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집 시간을 열면 외1편,번역본 3편

작성자이기영|작성시간26.06.11|조회수24 목록 댓글 0

강원 펜문집  2편

 

*시간을  열면*

 

시간이 그었던 주름속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소 앞세워 밭 갈고   

나는  노란  주전자들고

밭두렁을  걷고 있었다

 

봄 눈 그친 뒤 별빛에도  환한  초가마을

소쿠리마다 헌 이불 싸여진  감자와

건넌방에는  화롯불에 구어지던  가래떡

먼 산의 언뜻 흰빛은

아지랑이와 흔들릴 찔레꽃이였다

 

갈비뼈 드러났어도   

부른 배  행복하던 때가 아직 슬픈 건

기적소리 들리자 팔베게 해주던

누이의  젖은 눈빛일 것이다

 

*방문*

 

바람도 침묵에 깔리는 산마을

외따로 작은 집

마당에 들어서자 섬돌에 낡은 신 한 켤레

 

대상 없는 기다림만이 익숙했을 이곳도

낯선 방문이 어색하듯

헛기침만 발밑을 조인다

 

만발한 매화꽃이 잔설 비추는 노을을

애써 데우다 떨어진다

방안까지 따스하길 기도하는 건

슬픔을 관통한 외로움도

이르게 날아가는 나비에게 무덤덤해질때 있다

 

저녁 별똥별이 획을 긋고

산봉우리 근처에서 사라진다

다시 노크하며 문고리를 당긴다.​

 

 

강원펜 번역본 3편

 

*너의 반딧불이*

 

날 저물어야 나를 알 수 있을까 

너의 곁을 맴도는걸 

어깨에 앉아 꽃잎 싸서 꽃 초롱 된다면 

밤새워 너의곁을 밝힐 수 있겠지 

 

별 아니듯 별 

꿈 아니듯 꿈 

너에게 이야기 걸면 대답하지 않아도 

사랑 아니듯 사랑으로

 

어두워질수록 더 환해지는 불빛 

너 안에서  나는 반딧불이란다

 

*비와 상념*

 

비에도 나이테가 있었을까

유리창 맺히는 빗물에

나를 가둘 때부터

 

비와 소리가 층층이 원을 그리고 있었던 찻잔을

입에 대지 못한 채

귀 기울이는 시간만 길어진다​

 

*기대*

 

냉이가 쇠어서

못 먹는다 하니 펑펑 눈물 쏟는 아이가

 

봄볕이 그랬다 하니

뚝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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