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람을 사귄 후 한동안은 따뜻한 친절과 넘치는 선의로 인해
상대방이 나에게 잘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분간을 못하는 경향이 있다.
낯선 사람과 만나 허물 없지만 차츰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고 친절과 선의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상대방의 실체를 냉정하게 바라보게 된다.
비로소 상대가 나와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게 된다.
사람들은 "내 친구는 완전한 인격자다." 라고 단언하지 못하지만
대체적으로 "내 친구는 나와 잘 맞는 사람이다." 라고 확언할 수는 있다.
교제란 상대방의 좋은 점만을 고려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완전하고
미숙함이 당연한데 어찌 상대가 두루 장점만 갖추었기를 바라는가?
서로가 단점을 어루만져 줄 수 있어야 좋은 친구 사이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장점이 많은 인간도 나와 맞지 않으면 친구가 될 수 없다.
허물이 없다 함은 옳고 그름을 떠나 책망을 듣지 않는 관계를 이름이다.
친한 친구 끼리 말이 좀 유치하면 어떻고, 고상하지 않으면, 또 어떠한가?
지나가는 하찮은 말도 귀담아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이고, 웃기도 하고
걱정해 주기도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피 같은 친구다. 하는 말다다 말을
반박하고, 말을 자르고, 무시해버리는 사람과는 좋은 친구가 되기 어렵다.
친구란 말이 즐거운 그런 친구다. 말은 사람 속을 알게 해주는
확실한 도구다. 말로서 속을 안다함은 진심이 담겨 있다는 소리다.
친지 사이에 나누는 말엔 농담일지라도 그 안에 참됨이 있을 뿐이다.
말로서 서로의 진심이 이어져있는 관계가 바로 친구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