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소중한 산길로
별물
" 선생님! 제가 무척 언제나 존경하는 것 아시죠!
항상 잘 되시기를 빌고 있습니다."
서국서 시인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에둘러 표현하기가 정말 힘든다는 걸 실감했다. 그 말은 고이 마음 속에 간직해야만 모든 이어지는 대화에 품위를 더하게 된다. 그 말을 미리 해버리면 대화는 머슥하게 끊기고 말 것이다. 적어도 시를 오래 쓴 사람은 그 말만은 아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ball)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넘기고 자기는 홀가분하게 있으려 하면 안된다. 그것은 무거운 짐을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지워주는 것과 같다. 다만 아무 말도 안 하면 이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 라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표정도 좋지만 음성으로 즉 언어로 표현을 해야 하는데 이론보다 실제로는 잘 안되고 사랑한다는 부담주는 얘기를 불쑥 하기 쉽다.
서국서 시인은 그런 면에서 무난하게 얘기했다고 생각된다.
" 서 시인님 덕분에 잘 하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
폴라 선생님은 최소한의 예법지키기 외에는 서국서 시인에게 거리두기는 하지 않으실 분으로 보인다.
" 선생님! 길이 왼쪽으로 갑니다. 천천히 오세요! "
앞에서 성서희 시인이 탕춘대로 가는 길을 가리킨다.
언제 어느 순간에나 꿈 같은 시간은 빨리도 흘러간다.
오늘의 배낭 나르기 등으로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고귀한 선물처럼 주어진 둘만의 짧은 행복한 동행의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흘러 " 그대는 내가 기다리던 베아트리체입니다 "라는 말도 마음속에 그냥 머물러 있고 말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서국서 시인에게 무난하게 잘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장미나 백합꽃을 가까이 볼 시간도 별로 없이 바쁘기만 한 인생에서 배낭을 지고 가며 폴라 선생님과 걸은 시간은 먼 후일까지 잊혀지지 않는 시간이 될 것만 같았다
포장된 도로를 지금까지 걸어 왔으나 여기부턴 비포장길이며 돌계단 나무계단 울퉁불퉁한 암석도 있고 본격적인 산행이었다.
" 서 시인님! 폴라 선생님과 좋은 산책시간 되셨겠네요! 매일 폴라 선생님 생각만 하시더니.... "
양정린 시인이 미소 띠우며 얘기한다.
" 굳이 힘들게 변명하지 않을께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턴 산행이므로 구름정원길에서 처럼 국찬성 시인님과 원경화 시인님이 전국구 산에 경험이 많으셔서 선두를 서신다면 폴라 선생님의 보호를 부탁드리겠어요!" 서국서 시인이 밝은 표정이었다.
굳이 첨언한다면 산길 같은 험한 곳에선 남성이 예의로 여성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며, 포장된 덜 위험한 곳에서는 여성이 먼저 남성의 팔에 의지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것에만 주의하거나 지나치면 스트레스가 되어 점점 산행을 피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인은 센스와 유머인데 책이나 신문에서 보면 그럴 듯 하지만 실제로는 잘 안되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 운전하고나면 무사히 한 걸 감사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운전의 마음가짐을 한번씩 돌아보면 감사하게 잘 할 것 같다. 끝없는 사회생활에서 자신을 잘 지키기 위해서도 마음공부가 필요하듯이 시공부도 그런 차원의 도움도 확실히 주는 것 같다 . 명심복감 채근담 같은 자기 수신서나 쇼펜하우어 같은 생활철학, 구약과 신약, 금강경, 칸트 심지어는 옛날 수학책까지 꺼내들고 미적분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물론 수학은 결론이 안나온 미제로 남지만 글로 된 서양 수필 같은 경우 의미가 통하는 귀절도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서양 소설들은 엄청난 두께와 길이와 양으로 읽다가 마는 경우가 많다. 시인이 되는 일이 읽다 만 그 책들을 다 읽어야하는(물론 아무도 하란 얘기 안하지만) 고된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겠다. 시와 성경책은 아주 가까운 거리며 관계인 것 같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는 형이상학시로서 표현과 소재가 성경과 많이 연결되는 것 같다. 우리들이 시를 배우며 방안에만 있으면 건강을 잃을 염려도 있으므로 지혜로운 여성시인들 덕분에 가까운 산에 산행도 올 수 있고 또 남성들로선 아직은 힘과 경험이 남아 있기에, 열심히 배워보려는 개성적인 여성시인들을 도와드릴 겸 같이 배워 자기계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약 반 시간 올라 가면 탕춘대가 나오는데 화강암의 돌들을 적당한 크기로 쪼개어 성을 쌓은 곳이다.
일행은 물도 마시고 콜라 등 음료도 마셨다. 남성들은 옷입는데 연구를 덜하는데 여성들은 등산복 갖춰 입는데도 색상 디자인 등 새로운 시도도 하는 것 같은데 프랑스 같은 나라는 패션으로 선두를 달리려는 것 같고 여하튼 현대는 옷하나만도 개성이 살아나는 시대이니 옛날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러나 비싼 옷만이 패션의 대상은 아닌 것 같다. 지혜로운 눈과 안목으로 보통수준의 옷도 코디네이션의 안목과 실행으로 개성적 세계를 창출하는데 우리 시인분들이 패션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까닭은 바로 자신만의 시세계를 이루겠다는 언어의 패션에 눈을 뜨려 하기 때문인데 이점에서 남성 시인들의 그동안 읽은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돠는데 선소현 시인, 성서희 시인, 양정린 시인, 도초희 시인의 새로운 언어 실험 및 경험쌓기가 이제 한 단계 상승하여 빛을 발할 시간이 되었을 느낌이 드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 다른 시인들의 시를 많이 읽어야 할 것아다.
일행은 괜찮은 깨끗한 공터에 자리를 넓게 깔고 네분이 준비해온 음식을 정돈하여 묵념을 드리고 식사를 했다. 남성들은 미안하고 신기하고 고마워 시공부로라도 보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선소현 시인이 담근 과일주를 한잔씩 돌려 드렸다
여성 시인들은 시간 늦지 않게 자녀지도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시도 열심히 해 놓으면 경험상 분명히 도움될 것이다. 손수 만드신 주먹밥 김밥이 향기로왔다. 자리를 신속히 치우는데는 남성들이 잃어버린 물건없이 자세하게 짐을 잘 꾸려 배낭에 넣었다. 열심히 맛있게 들면(먹으면) 음식을 만든 모성도 기뻐하리라. 일행은 기념사진도 한장 스마트폰으로
찍고 기억력이 좋은 시인은 꽃이름도 설명하며 한 걸음씩 시이론 용어에도 점점 다가 갔다. 폴라 선생님도 여성 시인들 정성에 감동한 것 같았다
오늘은 조용하게 서국서 시인의 날인 것 같다. 폴라 선생님과의 대화는 가슴에 남을 것이다.
홍은동으로 산을 내려온 후 마을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와 모두다 연희동 그 자리로 와서 오늘의 작별을 했다. 폴라 피터슨 선생님은 전번 산행 때처럼 일일이 손을 잡아 주시며 바울 사도를 연상시켜 주셨다.
원형상징은 우리의 생활 가까이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