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청운陳靑雲은 과거 대본소 무협 시절에는 와룡생 다음으
로 많은 책의 저자로 등장했던 작가였다. 와룡생과 마찬가지
로 진청운의 경우에도 그의 이름으로 소개된 책들이 진짜 그
가 저자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단지 어떤 이유로 해서 그의
이름이 유독 잘 먹히는 이름으로 알려진 모양이라고 생각할밖
에는...
그러나 지금은 또 진청운의 이름으로 나온 책은 보기 어렵
다. 재간된 책은 거의가 와룡생의 이름을 붙여서 나왔기 때문
이다.
아쉽게도 내가 가진 무협소설 사전에는 그의 약력이 나와있
지 않다. 단지 그가 중국에서는 와룡생의 아류로 비슷한 기풍
을 가졌다고 알려졌다는 정도의 지극히 불확실한 정보밖에는
들은 적이 없다.
무협소설사전에 그의 작품이 십여개 소개되었고, 내가 가진
책중에 그의 이름으로 된 것이 몇 개 있는데 내용상 서로 공
통되는 것이 없으니 진청운의 저작으로 어떤 것이 번역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고룡의 이름으로 나온 <잔지령殘肢令>을 읽다보니
사전에 나온 진청운의 <잔지령>과 동일한 것임을 발견하게 되
었다. 현재로서는 진청운 원작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중 내
가 아는 것은 이 <잔지령>이 유일하다.
2.
<잔지령>은 앞에 말한대로 고룡의 이름을 달고 1993년 한웅
출판사에서 나왔다. 번역자의 이름도 없는 걸로 봐서 과거 만
화방에 굴러다니던 판본을 가져다가 대충 재간해낸 것인 모양
이다.
김용의 <영웅문>, 고룡의 <초류향>과 <절대쌍교>가 유명해
진 이후 우리나라출판계에는 잠시 중국무협 붐이 일어난 적
이 있다. 이때 과거 무협을 출판하던 출판사, 혹은 돈 냄새를
맡은 출판사들이 만화방을 돌아다니며 옛날 판본들을 수거해
다가는 조판만 다시 해서 마구 찍어내었다.
이래서 <잔지령>과 같은 책이 다시 나오게 된 것인데, 이미
게시판에서 수차 이야기 되었듯이 저자 이름도 대충 붙이고,
등장인물의 이름도 바꾸고, 심지어는 내용도 약간씩 바꾸어서
내는 바람에 중국무협의 원저자와 원제를 알아내는 일은 더욱
어려워져 버렸다.
그래도 그 덕분에 곰팡이 피어 사라져 가던 옛날의 무협지
들이 조금 훼손된 상태로라도 다시 햇볕을 보게 된 것은 독자
입장에서는 다행인 셈이다. 이렇게라도 나오지 않았으면 어디
가서 그 판본들을 다시 구해볼 것인가.
내용은 아주 과거에 읽은 것이라 기억이 안 나고, 다시 구
한 재간본은 조금 읽다가 한숨이 나서 그냥 접어버렸다.
과거에 무림 각파의 협공에 멸문한 문파의 주인이 제자를
구해서 복수를 시키는 내용인데, 잔지령은 그 사부가 사용하
는 병기이자 신물이다. 가지가 달린 륜(輪)의 일종인 기문병
기인데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 죽인다고 해서 잔지령인 모양이
다.
워낙 많이 봐서 식상해 버린 스토리에 워낙 많이 등장해서
식상한 꽃미남 스타일의 주인공이다.
과거의 향수를 되씹어가며 읽는다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그 식상함이 너무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3.
진청운의 진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있는, 그리고 기억하
는 작품이 몇 개 있다.
<마두魔頭>
이덕옥 번역으로 박우사에서 나온 것이다.
주인공은 한송령이라는 사람인데, 아마 첫 부분을 기억하는
고전무협 팬들이 많겠다.
주인공이 객잔의 점원에게 그림 하나를 보여주면서 이런 그
림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점원은 보자마자 파랗게 질리
는데, 그 그림의 내용은 세 명의 노인이 두 부부를 위협해 죽
게 하고 있는 그 옆에서 아이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장면이
다.
물론 세 노인이 원수고, 그림의 아이가 주인공이다. 소위
'삼불대'라는 무림단체의 우두머리가 세 노인이고, 그들과 싸
우는 것이 주 내용이다.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의 검이다.
한기를 간직한 보검인데 꺼내어 사용하면 주위가 얼음천지
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검법은 검을 꺼내기 전부터 발
휘된다. 검손잡이에 달린 수실로 공격하는 것이 일초식, 검집
채로 사용하는 것이 제 2초식, 검집에서 빼내면서 3초식...
이런 식이다.
너무 과장되어서 읽은지 오래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장면이
었다.
<잔인지殘人誌>
<잔인지>인지, <잔인전>인지 제목은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
데 진청운의 것으로 나왔었다.
주인공은 단검잔인 공손찬이라는 절름발이 청년이고, 내용
은 이렇다.
무림에 세 명의 현자가 있었는데, 그중 공공자라는 사람이
최고였다. 그 나머지 두 사람이 공공자에 대한 경쟁심으로 그
가 만들어놓은 절진을 깨버리는데, 그 안에는 전대의 마두들
인 무림십팔천마가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림에는 다
시 혈겁이 일어나는데...
공손찬은 당대 천하제일검의 아들이지만 무공에는 별 뜻이
없고 세상구경이나 하며 다니다가 집에 와보니 집안 사람들이
몽땅 죽었다. 그래서 복수를 하러 다니다가 위기를 만나 절름
발이가 되고, 얼굴에도 화상을 입어 복면을 써야 한다.
그러다가 공공자를 만나 천하제일의 무공비급을 얻는데, 그
게 대리국의 왕가 비급으로 나오는 것이 재미 있다. 하여간
거기에서 공공보라는 보법과 천지교태라는 일초식의 검법을
익혀서 십팔천마를 죽이러 다닌다.
마지막 장면에서 연인이 십팔천마중 색마에게 능욕을 당해
'볼 낯이 없어요'그러며 떠나고, 주인공은 '그래도 상관 없
다'고 그러면서 쫓아가는... 당시로서는 특이한 엔딩을 보여
주어서 기억에 남는다.
<용봉천하龍鳳天下>
역시 이덕옥 옮김으로 박애사에서 나온 책이다.
주인공은 임장웅, 사막으로 떠난 아버지를 찾아 갔다가 중
간에서 조화노인이라는 신비한 인물을 만나 무공을 배우고 강
호로 나와 활약한다는 이야긴데, 기연을 얻는 장면도 별 설득
력이 없고, 내용상에도 그다지 끌리게 하는 면이 없어서 앞부
분 조금 보다가 덮어버렸다.
<서검춘추書劍春秋>
번역자도 없고, 겉표지의 검(劍)자가 檢자로 나왔다. 진청
운의 이름자도 陳이 아니라 秦으로 되어 있는 등 엉망인데,
도서출판 승일이라는 곳에서 나온 것이다.
일전에 교보문고에 가봤더니 <무림천하>라는 책이 있는데,
그 표지에 武林天下가 아니라 武林'千'下로 되어 있어서 그냥
웃고 말았다. 겉 표지조차도 이렇게 만들어도 돈을 벌 수 있
다니, 무협시장이 헐렁하긴 한 모양이다.
주인공은 제갈룡이고, 관리였던 아버지가 뱃놀이 갔다가 무
림방파의 습격을 받아 죽은 원한을 갚으러 강호로 나온다는
내용이다.
그 사부의 원한이 더 재미 있다.
어느 골짜기에서 보광이 번쩍여서 보물이 출토될 징조라 여
긴 무림인들이 모여든다. 그중 한 사람 초회인이라는 고수가
보물을 차지하는데, 같이 있던 무림고수들의 기습을 받아서
절벽에 떨어지는 것이다. 그 안에서 물론 기연을 만나 무공을
익힌다.
단지 시간이 육십년이나 걸려서 무공을 다 익히고 원한을
갚으러 나왔더니 원수들은 다 늙어죽어 버리고 없다. 그래서
다시 골짜기로 돌아와 쉬고 있다가 제자를 얻은 것이다.
별로 끌리는 구석은 없는 책이다.
4.
진청운과 설안은 와룡생 아류로 속하는 삼류작가로 취급된
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우리 나라에 나온 책으로만 치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삼류작가도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괜찮은
것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
진청운의 것 중에는 <잔인지>가 제일 나았던 것 같은데, 글
세 그게 진청운의 것이 맞는지를 몰라서 영...
진청운陳靑雲은 과거 대본소 무협 시절에는 와룡생 다음으
로 많은 책의 저자로 등장했던 작가였다. 와룡생과 마찬가지
로 진청운의 경우에도 그의 이름으로 소개된 책들이 진짜 그
가 저자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단지 어떤 이유로 해서 그의
이름이 유독 잘 먹히는 이름으로 알려진 모양이라고 생각할밖
에는...
그러나 지금은 또 진청운의 이름으로 나온 책은 보기 어렵
다. 재간된 책은 거의가 와룡생의 이름을 붙여서 나왔기 때문
이다.
아쉽게도 내가 가진 무협소설 사전에는 그의 약력이 나와있
지 않다. 단지 그가 중국에서는 와룡생의 아류로 비슷한 기풍
을 가졌다고 알려졌다는 정도의 지극히 불확실한 정보밖에는
들은 적이 없다.
무협소설사전에 그의 작품이 십여개 소개되었고, 내가 가진
책중에 그의 이름으로 된 것이 몇 개 있는데 내용상 서로 공
통되는 것이 없으니 진청운의 저작으로 어떤 것이 번역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고룡의 이름으로 나온 <잔지령殘肢令>을 읽다보니
사전에 나온 진청운의 <잔지령>과 동일한 것임을 발견하게 되
었다. 현재로서는 진청운 원작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중 내
가 아는 것은 이 <잔지령>이 유일하다.
2.
<잔지령>은 앞에 말한대로 고룡의 이름을 달고 1993년 한웅
출판사에서 나왔다. 번역자의 이름도 없는 걸로 봐서 과거 만
화방에 굴러다니던 판본을 가져다가 대충 재간해낸 것인 모양
이다.
김용의 <영웅문>, 고룡의 <초류향>과 <절대쌍교>가 유명해
진 이후 우리나라출판계에는 잠시 중국무협 붐이 일어난 적
이 있다. 이때 과거 무협을 출판하던 출판사, 혹은 돈 냄새를
맡은 출판사들이 만화방을 돌아다니며 옛날 판본들을 수거해
다가는 조판만 다시 해서 마구 찍어내었다.
이래서 <잔지령>과 같은 책이 다시 나오게 된 것인데, 이미
게시판에서 수차 이야기 되었듯이 저자 이름도 대충 붙이고,
등장인물의 이름도 바꾸고, 심지어는 내용도 약간씩 바꾸어서
내는 바람에 중국무협의 원저자와 원제를 알아내는 일은 더욱
어려워져 버렸다.
그래도 그 덕분에 곰팡이 피어 사라져 가던 옛날의 무협지
들이 조금 훼손된 상태로라도 다시 햇볕을 보게 된 것은 독자
입장에서는 다행인 셈이다. 이렇게라도 나오지 않았으면 어디
가서 그 판본들을 다시 구해볼 것인가.
내용은 아주 과거에 읽은 것이라 기억이 안 나고, 다시 구
한 재간본은 조금 읽다가 한숨이 나서 그냥 접어버렸다.
과거에 무림 각파의 협공에 멸문한 문파의 주인이 제자를
구해서 복수를 시키는 내용인데, 잔지령은 그 사부가 사용하
는 병기이자 신물이다. 가지가 달린 륜(輪)의 일종인 기문병
기인데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 죽인다고 해서 잔지령인 모양이
다.
워낙 많이 봐서 식상해 버린 스토리에 워낙 많이 등장해서
식상한 꽃미남 스타일의 주인공이다.
과거의 향수를 되씹어가며 읽는다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그 식상함이 너무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3.
진청운의 진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있는, 그리고 기억하
는 작품이 몇 개 있다.
<마두魔頭>
이덕옥 번역으로 박우사에서 나온 것이다.
주인공은 한송령이라는 사람인데, 아마 첫 부분을 기억하는
고전무협 팬들이 많겠다.
주인공이 객잔의 점원에게 그림 하나를 보여주면서 이런 그
림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점원은 보자마자 파랗게 질리
는데, 그 그림의 내용은 세 명의 노인이 두 부부를 위협해 죽
게 하고 있는 그 옆에서 아이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장면이
다.
물론 세 노인이 원수고, 그림의 아이가 주인공이다. 소위
'삼불대'라는 무림단체의 우두머리가 세 노인이고, 그들과 싸
우는 것이 주 내용이다.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의 검이다.
한기를 간직한 보검인데 꺼내어 사용하면 주위가 얼음천지
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검법은 검을 꺼내기 전부터 발
휘된다. 검손잡이에 달린 수실로 공격하는 것이 일초식, 검집
채로 사용하는 것이 제 2초식, 검집에서 빼내면서 3초식...
이런 식이다.
너무 과장되어서 읽은지 오래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장면이
었다.
<잔인지殘人誌>
<잔인지>인지, <잔인전>인지 제목은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
데 진청운의 것으로 나왔었다.
주인공은 단검잔인 공손찬이라는 절름발이 청년이고, 내용
은 이렇다.
무림에 세 명의 현자가 있었는데, 그중 공공자라는 사람이
최고였다. 그 나머지 두 사람이 공공자에 대한 경쟁심으로 그
가 만들어놓은 절진을 깨버리는데, 그 안에는 전대의 마두들
인 무림십팔천마가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림에는 다
시 혈겁이 일어나는데...
공손찬은 당대 천하제일검의 아들이지만 무공에는 별 뜻이
없고 세상구경이나 하며 다니다가 집에 와보니 집안 사람들이
몽땅 죽었다. 그래서 복수를 하러 다니다가 위기를 만나 절름
발이가 되고, 얼굴에도 화상을 입어 복면을 써야 한다.
그러다가 공공자를 만나 천하제일의 무공비급을 얻는데, 그
게 대리국의 왕가 비급으로 나오는 것이 재미 있다. 하여간
거기에서 공공보라는 보법과 천지교태라는 일초식의 검법을
익혀서 십팔천마를 죽이러 다닌다.
마지막 장면에서 연인이 십팔천마중 색마에게 능욕을 당해
'볼 낯이 없어요'그러며 떠나고, 주인공은 '그래도 상관 없
다'고 그러면서 쫓아가는... 당시로서는 특이한 엔딩을 보여
주어서 기억에 남는다.
<용봉천하龍鳳天下>
역시 이덕옥 옮김으로 박애사에서 나온 책이다.
주인공은 임장웅, 사막으로 떠난 아버지를 찾아 갔다가 중
간에서 조화노인이라는 신비한 인물을 만나 무공을 배우고 강
호로 나와 활약한다는 이야긴데, 기연을 얻는 장면도 별 설득
력이 없고, 내용상에도 그다지 끌리게 하는 면이 없어서 앞부
분 조금 보다가 덮어버렸다.
<서검춘추書劍春秋>
번역자도 없고, 겉표지의 검(劍)자가 檢자로 나왔다. 진청
운의 이름자도 陳이 아니라 秦으로 되어 있는 등 엉망인데,
도서출판 승일이라는 곳에서 나온 것이다.
일전에 교보문고에 가봤더니 <무림천하>라는 책이 있는데,
그 표지에 武林天下가 아니라 武林'千'下로 되어 있어서 그냥
웃고 말았다. 겉 표지조차도 이렇게 만들어도 돈을 벌 수 있
다니, 무협시장이 헐렁하긴 한 모양이다.
주인공은 제갈룡이고, 관리였던 아버지가 뱃놀이 갔다가 무
림방파의 습격을 받아 죽은 원한을 갚으러 강호로 나온다는
내용이다.
그 사부의 원한이 더 재미 있다.
어느 골짜기에서 보광이 번쩍여서 보물이 출토될 징조라 여
긴 무림인들이 모여든다. 그중 한 사람 초회인이라는 고수가
보물을 차지하는데, 같이 있던 무림고수들의 기습을 받아서
절벽에 떨어지는 것이다. 그 안에서 물론 기연을 만나 무공을
익힌다.
단지 시간이 육십년이나 걸려서 무공을 다 익히고 원한을
갚으러 나왔더니 원수들은 다 늙어죽어 버리고 없다. 그래서
다시 골짜기로 돌아와 쉬고 있다가 제자를 얻은 것이다.
별로 끌리는 구석은 없는 책이다.
4.
진청운과 설안은 와룡생 아류로 속하는 삼류작가로 취급된
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우리 나라에 나온 책으로만 치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삼류작가도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괜찮은
것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
진청운의 것 중에는 <잔인지>가 제일 나았던 것 같은데, 글
세 그게 진청운의 것이 맞는지를 몰라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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