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예비역들이라면 군시절 '자의반 타의반'으로 누구나 해봤을 '족구'이야기를 해보자.
나 역시 전국 약 70만 족구
동호인의 한 사람이고, 또한 족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다. 1981년생인 내가 족구를 한다고 얘기하면 친구들은 이런 말들을
내뱉는다.
'내 주위에
족구하는 놈 너 밖에 없어.' '그거 아저씨들이나 하는 운동인데 X팔리지도 않냐?' '족구? 난 그거 시시해서
안해.'
대부분 내 또래의 친구들은
'족구=시시한 운동'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운동장을 지나가다가 '배가 불룩 나온 아저씨'들이 하는 모습을 본 이들이 대부분이니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에 살짝 열이 받은 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좋아! 내가 찬 공 10개
중에 2개만 받아내면 내가 시시한 운동이라고 인정한다.' 그리고 네트 건너편으로 가서 그 친구들에게 이른 바 스파이크를 때린다.
그들 중 열에
아홉 아니 지금까지는 열에 열 모두 나의 스파이크를 두개 이상 받아낸 이가 한 명도 없었다. 그저 그런 동호회에 불과한 팀에 소속되어 있는
평범한 공격수의 공조차도 받아내지 못하면서 족구가 시시하다고 여기는 이런 오만은 과연 어디서 나오건지...
1. 족구가
시시해 보이는 이유
젊은층에게 족구가 시시해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은 군 시절 족구인들이 얘기하는 이른바 '똑딱볼'정도나 해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족구가 참 하기 쉬워보이기
때문이다.
설사 공격수의 강력한 스파이크를
본 이들이라 할지라도 불과 105cm밖에 되지 않는 네트 높이에서 상대방 코트에 내려 찍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거기에
예비역들이라면 모두 태권도 1단증은 갖고 있으니 그 정도는 얼마든지 발이 올라갈 수 있으리라 착각하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축구를 좀
한다 하는 이들은 볼에 대한 감각과 센스가 있으니 군 시절 족구 잘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봤을 것이고 그러한 칭찬 가운데 자기는 조금 밖에
안했는데도 족구를 이만큼 한다는 거만을 떨며 아울러 족구는 별볼일 없는 인식이 박히고 게다가 축구만큼 격렬하게 뛰어 다니지도 않으니 땀 한 방울
안흐르는 참 시시한 운동으로 비칠 것이다. 그러니 족구가 시시해 보일 수 밖에...
2.족구의
묘미
(1)대중성: 족구는 참 하기 쉬워 보인다. 또한 하기 쉬운 운동이기도 하다. 족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천후 운동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뼈에 무리가 없고, 또한 자기가 잘못하지 않는 한 충돌에 따른 부상 염려가 없으며 많은 체력을 요구하지도 않기에 60세, 조금 오버해서 80세까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만년 운동이기도 하다.
(2)경제성: 족구는 많은 경비가 들지 않는 아주 경제적인 운동이다.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려해도 비용이 많이 들면 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한데 족구는 이런 것에 자유롭다. 적은 비용으로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흥미성: 우리 나라에서 축구보다 야구가 더 인기가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월드컵이나 올림픽등 국가대항전은 축구도 인기가 있지만 국내리그에 관중이 별로 없는 이유는 승부가 빨리 나야 흥미 있어 하는 국민성 때문이다.
야구가 공 하나에 열광할 수 있듯이 족구도 승부가 빠른 종목으로서 불과 1분 이내에 포인트를 낼 수 있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족구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까지 족구는 보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난 족구를 정말 좋아한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제 우리 족구는 생활체육을 넘어 엘리트 체육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부디 머지 않은 훗날 대한민국 종주국인 전통 구기종목 '족구'가 세계적인 스포츠로 발돋움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