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동막골
예전에 좋아해 마지 않았던 장진이 쓴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음악감독도 히사이시 조 라길래 개봉하자 마자 극장가서 봤다.(이 리뷰를 쓰기 위해 오늘 도서관에서 한번 더 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 영화를 좋아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전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돌이켜보게 만들고 아주 가볍지도 않으면서 잔잔한 감동과 웃음이 나오게 했기 때문이다. 희곡은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는데 희곡 또한 재미있었다. 두 작품을 놓고 본다면, 나는 win-win했다고 말하고 싶다!
희곡<웰컴 투 동막골>
필름 2.0에 보면, 놀랍게도 장진은 '원래 영화를 염두해 놓고 쓴 희곡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에 나도 동의한다. 희곡을 읽으면서 아, 이 작품은 영화화 되면 정말 재미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와 다르게 원작은 작가가 아버지의 말을 관객에게 말해주면서 진행된다.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설정은 영화나 희곡에서 자주 보이는 진행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 희곡에서는 후반부에 가서는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의 상상으로 결말을 짓는 것이다. 창조자(작가)와 등장인물이 싸우는 것도 볼 수 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영화 '조지 오브 정글'에서 조지와 나레이터-일반적으로 영화 내에서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레이터의 설명에 대해 싸우는 장면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몬티 파이튼의 성배에서 (특이한)액자식 구성으로 아더 왕의 이야기를 역사 스페셜 형식으로 이야기하던 현대의 아나운서가 아더왕과 관련된 군대에게 무참이 깔려 죽는 장면 등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상황이라면 전혀 소통할 수 없는 두 인물이 같은 공간에서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만 있으면 반해버리는 터라, 소설을 쓰게 되어도 이런 형식은 재미있게 써먹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영화<웰컴 투 동막골>
우선, 이 영화의 각색 종류에 대해 생각을 해 보자. 처음엔 충실한 각색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좀 다르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영화는 원작을 충실하게 각색했지만 추가된 에피소드가 많아 다원적 각색에 근접하기도 한 것 같다' 이다. 원작을 충실하게 수용했다기 보다는 원작을 토대로 (가시적인) 여러 상황들을 더 덧붙였다. 팝콘 장면이나 맷돼지 장면 등은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뽑기도 하고 실제로 내가 보았을 때 이런 장면이 담긴 사건들이 터지고 나면 등장 인물들의 마음가짐이 변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감독은 이런 장면들을 비중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장면은 원작에 없다.
신비한 부락, 웰컴 투 동막골
-안에서 밖으로 -> 밖에서 안으로
원작에서는 동막골 안에서 시작되어 동막골에 타지 사람들(남/북한/미국 사람들을 총칭하는 말. 이하 타지 사람들로 축약)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화에서는 타지 사람들의 사정이 드러나고 그들이 숨겨진 부락 동막골을 찾게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원작에서는 '신비한 부락, 웰컴 투 동막골'이라고 말하곤 있지만 사실 이 문장을 더 잘 설명한 것은 영화 쪽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동막골이라는 공간을 잘 모르고 있고 밖에서 -> 안으로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전쟁이 벌어지는 영화 속 현실에서 전쟁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는 평화로운 마을로 진입하게 된다. 현실이 아닌 환상적이고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된다.(나비가 한 몫 한다. 이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다시 하기로 한다) 동막골 안에서 밖으로 진행되는 희곡의 진행보다는 영화쪽이 궁금증을 더 자극하게 된다.
그런데 영화랑 원작이 다른 이유가 혹시 희곡이 상연되는 무대의 한계성 때문은 아닐까? 무대에서는 배경세트를 바꾸기가 힘들다. 또 한번 찍으면 되는 영화와 달리 연극은 많게는 하루에 두번씩 매일매일 진행된다. 그때마다 연극은 그 장면을 보여줬다가 다시 내리고 또 보여주는 것을 반복한다. 비용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캐릭터가 추가되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캐릭터성의 부각?!
주연 등장인물들은 거의 똑같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이야기가 추가되면서 '약간' 비중있어진 마을 사람들 존재가 추가된다.(인민군 장교와의 눈빛 썸씽이 있는 아낙, ...) 원작에 있는 인물들의 성격변화는 없으니 원작의 인물이 마음에 들었던 사람들은 안심하고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원작 인물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캐릭터성의 부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는 원작 희곡보다 인물이 중심 이야기를 전하는데 주안점을 주기보다는 사건 속에서 인물 각자의 개성이 부각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 인물 각자의 말투나 말하는 방식, 어떤 사건을 해쳐나가는 방식을 보여주면서 인물이 커가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인물이 살아 움직이게 되고 재미있어진다. 하지만 이것이 원작의 느낌을 조금 더 재미있게(=웃기게?)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원작이 아주 진지한 것은 아닌데, 영화보다는 사실에 가깝다고 느꼈다. 원작에서 그들은 비록 지금 동막골에 있지만 항상 밖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ex. 목따는 것을 실감나게 이야기)이 나와 현실을 잊지 않게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아주 현실을 잊은 것은 아니지만 원작에 비해서는 밖 생각을 깊게 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 공백을 캐릭터성과 약간의 재미로 추가했다. 연극을 보진 못했지만 원작을 읽어 봤을 때, 영화 쪽이 좀더 대중성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번뜩였던 것들
팝콘비
이 영화!하면 이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장면이다. 이 장면이야말로 영화라서 시도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왜 강냉이가 아니라 팝콘일까 의아했지만 팝콘쪽이 강냉이보다 하얗고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이라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원작에서는 수류탄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스미스가 따로 팝콘을 만들어주는 것이 나오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엮는 감독에게 무릎을 탁 칠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슬로우 모션으로 사람들의 표정을 잡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제일 마음에 드는 이 장면 감독의 주문은 주연 등장 인물의 표정이다. 마을사람들과 타지사람들의 반응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의아해하고 행복해하는 표정을 짓는 반면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허무한 표정과 구원받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인물들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하다. 겉으로 드러난 일에 대해 천진난만하다. 그들은 팝콘 비를 사심 없이 그대로 즐긴다. 타지 사람들은 환상적인 일(팝콘이 내리는 일)을 현실과 이상의 어디쯤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표정은 순수했던 옛 시절을 느끼거나 혹은 자신이 전쟁에서 구원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 처럼 느껴진다.
파스텔톤 의상
동막골 사람들의 의상은 파스텔톤 일색이다. 그들이 사는 마을에도 원색의 강렬한 색채는 찾아보기 힘들다. 서로 친해지게 되면서 타지사람들은 서로가 대치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군복에서 동막골 사람들이 입고 있는 파스텔톤 의상으로 갈아 입는다.
후반부에 노래를 부르고 축제가 열리는 날 밤, 마을 여인들은 스미스에게 새로운 옷을 선물해 주는데 이 옷도 파스텔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새로운 옷을 선물해 준다는 것이 우리 마을 사람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당신을 신뢰하고 있습니다/당신을 우리 마을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는 상징으로 생각되었다.
맷돼지씬
맷돼지씬은 스윙걸즈의 맷돼지씬과 닮았다. 하지만 비슷해보이긴 해도 촬영 기법이 다르게 느껴진다. 스윙걸즈에서는 예전 MBC개그코너인 추억은 방울방울에서 볼수 있었던 기법인 '카메라는 그냥 촬영하고 인물들이 멈춰있는 방식'을 사용한 반면, 동막골의 맷돼지씬은 카메라 자체가 슬로우모션을 이용했다. 이런 기법도 재미있지만, '7인의 신부'처럼 '결투인데 슬랩스틱 코미디나 멋있는 군무처럼 보이는'이런 기법을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기법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나비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등장한다. 동막골을 상징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영화속 나비들은 흰색 나비들이다. 처음에는 이 나비들이 그저 동막골의 깨끗함이나 신비함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후반부에 가면서 나비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지상낙원을 지키기 위한 혼령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낙하산 요원들을 동막골로 오지 못하게 막는 장면에서는 떼로 지어 막음으로써 환상성이 부각된다. 관객들은 의외의 사건에 놀라게 되고 꿈같은 상황에 신선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출처: http://egloos.zum.com/haewul/v/3710276
희곡 <웰컴 투 동막골>과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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