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하늘로 추락하는
아스팔트의 표정이 속절없다
굉음을 쏟아내는 깊은 삽질에
불현듯 현기증이 서식한다
점액질의 매연은 스멀거리는 안개로 삽입되고
사람들은 사라진 인도를 찾느라 분주하다
건물은 하염없이 한 층 한 층 쌓여가고
밟혀대는 그림자 사이로
경적은 정오의 사이렌처럼 울린다
이쪽 너머 저쪽과의 경계가
안전모를 담보로 붉게 판결된다
단 한 번의 어김도 없이
어제처럼 오늘의 표정도 변함이 없다
왼팔을 벌린 채 아래위로 삐걱거리는
작업복의 품이 넓게 펄럭인다
뿜어대는 자동차의 요란한 숨구멍
덕지덕지 붙은 노동의 더께 위로
누군가 씌어놓은 흰 마스크가 유난하다
* '정오의 사이렌'은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 인용함.
- 공중부양사, 애지시선 0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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