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똥퍼
똥퍼
장씨는 여호와 증인인데
똥퍼
장씨는 별 두 개 짜리
똥퍼
징집거부 삼 년 징역에 또 징역 삼년
똥퍼
장씨는 편한 자리 간병부를 지레 마다하고 제일
후진 똥퍼를 지원한 청년
똥퍼
내게 파수대 이바구는 파자도 아예없고
똥퍼
세상소식만 소식만 들려주다 빈대먹방 일주일에 나와서도
다시 통방, 싱글 벙글, 매일 통방
똥퍼 똥퍼 똥퍼
왈 운동한다는 내가 장씨 만할까
똥퍼
장씨 믿음만 할까
똥퍼
장씨 항심만할까
똥퍼
장씨 부드러움만 할까
똥퍼
장씨 우애스러움만 할까
똥퍼
못하다면
분명 못하다면 한참 동안은 그저
똥퍼 똥퍼
똥만퍼
이 시는 김지하 시인이 징역 살이를 할 때에 만났던 ‘장씨’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병역거부 두 번에 전과 2범인데 편한 간병부(교도소내 병원 의무 보조원.) 자리를 마다하고 똥퍼를 자원한 청년이다.1) 김지하 시인의 장씨가 편한 일을 할 수 있었음에도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것, 통방을 해주는 것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며 그의 너그러움과 의연함을 칭송한다.
1-2. [똥퍼] 속에 담긴 이야기들
① 통방
통방은 사방과 사방 사이에서 재소자끼리 이야기하는 것의 징역용어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통방에 대해서 김지하 시인의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감방의 뒤편 변기 바깥쪽 창문으로 다른 감방의 벗들과 소통하는 것이 통방이다. 감방에서의 유일한 낙은 면회, 즉 접견(接見)과 통방일 터이다.
혹간 가다 구치소 간부에게라도 걸리면 다시는 안 하겠다고 약속한 뒤 돌아서자마자 그 일을 가지고 또 통방! 그렇다. 통방으로 해가 떠서 통방으로 해가 지는 통방 징역이었다. 통방! 그것은 유신 시절의 메스컴이었던 `유비통신`(유언비어를 그렇게 불렀다.)처럼 우리의 서대문 통신이었다.
이처럼 통방은 세상과 사회에서 단절되어 심지어는 사람과의 접촉 마저도 단절 당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유일하게 숨쉬고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김지하 시인은 독방에 갇혀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안팎]이란 시를 썼는데 그 시에서 그는 교도소 벽돌담 위 풀꽃님, 방 창살 사이 가죽나무님, 참새님, 쥐님, 빈대 모기 파리 구더기님도 계시니 괜찮다고 말한다.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살아 숨쉬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경이로움을 찾는 김지하에게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세상 돌아가는 일까지 들을 수 있는 통방은 그가 절망적인 독방 생활에서 살아남은 이유일 것이다. 통방은 단절된 사람과 사람간의 접촉이며 그것이 곧 살아있음이고 생명이다.
② 똥
김지하 시인은 "똥은 밥의 변화된 물건이다. 똥은 흙으로 돌아가고 여기서 거름이 되어 다시 밥이 된다. 이 때 밥은 먹는 즐거움뿐 아니라 스스로 똥이 됨으로써 남에게 밥을 주게 된다." 라고 말한다.
김지하가 생각하는 ‘똥’은 순환이며 생명이다.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똥은 흙으로 돌아가며 그것은 결국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거름과 영양소가 되어 다시 사람의 몸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③장씨
이 시에 등장하는 장씨는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청년이다. 김지하의 회고록에 장씨에 대한 언급이 있다.
머리를 박박 깎았고 맨처음 먹방에 배방되었다. 먹방이란 글자 그대로 새카만 방이니 밥그릇 들어오는 식구통만 열려 있고 나머지는 0.78평의 폐쇄된 방, 징벌방이었다...(중략)
어떻게 미치지 않고 견뎌 냈느냐?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 나왔느냐? 그렇게 긴 시간 인간 접촉이 끊어지면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다는 말이냐? 에잇! 무슨 얘기가 또 있겠지! 물론 있다...(중략)
여호와의 증인의 `똥퍼 장씨`다. 병역거부로 들어와 똥푸는 징역을 살고 있던 장씨가 그쪽으로만 오면 큰소리로 주어 목적어 등을 모호하게 하고 호칭 없이 내용만 상징적으로 떠들어댄다. 나는 그 방면에는 이미 도사가 되어 앉은 자리에서 다 해석하고 만다. 어찌 세상에 대해 접촉 단절이라고 하랴? 참새와 쥐와 개미까지 협조하는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어찌 나를 그대로 내팽개쳐 두겠는가.
장씨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병역 거부를 하고 대신 옥살이를 하는 청년이다. 그는 간병부와 같이 편한 일자리 대신 남들이 모두 싫어하는 똥 푸는 일을 선택한다. 장씨는 김지하 시인을 위해 통방을 하다가 빈대먹방2)에 일주일이나 다녀왔으면서도 다시 통방을 시도한다. 그것도 ‘싱글벙글’ 웃으면서.
김지하 시인은 ‘왈 운동한다는 내가 장씨만할까’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병역거부를 하고 옥살이를 자처할 만큼 자신의 종교에 대한 장씨의 믿음, 힘든 일을 자원해서 하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장씨의 항심3), 아무리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장씨의 부드러움. 자신도 처벌을 받으면서 까지 김지하 시인을 위해 통방을 하는 장씨의 우애스러움. 김지하 시인은 장씨의 의연함에 겸허히 존경을 표한다.
이 시에서 장씨는 강인한 생명력을 나타낸다. 종교적 신념 때문에 해야 하는 옥살이,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의연하고 너그러운 모습, 그리고 동료를 위하는 마음. 이것은 자신의 상황에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겸허하고 의연하게, 그리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장씨의 강인한 생명력인 것이다.
생명, 그것은 혹독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비로소 찾게 된다.
한양대 국문과 사이버 강의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존매너 작성시간 09.09.22 김지하 시인이 이런 시도 썼었군요.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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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보통 작성시간 09.09.22 저의 옛날 생각이 납니다 저도 직원식당에 있을 때 똥퍼!를 부러워 하였는데 원대로 똥퍼! 하다가 출소하였지요 그곳 똥퍼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역겹지는 않습니다 재소자들이 많은 물을 실내에서 사용했는데 그 물이 전부 똥퍼로 들어가 희석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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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가나안 작성시간 09.09.23 왜 그들은 항상 넘치게 하는지,..... 매일 똥퍼로 냄새를 풍겼으니 ....가장 역겨운 일 중에 하나였지요.온통 모기 피로 얼룩진 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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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우디A8 작성시간 09.09.24 이러한 열심과 열정이 어디서 나올까를 먼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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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피터팬 작성시간 09.10.03 저 시, "애린"은 신동아와 미주 동아일보에 1986 년에 실린 글입니다.그 장씨는 서울 남부회중에 계셨던 장 형제이시구요...이름은 공개 못하지만,지금도 활동적인 증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