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는 11일 9.1% 임금인상안을 회사 측에 제시했다. 이에 회사 측은 "환율 하락에 고유가까지 겹친 최악의 경영 환경에서 이 정도 임금을 올리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의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 도요타는 올해 근로자 1인당 1000엔(8100원)의 월급을 올리기로 했다. 임금인상률이 1%도 채 안 된다.
지난해부터 일본 경제가 살아나 물가인상률만큼 월급을 올려야겠다며 노조 측이 이 방안을 제시했고, 경영진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대신 노사는 성과급과 비슷한 연간 보너스를 평균 237만 엔(약 2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7만 엔 적은 금액이다. 해외 실적은 좋았지만 일본 내에선 장사를 시원치 않게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요타는 세계 자동차 업계 최고의 영업이익(1조7000억 엔)을 냈다. 현대차보다 12배나 많다.
도요타 노조는 2001년 이후 5년째 임금 동결에 찬성했다. 노조는 임금 동결 대신 정년(60세)까지 고용 보장을 요구했고, 경영진도 이를 받아들였다. 도요타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1890년대 창업자인 도요타 사키치(豊田佐吉)가 목조 직기를 발명하며 시작됐다. 실이 끊어지면 자동으로 멈추는 직기로 특허를 받았다. 이 특허를 팔아 1937년 벤처회사로 창립한 게 도요타다. 50년에는 경영 악화로 부도상태에 몰려 오너 일가의 지분 대부분이 은행으로 넘어갔다. 긴급 대출을 받아 회생했고,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67년 이후에는 도요타 일가가 사장을 맡아 94년까지 경영했다. 95년부터 지금까지 11년째 전문경영인이 도요타를 이끌고 있다. 도요타 일가의 장손(4세)인 아키오(章男.50)는 현재 구매담당 부사장이다.
도요타 일가가 대주주(현재 2% 미만)가 아닌데도 꾸준히 경영에 참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엄격한 자기 관리에 있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비자금이나 사생활 관련 스캔들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었다. 지난해 현대차는 렉서스를 벤치마킹한 뉴그랜저를 내놓고 자신만만해 했다. 일부 경영진은 "멀게만 보이던 도요타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했다. 현대차가 진정으로 도요타를 따라잡으려면 회사든 노조든 도요타의 역사를 곰곰이 연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