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를 빛낸 10인의 인물' 세번째 순서는 현대자동차 족구단'의 백경환이다. '현대자동차 족구단'의 전성기에는 임종일, 여상수라는 강력한 방패와 함께 백경환이라는 강력한 창이 있었다.
공격수로서의 백경환 선수는 무지막지한 비거리를 만들어내는 선수도, 무지막지한 돌안축을 갖춘 선수도 아니었다. 게다가 넘어차기나 뛰어차기를 주무기로 하는 화려한 공격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공은 받아내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왼발잡이 공격수의 이점을 활용한 발등차기는 상대 공격수와 네트 사이의 예리한 각으로 꺾여들어갔고, 네트와 간격이 멀어졌을땐 밀어치는 안축타법, 상대 수비수 모두가 A킥을 예상해 왼쪽으로 돌아가면 발바닥으로 공을 돌려놓아 반대편으로 떨어지는 공격으로 수비수들을 역모션에 걸리게 만들었으며, 예상못한 상황에서 나오는 발코 비껴차기는 그의 전매특허였다. 같은 자세에서 나오는 예상 밖의 공격들은 마치 마법사와도 같아 보였다.(물론 이건 내 생각이다.^^) 상대했던 선수들은 아마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었을 것이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같은자세에서 나왔던 수많은 공격때문에 마치 '코트위의 마법사'와 같았다.
'현대자동차 족구단' 선수들은 모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이들이었다. 3교대 근무의 특성때문에 선수들끼리도 근무시간이 맞지 않아 연습시간을 갖는 것 조차도 쉽지 않았었다. 그리하여 밤샘근무가 있었던 선수들과 이후 근무자들은 이른 새벽에 체육관에 모여 연습을 하기도 했고, 없는 시간을 쪼개 시간을 맞춰 잠시나마 연습을 해야하는 환경이었다. 당시 라이벌이었던 'GM대우 족구단'에서 회사 차원에서 연습시간을 배정해 주자 이를 안 유호근 감독은 '그것이 정말 사실입니까?'하며 직접 'GM대우'측에 전화까지 하며 확인했다. 이후 회사측에 연습시간 배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측에서는 이 요청을 수락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대회가 열리는 날이어도 근무에 예외는 없었다. 다른 팀은 대회가 열리기 하루 전에 미리 도착해 연습을 할 수 있었지만 현대자동차 족구단 선수들은 대회 당일에도 밤샘 근무 이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직 동이트기도 전 깜깜한 이른 새벽에 대회장으로 이동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대회장에 시간 맞춰 간신히 도착하면 몸 풀 시간은 커녕 공만 조금 만져보고 경기에 임해야 했다. 이는 당시 중장비 기사로 근무하고 있었던 백경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백경환은 선수들이 연습 이후 모두 퇴근한 상황에도 혼자 체육관에 남아 발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개인연습을 꾸준히 했었다. 이러한 끝없는 연습은 그를 정상급 공격수 반열에 올려 놓았다.
공보다 먼저 디딤발을 뻗어 중심을 잡고 공을 끌어 당겨서 차는 그의 주특기 중 하나인, '잡아당겨차기'를 따라했던 나는 수도 없이 넘어지며 다칠뻔했다. 중심을 잡아줘야하는 튼튼한 디딤발과 함께 강력한 허리힘이 필요한 기술임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뼈를 깎는 인내로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백경환공격하이라이트영상보기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세월의 흐름 때문에 이제는 최강부에서 물러나 '현자싼타페 족구단'의 40대부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는 그의 모습. 최강부에서 더 이상 임종일, 여상수와 함께 코트를 누비던 모습은 볼 수 없으나 노란 유니폼을 입고 왼발을 자유자재로 놀리며 상대들을 압도했던 그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