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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어의 두 번째 제안 : 물리량은 측정 과정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들과 관계된 물리량은 그러한 물리량을 측정하는 측정 과정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서로 다른 실험을 통해 측정된 물리량들은 하나의 구도 안에서 이해될 수 없지만 대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이 상보성 원리이다. 이러한 해석은 어떤 대상의 물리량은 측정과는 관계없이 객관적인 양으로 존재한다는 기존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이었다. 양자 물리학에서는 측정 과정과 분리된 물리량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측정 과정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측정과 물리량에 대한 변화된 견해를 나타내는 이러한 코펜하겐 해석은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에 의해 점차적으로 수용되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를 비롯한 몇몇 물리학자들은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보어의 초기 업적을 사고영역에서 이루어낸 최고의 업적이라고 크게 칭찬했었다. 그러나 그는 양자 물리학이 원자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새로운 물리학이라는 보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대상의 물리적인 상태는 측정과는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며 우리가 서로 다른 측정을 통해 다른 성질을 확인하는 것은 우리의 실험이 대상의 모든 성질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인슈타인의 그런 생각은 슈뢰딩거가 아인슈타인과 함께 오랫동안 의논한 끝에 제안한 사고실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가장 잘 나타나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해서는 다음 이야기에서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보어는 아인슈타인과 벌였던 토론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인슈타인의 도전적 반대가 보어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물리학자 아브라함 파이스(Abraham Pais, 1918~2000)는 후에 "아인슈타인은 보어의 영원한 정신적인 논쟁 상대였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아인슈타인이 죽은 후에도 보어는 마치 아인슈타인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그와 논쟁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상보성의 원리를 물리학 밖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상보성 원리의 철학적 의미에 흥미를 느낀 보어는 이 원리를 좀 더 일반적인 경우에도 적용시켰고, 이런 일반화는 많은 논란을 불러 오기도 했다. 보어는 생명체는 하나의 개체로서의 생명체와 분자의 집합체로서의 생명체로 볼 수 있지만, 개체로서의 생명체와 분자의 집합체로서의 생명체는 같은 실험으로 동시에 다룰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생명체 안에 있는 모든 세포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려고 한다면 생명체는 죽어버려서 개체로서의 생명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윤리학의 정의와 자비 사이, 심리학의 사고와 감정 사이, 문학의 형식과 내용 사이 그리고 과학 이론의 틀과 내용 사이에도 상보성을 적용했다.
미국의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Freeman John Dyson, 1923~현재)은 보어가 주장한 넓은 의미의 상보성을 과학과 신학 사이에도 적용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신학과 과학이 인간의 경험을 전체적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좁다고 주장했다. 신학은 미분 방정식을 포함하지 못하며, 과학은 신성함을 포함하지 못한다. 우주를 종교적인 경험을 통해 파악하면 정량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게 되고, 우주를 과학적 경험을 이용하여 파악하면 신성한 것은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신학과 과학에 상보성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종교적인 면과 과학적인 면을 동시에 관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과 우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학과 과학의 상보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자 물리학에서의 상보성 원리와 일반화 시킨 상보성 이론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양자 물리학에서의 상보성 원리는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나 양성자 같은 입자가 가지는 물리적 성질을 설명하는 실험 결과와 부합하는 가장 합리적인 원리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에 적용된 상보성은 대립되는 면을 가지는 여러 가지 사실을 상보성 원리에 억지로 꿰어 맞춘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억지스러워 보이는 상보성의 일반화는 양자 물리학에서의 상보성 원리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