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자 국민에 의한 사법개혁 연속세미나
최종안 도출 리포트 (보완수정본)
주권자 국민에 의한 사법 민주화의 방향과 과제
2026년 3월
주권자 국민에 의한 사법개혁 연속세미나 운영 T/F
AI Claude와의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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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보완수정본은 원안(2026.3.2. 이원영 정철승)에 세미나 관련 칼럼(곽노현·황치연·손형섭·김종서·최자영·김원근·정철승 이원영 등 8인)을 추가 대조하여 누락된 논거와 수치를 보완한 것입니다. ▶ [신규] 표시는 원안 대비 새로 추가·수정된 항목입니다.
I. 서론: 사법개혁은 왜 지금인가
대한민국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위기 상태에 있다. 12.3 내란 관련 재판에서 드러난 재판부의 편향성,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고착화된 전관예우, 2008년 도입 이후 18년이 지나도록 전체 대상 사건의 1.2%에 불과한 국민참여재판 시행률—이 수치들은 사법이 주권자 국민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웅변한다.
2025년 12월부터 진행된 '주권자 국민에 의한 사법개혁 연속세미나'는 일곱 차례의 세미나와 두 차례의 방송 좌담회를 통해 학계·법조계·시민사회의 폭넓은 논의를 집약해 왔다. 본 리포트는 해당 세미나들에서 제안된 사법 분야 실무자, 학자 및 여러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주권자 국민에 의한 사법개혁'의 최종안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핵심 명제는 단순하다. 사법개혁의 목적은 헌법 제1조 국민주권 원칙 등 헌법정신의 실현이고, 그 핵심은 사법 민주화이며, 사법 민주화는 우리 국민이 해방 후 80년 동안 이루어온 민주화의 완성이다.
▶ [신규] 근대 사법에서 현대 사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손형섭, 경성대)
사법의 역사는 '근대 사법(법관에 의한 재판)'에서 '현대 사법(국민에 의한 재판)'으로의 이행 과정이다. 근대 사법이 직업법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중심으로 조직되었다면, 현대 사법은 주권자 국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한다. 한국은 헌법 형식으로는 이미 현대 국가이나, 사법 실질에서는 여전히 근대 사법에 머물러 있다. 사법 민주화는 이 간극을 메우는 작업이다.
▶ [신규] 민주당 사법개혁 의제의 결정적 공백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2025년 6월 정권교체 이래 민주당이 주도해온 사법개혁 의제—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는 모두 법원 내부의 권력 재편에 그친다. 이 의제들에서 배심제와 참심제는 완전히 빠져 있다. 이는 사법 민주화가 아니라 법조 엘리트 내부의 세력 재편이다. 시민의 사법주권 회복이 진정한 사법개혁의 핵심임을 직시해야 한다.
※ 2026년 2월 28일 국회를 통과한 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관련 법안들은 중요한 첫걸음이나, 본 최종안이 지향하는 사법 민주화의 도달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하에서는 통과된 법안들의 이행을 전제하면서, 그 너머의 과제를 논한다.
II. 한국 사법의 구조적 문제 진단
1. '사법권 독립' 이데올로기의 폐해
사법권 독립은 지고지순의 원리가 아니라 하나의 이데올로기다. 법관의 주관적 세계관·정치성향·편견을 제어할 방법 없이 법원을 독립시켜 두기만 하면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단이 그 본질이다. 그 귀결은 '법의 지배'가 아닌 '판사의 지배', 나아가 선출되지 않은 소수 법복귀족이 국가를 지배하는 '사법통치(juristocracy)'다. 사법권 독립은 인권보호, 법치주의를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주권자인 국민의 민주적 통제를 회피하기 위한 방패일 수 없다.
▶ [신규] 직업법관 = 국민의 위임을 받은 공직자 (황치연, 홍익대)
직업법관은 국민의 위임을 받은 공직자일 뿐이다. 사법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이라면(헌법 제1조), 국민은 그 권력의 행사를 위임할 수도 있고 직접 행사할 수도 있다. 법관의 독립은 외부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지, 주권자 국민의 민주적 통제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 [신규] 수직적 권력분립: 원안의 누락된 논거 (정철승 변호사/이원영)
권력분립은 수평적 견제(입법·행정·사법 간)뿐 아니라 수직적 견제(국민과 국가권력 간)까지 포함한다. 수평적 권력분립만으로는 세 기관이 모두 국민으로부터 멀어지는 '엘리트 담합'을 막을 수 없다. 배심제·참심제는 수직적 권력분립의 사법적 구현이다.
2. '사법주권 찬탈' 현실
행정부와 입법부는 선거를 통해 주기적으로 주권자의 통제를 받는다. 반면 사법부는 임명직 법관들에 의해 독점된다. 정철승 변호사의 지적처럼, 사법권이 선거로 견제받지 않는 '성역'으로 남는다면 이는 법률가에 의한 주권 찬탈이다.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 2008년부터 2022년까지 14년간 대상 사건 24만여 건 가운데 단 1.2%만 시행되었다. 매년 시행 건수는 150건, 배심원으로 참여한 시민은 1,500명을 넘지 못한다. 영국의 11만 명, 미국의 16만여 명과 비교할 때 한국의 시민 사법참여는 사실상 형식에 불과하다.
▶ [신규] OECD 유일의 비구속력 배심제 (곽노현)
현재 OECD 국가 중 배심제나 참심제 없이 전적으로 직업법관에 의해 사법과정을 운영하는 나라는 네덜란드, 이스라엘, 칠레, 튀르키예 4개국뿐이다. 한국은 국민참여재판을 운영하지만, 배심원의 평결에 구속력을 주지 않는다. 구속력 없는 허울뿐인 배심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것이 한국 사법의 현주소다.
▶ [신규] 혼종 시스템의 구조적 실패 (황치연)
현행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제와 참심원제 요소가 뒤섞여 있으면서도 어느 한 제도의 원형을 충실히 따르지 못하는 혼종이다. 이 혼종 설계가 저조한 시행률의 구조적 원인이다. 진정한 개혁은 이 혼종을 청산하고 명확한 원형에 기반한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다.
3. 제도화된 부정·부패 구조와 전관예우
정철승 변호사는 '한국의 사법제도는 부정·부패가 제도화된 것'이라고 단언한다. 부정·부패란 공적 권한이나 지위를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국의 사법제도는 판·검사가 공직 수행을 통해 얻은 전문적 지식, 경험 및 인맥을 이용하여 변호사 보수 명목의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국가들에서는 판사가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해서 소위 전관임을 내세워 돈을 버는 나라는 없다. 만약 판사 출신이 변호사로 개업해서 그런 행위를 한다면 그것은 지탄받을 일일 뿐 아니라 범죄로까지 여겨진다. 전관예우는 위와 같은 제도화된 부정부패의 핵심적인 수익구조일 수밖에 없고, 이런 사법부의 제도화된 부패구조를 이용하여 부자와 권력자 등은 공정한 사법이 미치지 않는 특권집단이 된다.
▶ [신규] 미국에서 전관예우가 없는 이유 (김원근 변호사)
미국에서 전직 판사가 변호사 개업 후 전관임을 내세우는 사례는 전혀 없다. 이는 실정법 규정 때문이 아니라, 현직 판사들이 그런 행위를 죄악시하고 철저하게 응징하는 직업 문화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검사는 기소권이 없고 공소유지권만 있기 때문에 전관예우가 구조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반면 한국 검사는 기소권이라는 강력한 결정권을 보유하기에 전관예우가 구조적으로 허용된다. 기소독점권 타파 없이 전관예우 근절은 불가능하다.
III. 주요국 시민 사법참여 비교
▶ [신규] 사법 민주주의의 철학적 뿌리 (곽노현)
배심제와 참심제는 '시민은 동료시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명제에 뿌리박은 시민 사법주권의 제도화 방식이다. 이것은 근대적 발명품이 아니다.
▶ [신규] 아테네 사법의 두 원리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
고전기 아테네 민주정치의 사법제도는 오늘날 영미법계와 대륙법계 모두에 두 가지 핵심 원리를 남겼다. 첫째, 정부 관료의 사법권력을 최소화하고 시민 민중이 전면에 배치될 것. 둘째, 특정 법조인의 교육이나 경력이 아니라 일반 상식에 의거하여 판결을 도출할 것. 이 두 원리는 현대 사법 민주화 논의의 출발점이다.
1. 영국: 3중 통로의 시민 사법주권
영국은 배심제·참심제·치안판사제라는 3중 통로로 국민의 사법주권을 보장한다. 비전문 시민 치안판사가 경범죄 사건의 95% 이상을 심리·판결하며, 고용·사회보장·의료·이민·조세 등 전문분야 심판소에서는 해당 분야 비법률가 전문가들이 참심원으로 참여한다.
▶ [신규] 수치 수정: 치안판사 vs. 참심원 (곽노현)
2024년 4월 현재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서만 14,576명이 치안판사로 활동한다(원안의 '3,300명'은 전문심판소 참심원 수로, 치안판사 수와 혼동된 오류). 2022년 기준 전문심판소 비법률가 참심원은 3,300명, 민사재판 배심원으로 참여한 시민은 11만 명 이상이다.
영국 사법권이 입법부 관할 아래 있어 '독립'보다 '통합·통제' 측면이 강한 것은 사법독립이 기관 독점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2. 독일: 참심제와 역사적 교훈
독일의 참심원(Schöffe) 제도는 전문 판사 2~3명과 시민법관 2명이 함께 재판부를 구성하며, 시민은 사실·법률 판단과 양형에 투표권을 행사한다. 2020년 기준 참심원 수는 123,126명에 달한다.
▶ [신규] 1924년 Emminger 개혁의 경고 (손형섭)
독일은 1924년 이른바 Emminger 개혁을 통해 순수 배심제에서 참심제로 전환했다. 이 전환은 국민의 사법 참여를 후퇴시키고 법관의 영향력을 강화하여, 결과적으로 나치 시대 관대한 판결을 낳는 데 기여했다는 역사적 평가가 있다. 설계가 나쁜 참심제는 오히려 시민 참여를 형식화할 수 있다. 한국의 제도 설계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경고다.
▶ [신규] 독일 연방대법원 규모와 한국 비교 (황치연)
독일 연방대법원 법관 수는 330명 이상인 반면, 한국 대법관은 14명에 불과하다. 이 차이는 한국의 대법원이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된 단일 정점 구조임을 보여주는 수치이며, V장에서 다루는 복수 최고법원 체제로의 전환 논거가 된다.
▶ [신규] 독일 사법행정 외부화 (황치연)
독일에서 일반 법원의 사법행정은 법원 내부가 아니라 연방정부 부처(법무부)가 담당한다. 이는 한국의 법원행정처 폐지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비교 근거다.
3. 일본: 재판원제 도입
일본은 사법개혁의 핵심을 사법 민주화로 인식하고 2009년부터 일반 시민들 중에서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법관(재판원; Saiban-in) 6명이 직업법관 3명과 함께 혼합 재판부를 구성하여 사실 판단, 법률 적용 및 양형 결정을 하는 재판원제를 시행하고 있다. 도입 초기의 우려와 달리 시민 참여율과 만족도는 94%에 달해 사법 신뢰를 크게 높였다.
▶ [신규] 일본 최고재판소 직역 쿼터제 (손형섭)
일본 최고재판소는 15인의 판사 중 법관 출신 6인만을 할당하고, 나머지는 변호사(5), 검찰(2), 행정(1), 외교(1), 학계(1)로 구성된다. 법관 출신만으로 구성되지 않도록 직역별 다양성을 헌법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한국의 대법관 선발 민주화 논의에서 선발 절차 개선에 그치지 않고 구성의 다양성을 명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논거다.
▶ [신규] Condorcet 배심정리 (손형섭)
18세기 수학자 Condorcet는 구성원 각각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확률이 50% 이상이라면, 다수결 집단의 결정이 개인의 결정보다 더 정확할 확률은 구성원 수에 따라 급격히 상승한다는 수학적 정리를 증명했다. 이는 '비전문가가 어떻게 법률 문제를 판단하느냐'는 반론에 대한 이론적 반박이다. 건전한 시민들에 의한 집단 판단이 개별 직업법관의 판단보다 더 올바른 결론을 낼 수 있음이 수학적으로 지지된다.
4. 대만: 국민법관제 도입
한국과 유사하게 권위주의 체제를 거치며 사법 불신이 깊었던 대만도 사법개혁의 핵심을 사법 민주화로 인식하고 2020년 일본의 재판원제와 거의 동일한 국민법관법이 제정되어 2023년부터 시행됐다. 직업법관 3명과 국민법관 6명 총 9명이 합의체를 구성해 사실인정과 양형을 함께 결정한다. 한국의 권고적 배심제와 달리 국민법관은 직업법관과 동등한 결정권을 가진다.
5. 미국: 배심제와 증거개시 제도
배심제가 가장 활발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헌법에 따라 형사소송뿐 아니라 민사소송에도 배심재판을 요구할 수 있고, 중범죄인의 경우 기소여부 판단에도 배심재판을 요구할 수 있다. 2024 회계연도 기준 연방법원 민형사 소배심원 25만 5,335명 소환에 16만 3,083명 복무, 형사기소 대배심원 9만 8,324명 소환에 7만 8,398명 복무했다.
▶ [신규] 미국 검사는 기소권 없이 공소유지권만 보유 (김원근)
미국 주법원에서는 수사기관인 경찰이 공소제기를 검찰이 아닌 법원에 직접 하고, 법원(치안판사)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검사는 기소결정권이 없으며 수사기관이 법원에 넘긴 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기소결정을 얻어내기 위한 공소유지를 담당한다. 이 구조가 전관예우를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
▶ [신규] 법률판단과 사실판단의 분리 (김원근)
'비전문가가 어떻게 법률 문제를 판단하느냐'는 배심제 반론은 완전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미국 배심제도에서 법률문제는 판사가, 사실문제 판단은 배심원이 담당하도록 구분되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 배심원에게는 사실판단 권한만 부여하고, 증거능력의 판단(위법수집증거 배제 등 법률 문제)은 판사가 담당한다. 이렇게 사법권력을 나누어 가지는 구조가 배심제의 진정한 작동 원리다.
▶ [신규] 프랑스: 배심제 역사적 전파자 (곽노현)
유럽 대륙에서는 프랑스 대혁명 직후 프랑스가 배심제를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1848년 혁명기를 거쳐 유럽 각국에 확산된다. 그러나 대륙법계 국가들은 20세기에 들어서 독일을 필두로 대부분 배심제를 참심제로 바꾼다. 참심제가 더 비용효율적이고 직업법관 친화적이라고 본 결과다. 사법 민주주의는 근대의 발명이 아니며, 제도 설계의 선택이 역사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교훈이 된다.
▶ [신규] 사인소추권: 영국·프랑스·독일의 공통 제도 (최자영)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민사뿐 아니라 형사에서도 시민 개인이 보충적으로 기소권을 가진다. 정부 관료(검찰)가 기소하지 않는 경우, 개인이 직접 형사 기소를 할 수 있다. 이는 국가 공권력의 대리가 미흡할 때 주권자 개개인이 보충할 수 있는 권리의 제도화이다. 한국 검찰이 안하무인의 권력기관화한 원인 중 하나가 기소독점권임을 이 비교가 보여준다.
IV. 주권자 국민에 의한 사법개혁 최종안
사법 민주화는 단일한 조치가 아니라 ① 사법 주체의 민주화, ② 사법 과정의 민주화, ③ 사법 책임의 강화, ④ 사법 접근성의 제고라는 네 차원에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이하 각 차원의 구체적 최종안을 제시한다.
1. 사법 주체의 민주화 (1) 국민참여재판의 전면 확대 및 배심·참심제 도입
▶ [신규] 배심·참심제 3대 효과 (곽노현)
두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시민의 사법참여를 통해 직업법관의 사법독점권을 제한하고 사법을 민주화한다. 둘째, 시민이 직업법관의 사법권 행사에 대한 현장 감시자가 된다. 셋째—이것이 원안에 빠진 핵심이다—배심원과 참심원을 위해 집중심리 원칙이 도입됨으로써 공판중심주의가 실질화된다. 시민 배심원·참심원을 고작 5~10분 열리는 간헐적 공판에 월 1회씩 불러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행 권고적 배심제는 실질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 최종안은 다음을 제안한다:
1) 유무죄를 다투는 무죄주장 사안, 정치인·기업인·유명인의 범죄 사안, 표현의 자유 관련 사안, 법왜곡 사안에 필수적 배심제를 도입하고 배심원 평결에 구속력을 부여한다.
2) 아동·노동·사회보장·상사·지적재산권·의료·이민·조세 등 전문 분야에 참심제를 도입하여 전문가의 사법참여를 실질화한다.
3) 배심원제와 참심제는 하이브리드 혼종이 아닌 각 제도의 원형을 충실히 따르도록 설계한다.
▶ [신규] 배심제 단점 인정과 참심제로의 보완 논리 (곽노현)
배심제의 단점은 감성적 결정의 위험성과 비용이다. 참심제는 영미식 배심제에 비해 적은 수의 전문가를 사법 과정에 끌어들임으로써 배심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두 제도는 대립이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다. 비용 효율성을 이유로 배심제 도입을 반대하는 논거는 참심제 확대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 [신규] 법률판단/사실판단 분리 원칙 도입 (김원근)
'비전문가가 복잡한 법률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가장 흔한 반론은 근본적 오해에서 비롯된다. 미국 배심제도는 법률문제(증거능력 판단 등)는 판사가, 사실문제(유무죄 판단 등)는 배심원이 담당하도록 권한을 분리한다. 한국도 배심제 도입 시 이 분리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
▶ [신규] 시민법관 운영조건: 고용보호·보수·제재 (황치연)
참심제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다음 운영 조건이 법제화되어야 한다: (가) 사용자는 시민법관 복무를 이유로 해고·불이익 처분 금지, 복무 기간 유급 휴가 보장, (나) 적정 보수 지급 기준 법정화, (다) 정당한 사유 없는 복무 거부에 대한 제재 규정, (라) 시민법관의 사실·법률 판단 및 양형에 관한 직업법관과 동등한 투표권 보장.
▶ [신규] 직역 쿼터제: 구성의 다양성 보장 (손형섭)
법관 선발 민주화는 선발 절차 개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일본 최고재판소 모델처럼, 대법원 구성에서 법관 출신의 비율을 상한으로 제한하고, 변호사·검찰·행정·학계·시민사회 등 다양한 직역의 참여를 보장하는 직역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
※ 치안판사제는 영국의 독특하고 강력한 시민참여 제도이나, 변호사 공급과잉 현실에서 비법률가 치안판사제를 도입하자는 방안은 당위성과 현실성이 부족하다. (곽노현의 명시적 반대 의견 반영 — 원안의 '치안판사제 도입' 항목을 삭제함)
(2) 법관 선발의 민주화
대법원장 1인에게 집중된 임명제청권을 폐지하고, 영국처럼 비법조인이 일정 비율 참여하는 법관선발기구를 통해 모든 법관(대법관 포함)을 선발한다. 심급별 자격요건은 달리하되, 비법조인 심사를 모든 심급에서 필수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3) 기소 단계의 민주화: 기소배심제 및 사인소추권
▶ [신규] 사인소추권 도입 (최자영)
국가소추주의 체제에서 인민은 고소·고발이라는 수사촉구권만을 가진다. 기소 여부를 인민이 직접 결정하는 기소배심제와, 국가의 수사·기소 해태에 대응해 인민이 직접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사인소추권을 도입하여 인민의 소송개시권을 확보해야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제도화된 보충적 사인소추권은 검찰 기소독점의 폐해를 시민이 직접 교정할 수 있는 최종 안전판이다. 지검장 민선제 역시 검찰 공권력을 지역 주민에게 책임지게 하는 수단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2. 사법 과정의 민주화
(1) 디스커버리·디스클로저 제도 도입
▶ [신규] Discovery와 Disclosure의 구별 (김원근)
원안의 '디스커버리·디스클로저 제도'는 두 개념을 구별해야 한다. Discovery(증거개시)는 재판 전 당사자들이 서로 상대방이 가진 증거와 정보를 미리 공개하여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쟁점을 명확히 하는 제도다. Disclosure(증거 공개)는 검사가 수사기록·증인진술서·물리적 증거·전문가 의견서 등을 피고인에게 미리 공개하되,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까지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두 제도는 독립적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특히 Disclosure의 경우 유리한 증거의 강제 제공 의무가 핵심이다.
(2) 재판 자료의 전면 공개
사법과정 투명성 확보는 부패 방지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형사사건의 미확정 판결문을 포함해 법원에 제출된 모든 재판 자료를 비실명 처리 없이 무상으로 전면 공개해야 한다.
▶ [신규] 판사 인사이동으로 인한 재판 중단 문제 (김원근·이원영)
한국 법정에서 흔히 목격되는 기이한 풍경이 하나 있다. 수조원대 사기 사건이나 한 사람의 명예와 인생이 걸린 중차대한 형사 재판이 결심(심리 종결)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멈추는 것이다. 재판 도중 판사가 인사이동으로 교체되고 새 판사가 처음부터 재판을 다시 시작하는 관행이다. 배심제에서는 이런 일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배심원들을 소집해서 결론을 내야 하기 때문에 케이스가 시작되면 최종 재판일을 미리 정하고 그에 맞추어 절차를 진행한다. 판사 인사이동으로 재판이 중단되는 문제는 사법 독립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 행정의 민주화 문제다.
▶ [신규] 증거법 현대화 (김원근)
한국은 증거법이 소송법에 일부 포함되어 있을 뿐 단일법으로 제정되어 있지 않다. 증거능력 판단의 대부분이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공정한 재판의 큰 장애가 된다. 미국에서 로스쿨 1학년 필수과목인 증거법을 독립된 법률로 제정하고,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3. 사법 책임의 강화
(1) 법관징계제도 전면 개편
탄핵제도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12.3 내란 관련 재판에서 드러난 터무니없는 판결과 부적절한 행태에도 단 한 명의 판사도 탄핵소추된 바 없다. 법관징계기구를 대법원장으로부터 독립시켜 설치하고, 징계청구권을 소송당사자 및 일반 시민에게도 개방하며, 징계 종류에 해임을 포함해야 한다.
(2) 재판개입죄 및 법왜곡죄 신설·강화
이미 신설된 법왜곡죄에 더해, 법원 내외부의 재판 개입을 막는 '재판개입죄'를 신설한다. 재판소원 도입에 대한 반대론은 '독립된' 법원에 의해 기본적 인권을 침해당한 인민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3) 전관예우 근절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최종안: ① 개업지 제한을 재직기간 전체로 확대, ② 고등부장 이상 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및 검사장 출신의 개업 또는 소송대리 금지, ③ 독일식 변호사 보수에 대한 법적 규율 또는 일본식 전관 출신 변호사 수임사건 내역 전면 공개 제도화, ④ 배심제·참심제 도입을 통해 재판 과정에 '보는 눈'을 확대함으로써 비리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감소.
▶ [신규] 민사판례연구회 등 사조직 해체 (이원영)
법관 선발 민주화는 내부 패거리 문화 청산과 결합되어야 한다. 민사판례연구회로 대표되는 법조계 최대 사조직은 이른바 '사법부 하나회'로, 전관예우의 통로이자 특정 성향의 판사들이 주요 보직을 독점하게 하는 카르텔이다. 이러한 내부 패거리 조직의 해체 없이는 법관 선발 제도 개선이 형식화될 위험이 있다.
4. 사법 접근성 제고
인구 대비 법원 수는 독일의 4분의 1 수준(시군법원 제외 시 7분의 1)에 불과하다.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다음이 필요하다:
4) 법원의 획기적 증설 및 이에 상응하는 법관 수 증대
5) 로스쿨 총입학정원 폐지,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응시자격 개방을 통한 변호사 수 획기적 증대
6) 재판연구관을 법관이 아닌 변호사로 충원(미국 연방대법원의 law clerk 모델)
7) 법원행정처 행정법관 폐지 또는 최소화(재판에 참여하지 않는 법관 불필요)
5. 검찰개혁: 새로 추가되어야 할 핵심 의제
▶ [신규] 원안에 완전히 누락된 검찰개혁 절 신설 제안
원안은 법원 개혁에 집중한 나머지 검찰 권력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세미나 참여자들 다수가 지적하듯 판·검사 권력 집중이 한국 사법 부정·부패의 구조적 원인이다. 검찰개혁 없는 사법개혁은 절반의 개혁에 그친다.
(1) 기소독점권 타파
한국 검찰이 권력기관화한 핵심 원인은 기소독점권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만으로는 각각의 권력 오남용 관행이 중단되거나 정화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국민 개개인이 공권력의 행사를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도록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2) 기소배심제 도입
미국식 대배심(Grand Jury) 제도를 참조하여, 공직자 뇌물·대규모 사기·정치적 형사사건 등 중요 사건에 대해 시민으로 구성된 기소배심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거나 수사 과정을 승인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최근 뉴욕 대배심이 트럼프 보복성 기소 시도를 거부한 사례는, 기소배심이 권력의 정치적 기소를 억제하는 강력한 안전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검찰심사회 도입
일본식 검찰심사회 모델을 참조하여, 불기소 처분에 대해 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재심사하고 필요시 강제 기소를 명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현행 헌법소원 제도의 불기소 결정 대상 확대와 병행 추진할 수 있다.
(4) 사인소추권 법제화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는 경우 개인이 직접 형사 기소를 할 수 있는 보충적 사인소추권을 법제화한다. 지검장 민선제 도입도 함께 검토한다.
(5) 상설특검 제한
상설특검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동시 가동 가능한 특검의 수를 법률로 상한 규정한다.
V. 중장기 과제: 헌법 개정의 방향
현행 헌법 조항들은 사법 민주화의 근본 장벽이다. 헌법 개정이 가능해지는 시기에는 다음의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8) 제27조의 재판청구권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로 재정립한다.
9) 제104조의 대법원장 임명제청권을 폐지해 국민 참여에 의한 법관 임명을 명문화한다.
10) 제103조의 '양심에 따른' 재판 조항을 삭제해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한 재판만을 허용한다.
11) 단일 대법원 체제를 벗어나 권리의 최종적 구제를 담당하는 복수의 최고법원 체제로 전환한다.
▶ [신규] 복수 최고법원 논거 보강 (황치연)
독일 연방대법원 법관 수 330명 이상 대비 한국 대법관 14명이라는 극단적 격차는, 한국의 대법원이 특정 소수에게 지나치게 큰 권력을 집중시키는 구조적 취약점을 지닌다는 증거다. 복수 최고법원 체제 또는 대법관 대폭 증원(50명 이상)은 이 집중 문제의 해결책이다.
VI. 결론: 주권자로부터의 출발
국회·정부·법원 주도의 전문가 중심 사법개혁은 모두 실패했다. 이제 주권자 시민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무작위 추출되는 다수 시민들의 숙의(熟議)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사법 민주화가 완성된다 해도 자본주의 체제의 계급성이 사법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사법에서 계급성의 발현을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차선책마저 허용하지 않았던 한국 사회에서, 그마저도 절실한 진전이다.
▶ [신규] 수직적 권력분립으로 마무리 (정철승/이원영)
권력분립은 입법·행정·사법 간의 수평적 견제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과 국가권력 간의 수직적 견제—국민이 국가의 사법 권력 행사를 직접 통제하는 구조—가 갖추어질 때 비로소 민주주의의 완성에 가까워진다. 배심제·참심제는 수직적 권력분립의 사법적 구현이다.
▶ [신규] 시민 역량의 조건 (최자영)
배심제·참심제·사인소추권 등 시민의 사법참여제도의 구현은 사법제도만의 변혁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한국 시민 민중 자 의식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다만, 12.3 내란을 통해 다수가 사법권력이 얼마나 본질적인 주권적 권력인지를 자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사법 민주화를 위한 시민 역량은 제도 도입과 함께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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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조—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사법의 영역에서 완성하는 것이 본 세미나가 도출한 최종안의 정신이다. 사법 민주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