 여자는 때려야 부드러워진다고 하면서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을 정당화했고, 주인이 종을 때리는 것도 말을 듣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당화했고, 선생님이 아이를 때리는 것도 교육 상 필요하다며 정당화했습니다. 이런 말들은 모두 폭력을 합리화하는 잘못된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도 동생을 때린 일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 합니다. 그 외에 동생을 만나지 않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두 명 다 어릴 때부터 키워온 자식이기 때문에 형제 간에 다투는 모습을 보고 슬퍼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머니에게는 두 형제가 모두 한 가족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형과 동생의 입장에서는 각자가 다른 가족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 성인으로 살아가는 겁니다. 가정을 꾸린 남남이기 때문에 어머니와는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거예요.

어릴 때도 형제 간에 싸우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명절에 모여서 장기를 두거나 화투를 치며 내기를 하다가 형제들끼리 서로 싸우기도 합니다. 그때 부모는 싸울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부모님이 볼 때는 첫째가 이기든 둘째가 이기든 그 돈이 그 돈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한쪽 호주머니에서 다른 쪽 호주머니로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무런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형과 동생의 입장에서는 서로 다른 호주머니로 생각하기 때문에 싸우게 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형제들 사이의 재산 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성인이 된 다음에는 부모님의 재산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옛날 왕조 시대에는 왕위를 두고 형제끼리 서로 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였습니다. 이걸 두고 형제가 다른 형제를 죽였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두 성인이 권력을 두고 투쟁을 하느라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왕자가 아닌 사람은 애초에 그 경쟁에 참여할 수가 없습니다. 왕자 형제만 참여할 수 있는 경쟁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권력 투쟁이라고 바라봐야지 형제끼리 서로 죽인다고 바라보면 안 됩니다. 그것처럼 재산 분쟁도 남은 유산을 두고 형제끼리 서로 경쟁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은 애초에 그 경쟁에 뛰어들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니 유산을 두고 형제끼리 싸운다고 비판을 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애초에 유산을 두고 싸울 사람은 형제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그 경쟁에 끼고 싶어도 낄 수가 없기 때문에 남들과는 그런 분쟁이 일어날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 질문자의 경우에는 형제 간에 가끔 보고 지내도 괜찮고, 자주 보고 지내도 괜찮고, 안 봐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볼 때는 아직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 형제의 사이가 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요구를 질문자가 다 들어줄 수는 없어요. 어머니가 앞으로 매달 용돈을 천만 원씩 달라고 하면, 그런 요구를 질문자가 들어줄 수 없잖아요. 어머니의 요구가 있어도 질문자가 형편에 따라 50만 원을 드리든지, 100만 원을 드리든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것처럼 형제 간에 사이좋게 지내라는 어머니의 요구도 질문자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됩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사이좋게 지내라고 해도 그렇게 되기가 어렵잖아요. 그러니 ‘죄송합니다. 대신 제가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그러나 동생을 때린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동생을 만나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합니다. 아무리 형이라고 해도 동생을 때릴 권리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것에 대해서는 내가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고, 대신에 ‘네가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만나고 싶지 않으면 안 만나도 된다’ 이렇게 말해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 놓고 살면 됩니다.

결혼식에 자기가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을 왜 초대하겠어요? 결혼하는 날은 기쁜 날인데, 괜히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와서 결혼식장이 어색해지면 안 좋잖아요. 그러니 질문자를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은 건 너무 당연한 거예요. 또, 질문자 입장에서도 안 좋아하는 사람의 결혼식에 굳이 갈 이유가 뭐가 있어요? 그런데도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아직도 형제 사이에 무엇이든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무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형제니까 결혼식에 초대를 해야 한다든지, 형제니까 결혼식에 가야 한다든지, 이런 의무를 생각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지금은 각자 독립된 인격이기 때문에 초대를 받으면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습니다. 또 상대 역시 초대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저도 가볍게 생각을 하려고 했는데, 자꾸 마음이 무거워지곤 합니다. 제가 장남인데 결혼식에는 저만 초대를 안 한 것이 아니고, 가족 모두를 초대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만 결혼식에 다녀오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무리 내 동생이지만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웬만하면 잘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동생이 계속 거부를 하니까 저도 정이 많이 떨어지고 데면데면 하려고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에 부담도 됩니다.”

“지금 질문자가 형이라는 걸 쥐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형이라는 걸 쥐고 있기 때문에 이미 스무 살이 넘어서 각자가 독립된 인격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내가 형이니까 네가 먼저 와서 나한테 사과해라’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동시에 ‘내가 형이니까 동생을 잘 건사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하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괘씸한 동생한테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에는 체면이 안 선다고 생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동생을 장남인 내가 잘 건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자기 내부에 이런 모순이 생겨서 일어나는 번뇌입니다. 형이니까 대접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버리고, 내가 동생을 건사해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그냥 아는 사람을 만나듯이 대하면 돼요. 그리고 상대가 싫다고 하면 안 만나면 됩니다.

옛날에는 남자가 여자를 좋아해서 따라다닐 때, 상대방이 싫다고 해도 계속 따라다니는 것을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하는 말로 합리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 집 앞에 가서 무릎 꿇고 고백하면 진실한 사랑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행동하면 성추행이 되거나 스토킹이 됩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 계속 접근하는 걸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자식을 때리면 폭력에 해당합니다.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자식이 싫다고 하는데 계속 연락을 해서 자식이 그걸 법적으로 고발하면 모두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집니다. 설령 부부라고 하더라도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 부부 관계를 요구하면 성추행이나 성폭행에 들어갑니다. 세상이 옛날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내가 형이다’ 하는 지나친 의무감이나 자존심을 내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본인은 형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겠지만 요즘 동생들은 아무도 형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회사에서도 상사가 되면 목에 힘을 주려고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상사라고 해도 별로 신경을 안 씁니다. 지금 질문자는 그런 자의식 때문에 번뇌가 생기는 거예요. 주말에도 동생을 만나면 그냥 이웃집에 사는 청년을 만나듯이 먼저 인사하세요. ‘내가 형이니까 동생이 먼저 와서 인사를 해야 한다’ 자꾸 이런 생각을 하지 말고요.

사람들은 ‘아이가 어른을 보고도 인사를 안 한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 왜 꼭 어린아이가 어른한테 와서 인사를 해야 합니까? 어른이 아이한테 먼저 인사를 하면 안 되나요? 사실 이런 것도 모두 나이를 갖고 부리는 기득권입니다. 그냥 아이가 보이면 먼저 가서 ‘잘 있었니?’ 하고 인사하면 어때요?

그러니 질문자도 동생을 보면 먼저 ‘잘 지내니?’ 인사하고, 헤어질 때는 ‘잘 가라’ 이렇게 인사를 하면 됩니다. 상대방이 반응을 보이든 안 보이든, 그걸로 기분 나빠할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바다를 보고 ‘바다가 참 좋다’ 하면 내가 기분이 좋고, 산을 보고 ‘산이 참 좋다’ 하면 내가 기분이 좋습니다. 꽃이나 단풍을 보고 ‘예쁘다’ 하면 꽃은 대답을 안 합니다. 꽃을 예뻐하는 내가 기분이 좋을 뿐입니다. 그런 것처럼 동생을 만나면 내가 먼저 인사를 하면 되지, 자꾸 내가 형으로서 관계를 풀겠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관계를 풀겠다는 내 생각은 내 욕구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관계를 풀겠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동생이 괘씸하니까 안 만나겠다는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두 생각을 다 버려야 해요.


동생이 나에게 다가오거나 대화를 요청하는 것은 동생의 문제이고, 나는 형제로서 대화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형으로서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하면 됩니다. 다만 동생이 그 대화에 응할지 안 할지는 그의 자유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형이 이야기를 하는데도 어떻게 동생인 네가 대답을 안 하냐’ 이런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동생이 나를 싫어하든 말든 나는 나대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됩니다. 그걸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상대방의 몫이에요. 그런데도 자꾸 ‘내가 형이다’ 하면서 강압을 하니까 동생은 그게 싫은 겁니다. 요즘 시대에 자꾸 그렇게 행동하니까 동생이 형을 볼 때는 ‘답답한 사람이다’, ‘꼰대다’, ‘형이라고 폼만 잡는다’ 이런 선입견이 생기는 거예요. 자꾸 똑같은 이야기를 해봐야 별 도움이 안 됩니다.

또 동생의 입장에서는 트라우마가 생겼을 수 있습니다. 옛날에 한 대 맞아서 기분이 나빴던 기억에 사로잡혀 있을 수가 있어요. 오히려 문제를 풀려면 그런 감정을 풀어줘야 합니다. 대신 내가 사과한다고 해서 동생이 용서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용서를 하든 안 하든 그것은 동생의 인생입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그때 때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때렸으니 미안하다’ 하고 사과하는 거예요.

옛날에는 부모가 자식을 때리고, 선생이 학생을 때리고, 형이 동생을 때리고, 선배가 후배를 때리고, 주인이 종을 때리고, 남편이 아내를 때리고,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회사 사장이 종업원을 때려도 안 되고, 선생이 학생을 때려도 안 되고, 부모가 자식을 때려도 안 되고, 형이 동생을 때려도 안 되고, 선배가 후배를 때려도 안 됩니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그런 행동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만큼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 접근을 하는 것은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입니다. 요즘은 그런 행위에 대해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서 살아야 합니다. 그걸 모르고 자꾸 옛날이야기를 하면 꼰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어요. 아직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꼰대 소리를 들으면 어떡해요?

그러니 가볍게 마음의 문을 열고 지내보세요. ‘내가 동생을 챙기고 건사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동생과의 관계는 만나도 되고, 안 만나도 됩니다. 연락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생각을 하세요. 꼭 관계를 푼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는 내가 할 도리만 한다’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어머니가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면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니까 어머니는 너무 마음 상해 하지 마세요. 시간이 흐르면 해결이 될 겁니다. 기다려 주세요.’

나는 노력하지만 동생이 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 이야기를 해봐야 어머니가 어떡하겠어요? 어머니가 동생을 설득할 수도 없잖아요.

‘어머니, 죄송합니다. 잘 지내면 좋겠는데, 아직 잘 안 됩니다. 제가 부족해서 그런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이렇게 가볍게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제가 형이라는 것에 대해 집착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남이니까 관계를 내가 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다 보니까 저도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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