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의 아내였던 사진작가 / 안선희26가족
가족·비틀스·유명 스타들 일상부터 채식주의자로서 시선까지 보여줘
"타의에 의해 딱 한 번 떨어져 있었던 걸 제외하고(1980년 일본 공연 때
마약 소지죄로 일본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다), 30년간 단 하룻밤도
우리가 떨어져 있지 않은 건 정말이지 영광이었소."
이 세상 어느 남편이 떠나간 아내 앞에 이토록 절절한 연가(戀歌)를 띄울 수 있을까.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1998년 아내 린다(1941~1998)가 유방암으로 죽자
"우리 가족의 심장엔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며 그녀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읊조렸다.
1967년 런던의 한 클럽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을 교환하고 2년 뒤 결혼해 30년간
잉꼬부부로 살았던 폴 매카트니와 사진가 린다. 두 수퍼스타의 애잔한 사랑이
늦가을 노란 은행잎 날리는 경복궁 담벼락 근처에서 펼쳐진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6일부터 열리는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에서다.
①작업 중인 존 레넌(왼쪽)과 폴 매카트니. 폴이 꼽은 가장 인상적인 사진이다.
②폴 매카트니가 찍은 아내 린다.
③‘애비 로드’앨범 커버 사진을 찍을 당시 린다가 찍은 스냅 사진.
④1969년 린다와 폴, 딸 메리가 함께 찍은 셀카. /린다 매카트니, 대림미술관 제공
폴 매카트니의 명성에 가려 국내엔 많이 안 알려졌지만, 린다는 유명 사진가다.
미국 출신인 린다는 초혼에 실패해 딸 하나를 둔 싱글맘이었다. 생계를 위해
종종 사진을 찍어왔던 그녀는 1966년 뉴욕의 작은 잡지사 '타운 앤드 컨트리'의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롤링 스톤스'의 선상 파티를 찍게 된다.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풋내기였지만 "수염 덥수룩한 남자들 사이에서
큰 키에 금발머리를 한 미녀였기에" 그녀의 카메라 앞에 빅 스타들은 무장해제됐다.
믹 재거, 키스 리처드 같은 빅 스타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 데 성공해
일약 유명 사진가가 됐다. 1968년엔 에릭 클랩턴 사진으로 여성 사진가
최초로 롤링스톤지 커버를 장식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점차 그녀의 렌즈로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 같은 1960년대를 풍미한 스타들이 물밀듯 쏟아졌다.
그녀의 피사체가 된 스타들의 모습이 '1960년대 연대기'라는 타이틀의
전시 섹션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관객들의 감성을 두드릴 사진은 호언컨대 매카트니가(家)의 가족사진이다.
둘은 메리(사진가), 스텔라(세계적 패션디자이너), 제임스(가수) 1남2녀를 뒀다.
이번 전시엔 폴 매카트니가 딸 메리·스텔라와 함께 기획부터 최종 보도자료
점검까지 했을 정도로 깊숙이 관여했다. 전시된 사진 200여점 모두 그들이 골랐다.
'가족의 일상'이라는 제목의 섹션엔 가족이 직접 고른 가족의 기억이 펼쳐진다.
딸 메리를 안고 거울을 통해 부부가 찍은 '셀카', 비틀스 해체 이후 스코틀랜드
농장으로 들어간 가족의 평범한 전원생활을 담은 사진….
세상 그 누구보다 가까운 엄마, 아내의 렌즈 앞이었기에 가능했을 자연스러움과
사랑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사진을 마주하면 절로 볼우물이 팬다. 철저한 채식주의자로서
"얼굴 있는 어떤 것도 먹지 않는다"던 린다의 시선을 보여주는 사진도 여럿 포함됐다.
"린다는 작업하는 내내 우리 가족과 동물을 담았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이죠.
당신에게 그 추억을 나눠 드립니다." 홍보 영상 속 일흔둘의 폴 매카트니는
반쯤 쉬었지만 애정 넘치는 목소리로 말한다. 페이스북과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전시 홍보 글을 올린 그는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앨범 작업을 하는
존 레넌과 자신을 담은 사진을 가장 인상적인 사진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