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정말옥
시골 집에는 잔디가
아버지 품처럼 펼쳐져 있었어요
잔디를 볼 때마다
초록이 온 몸에 퍼져
내 가슴에 싱그러움이 솟아났어요
아버지는 하늘 같기도 했어요
어깨 넓어 내마음이 들어가
쉴 수 있었어요
잔디가 포클레인에
패이고
웅덩이에 묻혔어요
이제 내가 좋아하던
잔디는 없어졌어요
내 한 쪽 가슴이 텅
비었어요
아버지가 가버렸어요
포클레인이 주검을 실어
산으로 데려가고
아버지는 흙 속에서
잔디에 싸여 안식에
드셨어요
나는 초록눈으로 잔디를
잊지 않을 거예요
닭
정말옥
해 뜨기 전
이웃 집 닭들이 먼저
내 귀를 연다
낮에는 울타리 너머
닭들이 보인다
내가 가까이 걸어가면
전쟁터처럼
후다닥 흩어져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육상선수처럼 달리다
울타리에서 날아내리기도 한다
내가 가만히 서 있으면
그제서야 안도하고
발로 흙을 긁어 쪼아 먹을
벌레를 찾는다
닭이 알을 나았음을
큰소리로 알리면
주인아주머니가 달려와
구석진 박스에서
낯선 눈을 한, 알을 꺼내어
손에 든다
히터 같은 따스함을
손바닥으로 전하는 닭
새벽을 여는 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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