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여성 족구팀 칼럼을 쓰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선수들의 대부분이 나보다 어리다는 것이었다. 물론 팀원 중에는 나보다 나이 많은 누나들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내가 이렇게나 나이가 많아졌나'라는 자괴감이 들고 있었던 찰나 이번에 소개하게 된 강서 하나 여성 족구단은 선수 전원이 나보다 적게는 10살, 많게는 15살까지 많은 누님들의 팀이어서 오히려 상당히 애정이 갔다.
사실 이 팀은 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팀이다. 박종복 감독은 내가 강서 신화 족구단에 소속되어 있을 때 함께 운동했던 사이였고, 이명규 감독도 교류전을 통해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수비수로 활동하고 있는 조은옥, 김경희 역시 서울 강서구에서 운동했던 인연으로 이미 친분이 있었고, 세터 김옥란은 우리 팀에 운동하러 와서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었다.
이들에 대한 칼럼을 쓰기 위해 직접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금년 여름 막바지에 내가 소속되어 있는 팀과 교류전을 했는데 여자 팀이라고 우습게 보았다가 큰코다치고 말았다.
족구를 정말 못하지만 그래도 안축 파워 하나만은 자신 있었던 내가 강한 안축 공격을 했지만 그 공격은 조은옥, 김경희 수비 라인에 전혀 통하지 않았고, 연타나 페인트는 세터 김옥란에게 모두 잡혔다. 만약 공격수 조경희나 황화순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난 여자 팀에 완패를 당할 뻔했다. 다행히 공격수가 남자 회원이었기 때문에 그냥 그 공격수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여서 패한 것이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기로 했다.
강서 하나 여성 족구단은 강서구에 소속되어 있는 유일한 여성팀이고 강서 하나 족구단에 속해 있어서 남녀가 함께 운동하고 있는 팀이다. 선수들의 연령대가 전원 50대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여성팀에 비해 평균 연령이 높지만 족구 열정과 실력은 어느 팀에게도 뒤지지 않는 팀이다.
창단은 2021년이었지만 선수들의 경력은 이미 오래되었다. 공격수 조경희와 우수비 김경희는 과거 마포 길 족구단 출신으로 '우리 동네 예체능'에 출연하기도 했었고, 공격수 황화순과 세터 김옥란 그리고 수비수 조은옥 역시 경력이 거의 10년 가까이 되는 이들이다.
현재 이들은 강서구 공암구장에서 목요일은 야족, 토, 일요일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기본기 훈련 및 연습을 하고 있다. 선수들의 각자 거주지가 가깝지는 않아서 자주 모이지는 못하지만 그런 날에는 각자 연습을 하고 대회가 다가오면 함께 시간을 맞춰 모두 모여 연습을 하며 준비를 하고 있다.
실력도 수준급이다. 2022년 금천구 협회장기에서 강서 여성 족구단의 이름으로 첫 우승을 거둔 이후 2023년 관악구청장기에서는 60대 남자 선수들과 결승에서 만나 치열한 접전을 펼쳤지만 아쉬운 패배를 했고, 서울시 협회장기에서는 강동 고덕에게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양구에서 벌어진 전국 여성 족구대회 3위, 2024년 세종시 체육회장배 3위 등 대회마다 항상 입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부 강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대회를 출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회에 많이 출전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저도 그렇고 언니들도 수시로 지방을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수도권에서 벌어지는 대회 정도만 출전하려고 합니다. 우승이나 성적을 내는 것이 당연히 좋지만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동료 선수들과 좋은 추억거리 많이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들의 실력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치고 올라오는 2,30대 젊은 선수들을 감당하기 버거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 구력만큼이나 잔 실수가 없고, 줄 점수는 주되 주지 않아야 할 점수는 확실하게 지키며 득점할 때 확실하게 득점을 올리는 실리적인 능력은 여느 팀들보다 뛰어난 노련미를 갖춘 팀이다. 체력적으로 다른 팀들에 비해 조금은 불리하겠지만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팀들 역시 결코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보여줄 언니들의 저력을 기대해 본다.
조은옥과 1문 1답
Q. 선수들 각자의 직업은?
A. 주 공격수 (조) 경희 언니는 코웨이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어요. 족구도 잘하지만 골프도 거의 선수급이에요. 생활 체육 지도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고 지금도 비전 있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계속 도전하고 있는 멋진 언니입니다. 또 한 명의 공격수 (황) 화순 언니는 제약회사에 근무하고 있고, 세터 (김) 옥란 언니는 야간에 작업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텐데 내색 없이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정신력이 대단한 언니죠. 우수비 (김) 경희는 의류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고 저는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Q. 선수들 중 족구 이외의 다른 운동을 했었던 선수들이 있었는지?
A. 다들 운동을 조금씩 했었습니다. 공격수 경희 언니는 축구를 10년 넘게 했고요, 지금은 골프도 열심히 하고 있죠. 옥란 언니는 어린 시절 스케이트 선수였고, 화순 언니랑 경희는 축구동아리 활동을 했었어요. 저는 중학교 때 필드하키를 시작해서 고등학교, 실업팀까지 총 10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Q. 연습(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A. 매주 강서구 공암구장에서 목, 토,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운동을 합니다. 여성 선수들은 거주지가 멀고 일을 하다 보니 자주 모이지는 못하지만 팀 내 남자 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연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두 분(박종복, 이명규)이나 계셔서 연습이 필요하면 시간 쪼개서 나오셔서 도와주고 계십니다.
Q. 팀 분위기는?
A. 엄마들이 모인 팀이다 보니 서로 챙겨주고 이해해 주는 분위기입니다. 다른 팀들에 비해 연령대가 높다 보니 대화 주제는 자녀들, 남편들 그리고 노후 준비 등이네요. 어느덧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현실이 조금 슬프네요. (웃음) 그래도 운동할 때만큼은 승부욕도 넘치고 활기찬 팀입니다.
Q. 팀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A. 일단 여성 팀이지만 여성 선수들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 선수들과 한 팀에 있다 보니 연습도 같이 하고 즐겁게 운동을 하는 것이 자랑거리인 것 같아요. 특히 남자 회원분들이 우리 여성 선수들을 많이 챙겨주고 아껴주십니다. 우리보다 어린 동생들은 '누나, 누나'하면서 잘 따르기도 하고요. 운동을 할 때 필수인 간식거리는 주부들의 눈높이에서 준비하니 건강을 생각하는 간식들로 준비하고 있어요. 과일, 감자, 부침개 등등, 참고로 운동장에서 음주는 절대 하지 않고요 회식을 해도 결코 많이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감독님이 두 분이나 계셔요. 이명규 감독님은 지도자 자격증을 소지하고 계셔서 우리가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항상 동행해 주시고, 지도해 주십니다. 박종복 감독님도 운동이나 그 외적인 부분에서 여러 가지를 챙겨주시고 독려해 주시죠. 금전적인 보상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를 위해 헌신적으로 도와주시니 정말 감사드리고 대단한 열정을 가지신 족구에 진심인 분들입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A. 저번에 송한용 님이 소개하셨던 여수 크러쉬 편에서 김수정 선수도 언급하던데 지난해, 양구에서 벌어졌던 전국 여성 족구대회에서 여수 크러쉬와의 준결승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차이가 있다면 크러쉬 입장에서 승자로서의 기억이지만 우리는 패자의 기억이라는 것이죠. 1세트부터 3세트 끝까지 그야말로 혈전이었어요. 나중에 유튜브로 그 경기를 보았는데 유튜버님께서 '정말 1점 내기 힘든 경기네요.'라고 설명할 정도로 정말 힘든 경기였습니다. 다들 열심히 했지만 경기가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다 보니 심적으로 힘들어 서로를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결국 예기치 않게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네요. 그래서 더욱 잊히지 않아요. 앞으로 제 족구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협회에서 올해 여성부 워크숍을 무주에서 열어주셔서 우리 팀도 참석을 했어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죠. 정식 대회는 아니었지만 다른 팀 선수들과 다양하게 교류하며 서로 알아가고, 게임에서 패해도 속상하지 않았던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경희 언니가 '졌잘싸'라고 말했는데 선수들이 모두 자기 실력을 100% 발휘하고 졌기 때문에 후회 없는 경기를 해서 뿌듯한 날이었습니다. 그날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경기 중 다리에 쥐도 났네요. 이런 기회가 앞으로도 많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여성 족구인으로서 설움이 있다면?
A. 정말 많죠. 여성부는 회원도 많지 않고 대회도 적어요. 있는 대회도 남자 선수들 위주의 경기만 하다 보니 대회에 출전해도 조금은 소외된 느낌이에요. 지난해 양구 대회에서도 메인 운동장은 남자 선수들의 경기만 하고 여자 선수들은 보조 운동장에서 그늘 하나 없는 땡볕에서 경기가 치러져 쉬는 시간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운동장에서는 모두 똑같이 운동하는 선수인데 여성 선수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거나 함부로 말씀하시면서 차별하는 분들을 볼 때면 정말 속상합니다. 본인들의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예의 없는 행동이나 말씀은 안 하실 텐데 말이죠.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우림 팀에 젊은 여성 선수들이 많이 들어와 함께 운동했으면 하는 꿈과 목표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도 끊임없이 운동하고 있고, 다른 종목의 운동을 하는 여성분들에게 족구를 권해보기도 하고 있어요. (웃음) 그렇게 회원들이 많아지면 대회에도 많이 출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Q. 족구를 하면서 감사한 분들이 있다면?
A. 정말 운동을 하면서 기쁜 일, 슬픈 일 많았네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요. 먼저 우리 하나 클럽 회원들을 만난 것에 감사하고, 항상 함께해 주시는 이명규 감독님, 저와 동갑이지만 외모는 한참 오빠 같은 박종복 감독님 (웃음) 정말 감사드립니다. 족구에 진심이신 최복진 감독님, 항상 그 곁에 함께하는 권병운 오빠, 힘든 일이 있을 때 연락하면 만나서 밥 먹자고 하는 체전부의 한가해 선수, 이름 세 번 언급해 달라고 했는데 한 번만 언급해서 미안! (웃음)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끔 생각나는 하은지 동생! 먼저 연락해 줘서 정말 고마워. 제게 승부욕 불러일으키시는 양승철 감독님! 언젠가는 제가 꼭 이길 겁니다. (웃음) 운동이 전부인 친구 현자까지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팀에서 뛰는 언니들, 친구 경희! 함께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앞으로 우리 지금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운동해요. 더 계시지만 혹시라도 빼먹는 분이 계실까 봐 두려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강서 하나 여성 족구단 멤버
감 독 이명규 1972년생 강서 하나 족구단
감 독 박종복 1972년생 강서 신화 족구단
공격수 조경희 1971년생 마포 길 족구단 출신(마포구 축구선수 출신)
공격수 황화순 1970년생 위아원 족구단 출신
세 터 김옥란 1966년생 위아원 족구단 출신(스케이트 선수 출신)
좌수비 조은옥 1972년생 강서 하나 클럽(필드하키 선수 출신)
우수비 김경희 1972년생 마포 길 족구단 출신
취재에 응해 주시고 칼럼 쓰는 것을 허락해 주신 강서 하나 족구단에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