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초여름비가 소리없이 내린다.
텃밭 주인장 밭에서 따준 호박잎을 깨끗히 씻어서 쪘다.
막 찐 호박잎을 된장에 싸서 아침을 먹으니, 꿀맛이었다.
나흘 전에 시화전에 보낼 작품까지 마무리한지라, 마음이 전에 없이 편안하다.
그제 처음으로 상추전을 부쳐서, 산신령께 갖다 줬더니, 맛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오늘도 아침부터, 새로 사온 병에 기름을 채우고, 상추전 부칠 준비를 해본다.
말이 상추전이지, 깻잎, 방아, 케일, 청상추, 조선상추, 두부 등을 섞어서 전을 구울 참이다.
솔직히 특별히 맛나지도, 그렇다고 맛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애매한 맛이다.
그렇든 말든 비오는 날하면, 부침개 아닌가? 아뭏튼 상추를 대거 소진하는 방법 하나를 찾았다.
잘익은 총각김치에 무우만 쏙쏙 골라서 먹고 나니, 잎사귀와 진한 양념만 소롯이 남아 있다.
점심은 멸치육수에 메밀국수를 삶아서 열무잎사귀와 양념을 섞어서 먹으면, 그게 바로 열무국수 아니던가?
상추전도 부치고, 열무국수도 해먹고 그래도 심심하면, 우산을 들고 고분군을 한바퀴 돌고 와야지.
멀리 떠나는 3일을 시도하려 했으나, 이번에도 용기가 없어서 작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계획없이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나에겐 참 어렵다.
아무데도 가지 말고 있으라고, 이슬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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