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펜문집 2편
*시간을 열면*
시간이 그었던 주름속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소 앞세워 밭 갈고
나는 노란 주전자들고
밭두렁을 걷고 있었다
봄 눈 그친 뒤 별빛에도 환한 초가마을
소쿠리마다 헌 이불 싸여진 감자와
건넌방에는 화롯불에 구어지던 가래떡
먼 산의 언뜻 흰빛은
아지랑이와 흔들릴 찔레꽃이였다
갈비뼈 드러났어도
부른 배 행복하던 때가 아직 슬픈 건
기적소리 들리자 팔베게 해주던
누이의 젖은 눈빛일 것이다
*방문*
바람도 침묵에 깔리는 산마을
외따로 작은 집
마당에 들어서자 섬돌에 낡은 신 한 켤레
대상 없는 기다림만이 익숙했을 이곳도
낯선 방문이 어색하듯
헛기침만 발밑을 조인다
만발한 매화꽃이 잔설 비추는 노을을
애써 데우다 떨어진다
방안까지 따스하길 기도하는 건
슬픔을 관통한 외로움도
이르게 날아가는 나비에게 무덤덤해질때 있다
저녁 별똥별이 획을 긋고
산봉우리 근처에서 사라진다
다시 노크하며 문고리를 당긴다.
강원펜 번역본 3편
*너의 반딧불이*
날 저물어야 나를 알 수 있을까
너의 곁을 맴도는걸
어깨에 앉아 꽃잎 싸서 꽃 초롱 된다면
밤새워 너의곁을 밝힐 수 있겠지
별 아니듯 별
꿈 아니듯 꿈
너에게 이야기 걸면 대답하지 않아도
사랑 아니듯 사랑으로
어두워질수록 더 환해지는 불빛
너 안에서 나는 반딧불이란다
*비와 상념*
비에도 나이테가 있었을까
유리창 맺히는 빗물에
나를 가둘 때부터
비와 소리가 층층이 원을 그리고 있었던 찻잔을
입에 대지 못한 채
귀 기울이는 시간만 길어진다
*기대*
냉이가 쇠어서
못 먹는다 하니 펑펑 눈물 쏟는 아이가
봄볕이 그랬다 하니
뚝 그친다.