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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 전 (김용택)

작성자기다려줘|작성시간26.06.14|조회수14 목록 댓글 0

앞산에 바람 분다.
나는 마른 참나무 잎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잠이 든다.
떳떳한 아침 소낙비,
오후 늦게서야 시작하는 걱정 없는 부슬비,
싸리나무 노란 잎이 지는 소리에도
나는 밖을 내다보지 않는다.
소쩍새가 산에서 운다.
그 산이 어느 편 산일까 분간하지 않는다.
때로 밤을 새워 구른 자갈들이 내 등을 파고들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산그늘 뒤를 따라내려오며 서리치는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떤 날은 돌아누운 앞산 어깨에 팔을 두르고
허리에 오른발을 얹고 근심 없이 잔 날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나에게 다 무슨 소용인가.
생각하기 전에 본 그대 얼굴이
나는 좋다.


- 울고 들어온 너에게, 창비시선 401 -

(Heinz Flocken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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