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차] 삼도 - 다람살라
삼도의 아침은 지나온 여느 마을에 비해 확연히 체감이 될 정도로 쌀쌀합니다.
2일차 마나슬루 지역으로 들어올 때부터 마주했던 부디 간다키 강을 눈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황금빛의 라르케 피크(6219m)가 저 멀리 보입니다.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계곡길이 저희가 오늘 떠날 길입니다.
앞에 선 봉우리 아래쪽을 자세히 보면 오른쪽 방향으로 난 길이 있는데, 그쪽은 티베트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어제까지 머물렀던 사마가온 방향으로는 히말출리(7893m)가 아주 선명하게 보입니다.
바로 옆 가까운 산 때문에 그리 높아보이지 않지만, 히말출리는 세계에서 18번째로 높은 산이기도 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히말출리를 배경으로 출발 사진을 찍어봅니다!
오늘은 라르케 패스를 넘기 전 마지막 휴식처인 해발 4460m의 다람살라까지 가는 날입니다.
트레킹 거리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해발 600m 가까이 올려야 하니 비장한 마음으로 출발합니다~!
마을을 벗어나서 초반은 아주 완만한 길이이어집니다.
오늘도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쾌청합니다.
이쯤되면 배낭 아래 깊숙이 놓여 있는 고어텍스 자켓이 서운해할 것 같네요.
뒤를 돌아보니 라융라 피크 아래 삼도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습니다.
삼도부터는 작지만 옹골진 쵸르텐과 마니석들의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고도가 높아지며 뜸해졌던 출렁다리도 오랜만에 건너봅니다.
삼도와 라융라 피크 그리고 저 멀리 히말출리까지~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남깁니다.
안나푸르나, 마나슬루 등 서킷 트레킹은 원점회귀가 아니기 때문에, 매일매일 새로운 트레일과 풍경을 만난다는 장점이 있죠.
다람살라까지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기 전 만나는 세 갈래길입니다.
앞으로 보이는 골짜기 방향으로는 티베트로 향하는 길이니, 길을 잘못 들어 낭패를 보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사실 다람살라로 가는 길은 너무 명확하게 되어 있어 길을 잘못 들기는 상당히 어렵답니다.
삼도를 벗어나 잠깐 언덕을 오르면, 옛날에 티베트인들이 국경을 넘어와 여러 생필품을 거래했던 라르케 바자르에 도착합니다.
*바자르 = 시장
식료품, 생필품, 장신구 등 많은 보따리 상인들로 붐볐던 라르케 바자르였지만, 여러 상황이 변한 탓에 이제는 그 규모가 굉장히 축소되었습니다.
요즘은 삼도에 머무는 롯지 주인들이 아침에 나와 트레커들 상대로 장신구나 보온의류, 음료 등을 파는 정도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여행을 와서 현지 노점, 그것도 4000m 높이의 노점에서 상품을 사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 같습니다.
저희 팀도 작은 보석 장신구과 털장갑 등 몇 가지 상품을 구매해봅니다.
4000m를 넘어서니 눈(Snow)이 눈(Eye)과 같은 높이에 있게 됩니다.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거친 산세의 설산을 마주하니, 진짜 모험이 시작된 느낌이 들고 심장이 뛰더군요.
고산 산행에서 느린 걸음만큼 중요한 건 '자주 열량을 보충'하는 것입니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배가 고파지기 '전'에 계속해서 먹어줘야 합니다.
허기가 지기 시작할 때 먹으면 다시 포만감을 느끼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삼도에서부터 꽁꽁 싸매 가져온 히말라야 감자와 야크 치즈로 체력을 보충합니다.
(소금 대신 야크치즈로 간을 맞추면 딱 좋습니다.)
이곳에서는 시장이 반찬 대신 '풍경이 반찬'으로 바꿔 말하고 싶네요.
GPS를 보며 늘어선 산들의 이름과 높이를 열심히 비교해보고 있습니다.
저희의 앞으로 늘어선 거친 설산들이 GPS에는 나오지 않아 가이드에게 이름을 물어보니 딱히 이름이 없다고 합니다...
마나슬루로 이어지는 능선이고 4월이라 눈이 쌓였을 뿐, 여름엔 눈도 녹아버린다고 하네요.
4000m 이상 고산에 들어서면 순간 힘을 줘 오르고 자주 쉬는 것보다, 고대열을 맞춰 천천히 계속해서 걷는 게 더욱 좋습니다.
쉬는 동안 막간을 이용해 마나슬루를 배경으로 사진도 한 장 남깁니다.
삼도부터는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배경이 되고, 어디를 둘러봐도 절경이 펼쳐진답니다~!
경사가 조금 있지만 부드러운 흙길이라 발에 무리가 덜 갑니다.
대신 작은 모래 알갱이에 미끄러지지 않게 신경씁니다.
마나슬루의 속살이 훤히 보이는 곳입니다.
모레인지대부터 정상까지 이어지는 빙하가 정말 아름답고, 한 번 발을 디뎌보고 싶어지네요.
몇 십년 전에는 모두 빙하였을 모레인 지대... 그때는 또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지구온난화가 더욱 기승을 부리기 전에, 서둘러 세계 곳곳의 산들을 돌아다녀야 할 것 같네요.
최근 넷플릭스에서 본 산악 다큐의 표지를 한 번 따라해봅니다.
(어떤가요? 조금은 영화 포스터 같은가요..?)
어느새 고도는 4300m까지 높아졌습니다.
이쯤에서 표지판에 쓰여진 영어의 의미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까 싶어 설명드리고 갑니다.
NTNC는 국가자연보호기금(National Trust for Nature Conservartion)으로 네팔의 자연과 자원을 보전하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기관이며, MCAP는 마나슬루보호구역프로젝트(Manaslu Conservartion Area Project)로 NTNC에서 마나슬루 지역을 보존하기 위해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안나푸르나 지역은 ACAP(Annapurna Conservation Area Project)
즉, 이곳은 네팔 기관에서 지정한 마나슬루 봉우리 주변 자연보호구역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새하얀 눈이 반사되면 선글라스 없이는 눈을 뜨기가 어려울 정도이며, 자외선도 몇 배로 강해집니다.
눈과 피부를 잘 보호하며 꾸준히 마을까지 걸어갑니다.
그렇게 삼도를 출발한 지 5시간 30분, 라르케 패스로 떠나기 전 마지막 정착지인 다람살라에 도착합니다.
'휴식처'라는 의미의 다람살라는 마나슬루 보호구역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는 마을입니다.
롯지도 많이 없고 개별 팀의 취사도 불가능합니다.
식사와 간식 심지어 뜨거운 물까지도 식당에서 판매하는 것들을 구매해 이용해야 합니다.
다이닝에서 따뜻한 차로 몸을 잠시 녹이고, 점심식사를 하며 4460m의 고도에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점심식사 후 어김없이 오후 시간에는 마을 뒤에 위치한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다음날 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롯지에서 쉬다가 자칫 낮잠을 자버리면 저녁에 잠을 설치게 됩니다.
그럼 12시간 가까이 걸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날의 컨디션이 엉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다녀옵니다.
150m 정도 고도를 높인 곳에서 바라본 다람살라의 모습입니다.
다람살라는 주변을 둘러 싼 산들의 위용이 아래 마을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상당합니다.
너무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트레킹을 하고 다시 마을로 하산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마을과 봉우리들이 모두 구름에 갇혀버리고 맙니다.
내일 새벽 출발할 짐을 모두 정리해두고, 이른 저녁식사 후 조금이라도 더 자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내일 모두가 원하는 바를 이루길 바라며 깊은 잠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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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목표한 5106m의 라르케 패스까지는 마지막 한 걸음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