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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사회적 위화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노근수

작성자꿈에본사슴|작성시간26.06.14|조회수1 목록 댓글 0

*골프와 사회적 위화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어제 저녁 뉴스에서 믿기 어려운 장면이 보도되었다. 대구의 한 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옥상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인물이 골프 스윙 연습을 하는 모습이 시민에 의해 촬영된 것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그 시간에 건물 아래에서는 지방선거 부실 관리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라 전체가 부실 선거 관리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관계 기관 직원이 옥상에서 태연하게 골프 스윙 연습을 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단순히 골프채를 잡았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상황의 위중함을 읽지 못하는 둔감함과 공공기관 특유의 안일함이 국민 정서와 충돌했기 때문이다.

골프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개인적 의견을 펼쳐 보고자 한다. 골프 자체는 결코 나쁜 게 아니다. 형편만 되면 누구나 칠 수 있다. 오히려 골프는 전략과 집중력, 인내심을 요구하는 고도의 정신 스포츠에 가깝다. 공 하나를 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야 하고, 수많은 변수 속에서 스스로를 통제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골프는 여전히 단순한 취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일반 시민들에게 골프는 아직도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골프장 이용료와 장비 비용, 이동 시간과 접대 문화까지 생각하면 결코 부담 없는 취미가 아니다. 새벽부터 먼 지방까지 이동해 하루를 소비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한 번의 라운딩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운동 효율만 놓고 보면 걷기나 등산, 테니스, 사이클, 수영보다 훨씬 비경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한 재미 효과 때문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와 인간 네트워크가 골프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나 조직 사회에서는 중요한 거래와 친목, 정보 교류가 골프장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한때 나 역시 건설회사에 근무하며 영업 활동의 일환으로 주말마다 새벽같이 골프장으로 향하곤 했다. 사실 즐거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먼 거리를 달려가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늘 묘한 압박감이 있었다. ‘나만 빠지면 관계에서 소외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일종의 포모 증후군(FOMO)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골프에는 독특한 딜레마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 체력을 들이지만 정작 마음속 만족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골프 치러가는 날은 등산이나 테니스 같은 다른 운동을 못하게 되었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곤 했다. 운동이라기보다 관계 유지와 체면 문화에 더 가까운 순간도 많았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골프는 자칫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상징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사실 선진국에서는 골프를 그저 하나의 생활 스포츠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산업화와 압축 성장의 과정을 거치면서 골프를 권력과 특권의 상징처럼 경험해 왔다. 폐쇄적인 회원제 문화와 고급 접대 문화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골프는 자연스럽게 ‘특별한 사람들만의 운동’이라는 인식을 남겼다. 그래서 국민들은 공직 사회에서 골프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읽어낸다. 이번 선관위 옥상 골프 연습 장면 역시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모든 골퍼가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전하게 운동을 즐기는 사람도 많고, 은퇴 후 건강관리 차원에서 골프를 배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문제는 운동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국민 정서다. 공공의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커지는 상황 속에서도 현실 감각을 잃은 행동을 보일 때, 사람들은 그 장면에서 특권 의식과 매너리즘을 떠올리게 된다.

이제는 나는 골프채를 잡지 않는다. 처음에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홀가분함이 더 크다. 주말 새벽의 분주함도 사라졌고, 동트기 전 장거리 운전을 안 해도 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억지로 관계를 이어갈 필요도 없어졌다. 나로서는 무엇보다 비용, 시간, 노력을 놓고 볼 때 다른 운동에 비해 가성비가 낮기로는 골프를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골프가 유일한 건강관리 활동이라고 여기면서 자주 필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골프를 바라보는 복잡한 감정과 위화감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선관위 옥상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우리 사회 깊숙이 남아 있는 특권 의식과 상대적 박탈감의 민낯을 다시 보여준 사건인지도 모른다.(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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