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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지대

작성자윤슬 조남현|작성시간26.06.20|조회수112 목록 댓글 0

노송지대(정조의 등고선) ㅡ115

지지대 고개너머로 흐르던
어가(御駕)는 멈추고
시간은 왈칵
솔향의 침묵을 쏟아냈다

이백리 능행길
매설된 슬픔을 위로하려
왕(王)이심은 오백그루의 푸른 정령들

껍질마다 새겨진 거친 비늘은
부왕(父王)의
숨은 울음이 굳어버린 화석인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지 못하고
꺾이고 뒤트린 저 허리들은
그날의 곡읍(哭泣)을 기억하는
둔중한 호곡이다

세월의 아귀에 살점을 내어 주고도
독야청청(獨也靑靑)
푸른 피를 뿜어 내는 가슴

노송의 뿌리는 땅속 깊은 건륭능까지
붉은 맥박을 잇는 밀사의 손길이다

낙조가 지지대비(碑)를 붉게 물들일 때
소나무 바늘잎들이
서슬 퍼런 현(絃)을 켜나니
바람이 스칠 때마다 우는 저 소리

이백 년 동안 풍화되지 않은
지극한 효심의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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