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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Q&A 게시판

긍정적으로 관점 바꾸기

작성자자연|작성시간24.04.20|조회수6 목록 댓글 0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니 황망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지난번에 스님께 아버지가 간단한 허리 시술을 받으시고 재활 운동을 하시지 않아 대소변을 3개월간 받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마음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를 질문드렸습니다. 스님께 질문드린 뒤 일주일 뒤에 아버지께서는 봄날 벚꽃 지듯이 편안하게 영면에 드셨습니다. 그때 스님께서 아버지가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크게 문제없다고 말씀해 주셔서 마음이 편해지고 가벼워졌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돌아가시니 자식 된 마음으로 황망하기 그지없습니다. 아직도 아버지께 좀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과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마음을 갖고 살아가야 할까요?”

“일주일밖에 못 사실 분이었는데 만약 운동을 시켜드렸으면 얼마나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의 생각이 그만큼 짧은 겁니다. 아버지에 대해 고민이 되어 질문을 했는데, 그러고 나서 1년을 더 살게 될지 2년을 더 살게 될지 하루를 더 살게 될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래 살게 되면 ‘운동을 시켜드릴걸’ 하고 후회하고, 빨리 돌아가시면 ‘괜히 운동시킨다고 아버님을 고생스럽게 했다’ 하고 후회합니다. 그래서 이래도 저래도 후회하기는 마찬가지예요. 어떤 일을 해도 늘 부족한 게 생길 수밖에 없어서 항상 이러면 이것이 문제이고 저러면 저것이 문제가 됩니다. 이것을 부정적 사고라고 해요.


그런데 관점을 바꾸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조금 전까지 얘기를 같이 나누다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고통 없이 돌아가셨으니까 돌아가신 분한테는 좋은 일입니다. ‘아버님께서 이렇게 편안하게 잘 돌아가셨다’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섭섭하게 받아들입니다. 자꾸 내가 섭섭한 것만 생각하는데, 사실 아버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편안하게 돌아가시는 게 중요하잖아요.

아버님이 막 고통을 겪으면서 시간을 끌면 자식들은 간호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지칩니다. 그래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실 바에야 돌아가시는 게 낫겠다’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럴 때 돌아가시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말을 절대로 안 합니다. ‘돌아가실 때가 되어서 돌아가셨다’ 하고 얘기하죠.

그러니 ‘아버님은 돌아가실 때가 되어서 돌아가셨다’ 하고 아무런 미련이 없으려면 아버님이 몇 달을 아파서 고생을 해줘야 하는 겁니다. 자식의 정을 끊으려고 부모가 긴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합니다. 병환을 오랫동안 앓고 있다고 해서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조금 전까지 얘기 나누다가 금방 돌아가셨다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모의 생사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와는 아무 관계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후회한다고 다시 살아나시는 것도 아니고 되돌이킬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는 ‘고생 안 하시고 잘 돌아가셨다!’ 이렇게 생각하고, 계속 살아계시면 ‘그래도 살아계셔서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은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신 상황이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그동안 고생하고 사셨는데 이렇게 편안하게 돌아가셨으니 참 잘 됐습니다. 아버님, 이제 편안하게 가십시오. 자식이 똥오줌 받아내는 것에 미안해할 일도 없고, 얼마나 좋습니까?’

이렇게 항상 일어난 일을 긍정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버님을 좀 편안하게 해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워할 수는 있는데, 그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만 괴로울 뿐이죠.

저한테 질문한 덕분에 아버님이 마음 편안하신 대로 두자고 마음을 냈고, 좋은 마음을 쓰니까 아버님도 ‘그래, 안녕!’하고 잘 가셨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아버님도 편안하게 가셨고, 질문자도 참 잘했다고 정리를 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을 붙잡고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바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은 받아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넘어져서 컵의 물을 반쯤 쏟았어요. ‘안 넘어졌으면 안 쏟았을 거 아니야?’ 하거나 ‘절반이나 쏟다니! 하고 후회한다고 해서 쏟아진 물이 다시 담기지는 않습니다. 절반을 쏟았으면 ‘넘어졌는데 그래도 절반이라도 남아서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일어난 일은 똑같지만 나한테 더 좋습니다.

계단을 내려오다 다리가 하나 부러졌다면 ‘기도해도 소용없네!’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기도했더니 한 다리만 부러졌네. 한 발로라도 걸을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낫습니다.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인생이 행복해집니다. 부탄에 가서 잠도 못 자고 죽을 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아무도 못 가본 곳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덜 피곤하고 스트레스도 안 받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불평하기 시작하면 몸도 아파지고 온갖 괴로움이 생겨요.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이걸 계기로 해서 항상 지금이 좋음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한다고 야단을 쳤는데, 만약 아이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게 되면 얼마나 후회가 됩니까? 우리는 한 치 앞을 못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오늘 저녁에 죽는다 하더라도 후회가 없게 행동해야 합니다. 부부지간에도 마찬가지이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할까?’ 이런 관점을 갖는다면 우리는 항상 지금 좋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지 않고 지금 일어난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아직 부족한 제 자신을 깨달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꾸준히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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