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단 활동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족구단의 활성화'이다. 어느 족구단이나 더 많은 회원들이 함께 운동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동호인들은 카페에 '족구를 하고 싶습니다.'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 눈에 불을 켜고 댓글을 달고 바로 연락을 한다.
하지만 회원들이 많아지는 것만이 활성화는 아니다. 궁극적인 활성화는 바로 동호회가 그리고 족구가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족구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끼리 족구가 재미없을 수도 있는가?'라고 말하며 나의 의견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위 지인들에게 '족구 환자'라는 소리를 듣는 나도 족구하러 가기 싫을때가 있다. 때로는 족구가 재미없기 때문이다.
최강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족구단은 '동호회'다. 족구를 좋아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저 족구를 좋아하기만 하는 회원들'과 '나름 대회에 나가서 입상도 해보고 싶은 회원들'이 나누어지기 마련이다. 동호인들은 이들을 일컬어 전자는 '즐족', 후자는 '열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바로 이들이 족구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 때문에 동호회 내부에서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동호회 정기 모임 중 자체 경기가 벌어질때, 몇몇 회원들이 경기에 집중하지 않고 웃고, 떠들다가 공을 놓쳐 실점을 하고, 실수를 하고서도 그저 웃음으로 일관한 플레이로 분위기를 망친다면 이것이 진정 우리가 원한 동호회 활동 일까? 이런 비슷한 이유들로 인해 족구를 하기 싫을때가 여러번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이유들 때문에 회원들끼리의 반감이 커져 팀이 와해되는 가슴 아픈 경우도 많이 보았다.
서로 다른 환경,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족구를 좋아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모였기 때문에 그 안에서 서로의 의견이 부딪혀 불화가 일어나는 것은 족구 뿐만이 아닌 모든 종목의 동호회에서 감수해야하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양보하고, 조금만 배려하고, 조금만 진지하게 임해준다면 더 재미있는 동호회활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도 아쉽기 그지없다.
이런 족구단을 한 번 생각해보자.
정기 모임날, 회원들이 모이기 전 네트를 치고 공, 스코어보드를 꺼내놓고 기다리는 회장, 감독 및 임원진, 수비수의 파인플레이에 '나이스'를 외쳐주고 어려운 공을 받지 못해 자책하는 수비수에게 '잘했어'라고 말하며 박수를 쳐주는 공격수, 공격수의 조금은 무리다싶을 정도의 공격이 라인을 벗어나거나 네트에 꽂혀도 '그래! 계속해봐!'하면서 힘을 북돋아주는 동료회원들, 경기 중 회원의 익살스러운 포즈에 함박웃음을 짓다가도 경기가 플레이되는 즉시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회원들, 경기가 끝나고 실수가 많았던 회원을 탓하기 보다는 '잘했다'고 위로해주면서 은근히 '이렇게 한 번 해봐'라고 충고해주는 따뜻한 감독과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어떻게든 노력해보고자 하는 회원, 자기가 조금 더 잘한다고 으스대지 않고, 팀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경기 외적인 요소에 신경 써주는 주전 선수들.
이런 족구단에 불화가 있을 수 있을까?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조금만 배려하고, 그리고 진지하게 경기에 임해준다면 그 팀은 더욱 재미있는 족구를 할 수 있을 것이고, 가족같은 분위기 속에서 주위에 입소문을 타며 많은 회원들이 가입하여 함께 하고 싶은 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진지하게 하는 그 족구는 결국 회원 개개인의 실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고, 그로인해 수준높은 족구경기를 해봄으로써 자체 족구만으로도 족구의 재미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족구단의 활성화, 그것은 재미있어 지는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어 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바로 조금만 양보하고 조금만 배려하고 그리고 진지하게 경기에 임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