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손을 짚고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켜 상대코트에 공을 내리 꽂는 기술, 이 넘어차기는 이제 수 많은 공격수들이 하는 일반적인 공격이 되었다. 하지만 족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는 족구에 대한 신세계일 것이다.
이 넘어차기를 최초로 한 선수는 과거 '광명 기아'에서 뛰었던 임영훈 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넘어차기를 집대성한 선수라면 이 선수를 꼽을 수 있다. 바로 이천시청의 김종일이다.
학창시절 태권도 선수출신인 김종일은 1997년 현대전자에 입사, 이후 하이닉스 반도체에서 분사된 '아스텍'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천족구단'에 입단하며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태권도 선수 출신답게 날렵한 몸과 정확한 발차기를 주무기로한 그의 넘어차기는 비거리가 20미터에 이른다.
한때 방송에도 '족구의 달인'으로 출연해 농구 골대에 발로 공을 차서 자유자재로 넣고, 코트 끝에 위치한 캔을 안축차기로 직접 맞추고, 이건 너무 쉽다며 넘어차기로 캔을 맞추는 시범도 보였다.
집안에서는 아내가 던져주는 아기 기저귀를 발로 차서 쓰레기통에 넣는 묘기, 방안에 불이 켜져 있을 때 발로 공을 차서 스위치를 맞춰 끄는 묘기도 보여주었다. 연초에 그를 만나 실제로도 그렇게 하는지 여부를 물어보니 '그냥 방송에서 시켰으니까 한거지, 실제로 그렇게는 안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그의 연습량이 엄청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넘어차기는 마치 교과서와 같았다.(사진출처: 이천시청족구단 카페)
김종일이 있었던 이천 아스텍(이천시청의 당시 팀명)은 2007년부터 왕좌자리를 천천히 가져오고 있었다. 당시 현대자동차 족구단의 왕좌 시대가 끝나고 절대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든 족구계의 새로운 왕좌의 주인공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 선봉에는 김종일이 있었다.
네트 앞에서 내리 꽂는 넘어차기는 체육관 경기에서는 휀스를 넘어가기 일쑤였고, 네트에서 좀 멀리 토스된 공에도 그의 넘어차기는 작렬했다. 심지어 서브도 가끔 넘어차기로 넣을 만큼 그의 넘어차기는 정확하고 자유자재로 컨트롤이 가능했다. 이러한 장점은 경기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고, 그는 최고의 공격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넘어차기를 하는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김종일만큼 간결하고 부드러운 넘어차기를 하는 선수는 아직 내 기억에는 없다. 이쯤되면 이 선수에게 '넘어차기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는데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얼마전 부상으로 지금은 이천시청의 감독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연초에 만났을때 하반기부터 다시 선수로 뛸 것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현재의 감독 역할과 어떻게 병행하는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본 김종일은 온화하면서도 겸손한 선수였다. 이런 그가 지도자로서도 후배 선수들을 잘 아우르는 '형님리더쉽'으로 선수들을 잘 이끌어갈 감독이 아닐지 감히 짐작해 본다. 이제 최강부 선수 김종일은 볼 수 없지만 앞으로의 족구인생에서도 우리 족구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할 인물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앞 날도 선수 시절만큼의 화려한 비상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