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의 두터운 문 두드리다
별물
" 사람들의 언어생활 자체가 스스로 의식하지는 못해도 시의 구조 (structure) 안에 포함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수학 공식이나 명제를 발견했을 때 그 수학자가 아! 하고 감탄사를 발한다면 수학적 표현도 시와 연결될 것 같습니다. 현대시에서 중요한 이미지로는 감각적 이미저리와 비유적 이미저리와 상징적 이미저리가 있습니다만 여기서 이미저리는 여러 이미지가 중첩되어 하나의 큰 이미지가 형성된 것을 뜻하고 있습니다. 즉 이미지를 찾기 위해 정서를 객관화하고
체험과 상상이 뒤따라야 하고 드디어 이미지가 형성되는데, 그 과정에서 대상에의 체험을 통한 감각적 이미저리와 비유적 이미저리와 상징적 이미저리을 활용하여 더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명징한 그림같은 이미지가 형성되는데, 이미지는 말로써 그린 그림이므로 비유와 상징이 들어가야 이미지가 견고하게 결구되며, 이를 위해 은유, 직유, 상징, 아이러니가 등장하는데 쉽게 이해하면 시는 바로 비유와 상징 아이러니 자체라는 것입니다. 상당히 어렵게도 느껴집니다만 서너번 다시 함께 공부하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소현 시인이 이미지를 통한 시에의 접근을 시도하며 앞으로도 반복하여 공부하자고 한다.
선소현 시인의 열강에 격려의 박수가 나왔다.
아이러니에 대한 수많은 글들 중에서 찾아온 자료를 형 재 식 시인이 읽어 내려
갔다.
"
다시 본 아이러니
별 물
‘인생은 아이러니이다‘라는 말을 가끔 들어왔지만, 시 공부를 하면서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반가운 마음입니다. 정말 시이론 공부는 잊지 않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는 그저 배고프기만 한 것이 아니며, 살면서 꼭 필요한 지혜를 심어 준다는 기대감도 생기구요! 지혜가 안 생겨도 괜찮지만 좀 지혜로워질 것 같네요
예를 들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무슨 자격 시험을 쳤는데 감기 때문에 떨어졌다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고 또 다음을 기약하며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의 관점으로 보면 이해가 가는 것 같습니다. ‘잘 해도 떨어질 수 있고, 수수하게 잘 해도 붙을 수도 있는 것‘이 아이러니라 한다면, 여기서 해석을 잘 해야 합니다. (수수하게 해서 되는 일은 이 세상엔 별로 없지 않을까?) 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안심되지 않을까요? 열심히 해도 안되도 하는데까지 해보고 영원한 낙오자는 되지 말아야 겠지요 ! 어쨌든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가지면 긍정의 아이러니는 그에게 축복을 가져다 줄 것이며, 그 축복을 겸손의 마음으로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했는데도 떨어질 수 있는 확률도 있겠지만, 다만 최선을 다 했다면 마음만은 개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라는 것은
가능성를 의미할 수도 있기에 멈추지 않고 한 단계 더 높게 마음을 모아
계속 열심히 하면 다음 번엔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Bible의 신약의 후반부의 바울 사도의 편지는 인생의 비밀을 알려줍니다. 히브리서의 11장 1절에 "Now faith(신념) is the assurance(확신) of things hoped for, the conviction(확신, 자각) of the things not seen"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즉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에 대한 실물이며,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증거입니다 라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Paul의 편지는 그야말로 힘차고, 잊혀져가는 혹은 사라지려는 처음의 결심을 일깨워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처음에 공부하고자 했던 마음이 식어지고 점점 맥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월에 장사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이것이 아이러니한 일일 수 있을 것입니다. Paul의 믿음의 이야기는 이러한 식어진 아이러니를 긍정의 아이러니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여지는군요. 아이러니는 가능성의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열심히 하였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고, 혹시 또 누가 알아
주어 분에 넘치는 칭찬을 하더라도 쉽게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생활을 원만히 해 나갈 수 있는, 아이러니의 개념이 가르쳐주는 교훈이
라고 생각해 봅니다
또한 아이러니는 인생의 희망이라 생각됩니다. 파도 같이 오르내리는 삶의 고갯길에, 끝없지만 열심히 살아가도록 교훈과 희망을 주는 것이 아이러니일 수 있습니다. 안 되는 아이러니가 아닌, 되는 아이러니를 잊지 말고 숙고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형재식 시인이 긴 수필을 읽었는데, 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이 시점에서 다시 선소현 시인이 읽었다
"
여기에서, 메타포(은유)와 아이러니의 다른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한마디로 메타포는 두 개의 상반된 것 사이에 에널러지(유추)를 발견함으로써 두개의 대립된 것이 조화를 이룹니다만, 아이러니는 애널러지(유추)가 발견되지 않은 채로 상반된 대립관계를 연결시킨
부조화의 세계라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로서,
보들레르의 말을 빌면, 초자연의 세계인 것입니다. 초자연이란 말은 초현실로 불리우고, 아이러니는 메타포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그로테스크한 면을 가집니다. 현실과 초현실이 대결하면 아이러니가 생기고, 서로 조화를 이루면 메타포가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는 반어법적인 수사법인데 현대시의 본질이며 구조원리라 합니다
밖으로 드러나는 뜻과 이면의 숨은 뜻이 반대 관계에 놓이는 특성을 가집니다
감사합니다." 선소현 시인도 이즈음에서 설명을 멈추기로 했다. 이 정도의 뜻만 이해했음에도 아직 읽어야할 내용이 많아도 답답함이 많이 가시고 후련한 느낌도 들었다. 형재식 선소현 시인팀이 아이러니 시이론에 과감히 접근한 모습이었다
다시 한번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이 해 인 시인의 시를 한 수 폴라 피터슨 선생님이 낭송하셨다
"
슬픔의 빛깔
이 해 인 시인
내가 종종 빠져드는 슬픔
슬픔에도 빛깔이 있다면
무슨 빛일까
차디찬 하얀빛?
어두운 검은빛?
신비한 보라빛?
어느 날
혼자 궁리를 해보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아
나는 그냥
멈추지 않고 솟아오르는
눈물빛이라고 말하겠다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과 이별의 추억이 담긴
눈물빛
삶의 어느 순간에
너무 행복해서
감동으로 흘렸던
맑고 투명한 눈물빛
그래 기쁨과 같이 사는
슬픔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눈물빛이다.
"
폴라 선생님께서 오랫만에 낭송하시니 목소리가 트이시는 것 같았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폭포 같은 박수소리도 자연 그대로였다.
시의 해설은 서국서 시인이 하기 시작했다. 해설은 평소의 축적에서 나온다. 잘 될 것인가? 폴라 선생님이 시 적힌 메모지를 보고 계셨다
" 땅이 넓고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슬픔이라는 잔잔한 바다 위에 배를 띄워 휘적휘적 노저어 가며 하루의 시간을 채워 나갈 것 같군요!
열심히 노저으면 운동도 되고 몸안에 머물던 피로도 씻겨나갈 수도 있고 개운하고 즐거운 기쁨도 느낄 수 있지만 배가 떠가는 바다의 푸른 물결은 잔잔한 슬픔을 언제나 담담하게 동행하는 벗처럼 여기고 그 슬픔도 인간을 하염없이 위로해 줄 수 있는 깊은 마음을 가진 낯설지 않은 슬픔의 바다로 서로 다독여 줄 것 같애요! 푸른 바다도 서정적 자아와 같이 울어 줄 수 있다면 그 빛깔은 당연히 언제나 편안하고 마음을 달래주는 바로 이 해 인 시인님의 깊은 눈물빛일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
서국서 시인이 막힐 것 같은 말문이 열려 감사하는데 파도치는듯 박수소리가 들렸다. 폴라 선생님은 믿고 걱정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덖여 주셨다.
시인들은 남은 대화를 시처럼 나누면서 차와 커파와 빵을 먹었다. 시의 에스프리가 충만한 기쁨은 마치 독서후의 은은한 희열 같았다. 이 해 인 시인의 '슬픔의 빛깔'은 깊고 잔잔한 아이러니로서 좋은 시로 다가왔다
일행은 모두 작별인사 나누며 모두 떠나고 폴라 선생님과 서 시인도 버스를 타고 연희동으로 왔다. 떠나기 싫어도 내일 위해 서로 용감하게 출발해야 한다
폴라 선생님은 서국서 시인을 포옹하며
We'll meet tomorrow, Sir Poet Seo!
하셨다. 떠나되 떠나지 않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