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연잎 위에 구슬처럼 고이고
소쩍새 울음 속으로 그리움이 저물어 가는 밤
어디서 사랑이 발효되어 향기가 휘날리는데
대추나무 뿌리 근처에 묻은 독사로 담근 뱀술이 익어 간다.
하고 싶은 말, 독 같은 말, 말 못할 사연도 뱀술과 익어
향기로운 뱀술이 되기를 바라는 꿈이 역린처럼
돋아나는 밤, 누구에게나 치명적인 독마저 삭아
한 병 뱀술이 되어 가므로
달빛이 어느 밤보다 세상을 더욱 곱게 물들인다.
머지않아 장진주사 부르며 잘 익은 뱀술을 나눌
죽마고우도
달빛에 흠뻑 젖어 이 밤에 귀거래사를 읊을 것이다.
- 백석과 보낸 며칠간, 시작시인선 04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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